[IT과학칼럼] 디지털기술, 축적의 시간 지나 세계로
매년 10월은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는 특별한 시기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등 노벨상 발표가 이어진다.
올해에도 과학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낸 연구자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모두가 공동 수상자였다는 것이다. 공동 수상은 2~3인의 연구자들이 동일한 주제를 각각 연구하거나 같이 연구하는 경우에 수여된다.
특히 올해 생리의학상의 경우는 다년간 메신저 리보핵산(mRNA) 연구를 같이했던 미국과 헝가리 출신의 연구자들이 공동 수상했다.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 현황을 살펴보면, 1901년 제정 이후 초기 20년간은 대부분은 단독 수상자였고 약 10%만이 공동 수상자였다. 그러나 점차 그 비중이 커지더니 2000년대 들어와서는 공동 수상의 비중이 90%대까지 확대되고 있다. 공동 수상이 최근 노벨과학상의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극한기술(초미세·초정밀 등)과 같이 추구하는 기술 수준 또한 대단히 높다.
이뿐 아니라 연구 영역도 세분화되어 있어 타 영역과의 융합도 필수적이다. 아인슈타인이 혼자서 ‘광전효과’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던 100년 전과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나 홀로 연구만으로는 세계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노벨과학상과 같은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무엇보다도 국경을 가리지 않는 공동 연구가 대두되는 이유다.
글로벌 공동 연구가 더욱 요구되는 분야가 인공지능(AI), 양자기술과 같은 ‘디지털’ 분야다. 디지털 기술은 기하급수적인 발전 속도, 극한의 기술력, 모든 영역과의 초융합 등 공동 연구에 적합한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 세계 4대 석학이라 불리는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와 뉴욕대학의 얀 르쿤 교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또한 세계 양자기술를 주도하는 취리히연방공과대학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석학들도 이구동성으로 글로벌 공동 연구가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가 디지털 분야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분야의 글로벌 공동 연구의 필요성을 국가 차원에서도 살필 필요가 있다. 치열한 디지털 기술혁신 경쟁 속에서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
우리 기술경쟁력이 우위에 있는분야가 있고 상대적으로 미비한 분야도 있다. 선도국과 협력을 하게 되면 잘하는 분야는 더 잘 할 수 있고 뒤처진 분야는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는 기술적 우위가 있던 열위에 있던 관계 없이 디지털 분야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더욱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 뉴욕대학에서 개최한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 에서 맺은 ‘AI·디지털 파트너십’은 매우 뜻깊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기조연설을 통해 양국의 연구자·기업들이 이를 계기로 글로벌로 함께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간 우리는 국내 연구에 매진하며 축적의 시간을 가져왔다. 이제는 이를 주춧돌 삼아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쌓기 위해 도전해야 할 때다.
이번 파트너십 추진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신성장의 핵심이 되는 AI 등 디지털 원천기술 확보에 힘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디지털기술의 산업 접목과 활용·확산을 위한 연구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미래 준비’와 ‘산업적 성과’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협력은 디지털 분야 석·박사급 고급 인재 양성의 기회로도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 인재의 질적·양적 미스매치가 여전한 상황에서 우리 인재가 세계와 교류하며 디지털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 마련의 기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우리의 디지털 경험과 역량이 북미 네트워크와 어우러져 비즈니스 협력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기술 간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디지털 심화 시대에 살고 있다. 같이 연구하고 같이 육성해 같이 성장하는 글로벌 디지털 협력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리더십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이 융합하는 이 시기에 글로벌 디지털 협력이 지렛대가 돼 그간 도달하지 못한 노벨과학상 수상의 꿈도 이룰 수 있길 기대한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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