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준·오현규 나란히 골 폭발, 셀틱 6-0 대승 견인…차두리·기성용 이후 13년 만에 진기록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대승 중심에 한국 선수 두 명이 있었다. 양현준은 데뷔골, 오현규는 멀티골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셀틱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 파크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에버틴을 6-0으로 크게 이겼다.
오현규와 양현준이 동반 골을 터트렸다. 셀팁 입단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셀틱에서 한국인 선수 두 명이 나란히 골을 넣은 건 기성용, 차두리 이후 13년 만이다.
셀틱은 스코틀랜드리그 무패행진을 달렸다. 올 시즌 개막 이후 13경기 연속 패배가 없다. 11승 2무 승점 35점으로 리그 단독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레인저스(승점 27점)와 승점 차도 8점으로 벌렸다.
셀틱은 4-3-3 포메이션을 꺼냈다. 양현준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오현규는 교체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양현준은 후루하시 쿄고, 루이스 팔마와 스리톱을 이루며 셀틱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9분. 셀틱의 선제골을 안긴 건 양현준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팔마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했다.
지난 7월 강원 FC를 떠나 셀틱에 입단한 뒤 골이 없던 양현준이었다. 리그 11경기 출전(선발 5경기) 만에 첫 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양현준의 유럽 무대 데뷔골이다. 지난 여름 양현준은 강원FC에서 셀틱으로 이적했다. 조타의 대체자였다. 셀틱은 지난 시즌 측면 공격을 책임졌던 조타를 2,500만 파운드(약 404억 원) 이적료를 받고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로 보냈다. 조타 영입 때 650만 파운드(약 105억 원)를 쓴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남는 장사였다.
조타를 대체할 선수를 찾다가 발견한 게 양현준이다. 셀틱은 강원에 200만 파운드(약 32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양현준을 영입했다. 스코틀랜드 현지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영국 언론 '더 부트룸'은 "양현준은 잘 출발했다. 계속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며 "만약 양현준이 잘해준다면 셀틱은 앞으로 10년 동안 얻을 이득의 거래를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양현준은 프리시즌부터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이후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렸다. 유럽 무대 데뷔골까지 터트리며 앞으로 팀 내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었다.
전반 16분에도 양현준은 추가골을 돕는 연결고리로 활약했다.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동료를 발견하고 감각적인 왼발 패스를 건넸다. 공은 결국 후루하시에게 갔고, 후루하시가 득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2-0으로 셀틱이 앞선 상황. 셀틱 브랜던 로저스 감독은 후반 17분 오현규를 교체 투입했다. 오현규는 후반 28분 득점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상대 수비 반칙으로 무산됐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팔마가 득점에 성공했다. 셀틱의 3-0 리드.
오현규는 이후 후반 추가 시간 10분이 남은 상황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추가 시간 5분이 지났을 때 팔마가 올린 크로스를 오현규가 상대 수비를 다 뚫고 득점으로 만들었다. 지난 2일 세인트 미렌과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넣은 이후 11일 만에 스코틀랜드리그 3호골을 기록했다.
2분 뒤 오현규가 또 골을 넣었다. 수비 뒷공간을 뚫고 오릴리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맞았다. 오현규는 침착하고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멀티골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오현규는 지난 1월 겨울 이적 시장 수원 삼성에서 셀틱으로 이적하며 반 시즌을 소화했다. 스코틀랜드리그 16겅기 6골, 스코티시컵 4경기 1골, 리그컵 1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셀틱의 국내 3관왕에 공헌하며 이번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시즌 초반 어려움이 있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홋스퍼 지휘봉을 잡으면서 후임으로 온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선발 기회를 주지 않았다.
프리시즌 빌바오전을 끝낸 뒤엔 부상이 오현규의 발목을 잡았다. 4라운드 올드펌 더비인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 후반 31분 교체 출전하며 감각을 올린 상태에서 A매치를 치르기 위해 A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전 1분 출전이 전부였다. 가까운 영국에서 열렸던 2연전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도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셀틱으로 복귀했지만 주전 경쟁을 끊임없이 펼쳤다. 지난 시즌 스코틀랜드리그 득점왕 교고는 여전히 펄펄 날았다. 장기 재계약으로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 하타테 레오, 마에다 다이젠 등 다른 일본인 자원들도 눈도장을 받은 상태였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나왔다. 셀틱에서 뛰었던 마크 윌슨은 “로저스 감독이 오현규 대신 제임스 포레스트를 선택했다. 이 결정은 오현규에게 좋지 않은 메시지다. 로저스 감독은 오현규 기량을 믿지 않는 것 같다. 예상을 뛰어 넘을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고 혹평했다.
이어 “감독들은 경기가 잘 풀리거나, 경기를 이기고 있을 때도 스트라이커를 찾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급박한 상황에도 마찬가지다. 셀틱 벤치를 본다면, 오현규가 유일한 스트라이커였지만 로저스 감독은 외면했다. 여기에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오현규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오현규는 세인트 미렌전에서 이번 시즌 첫 득점을 기록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 자신을 믿는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양현준과 마찬가지로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결국 이날 멀티골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양현준과 오현규는 3골을 합작하며 셀틱의 대승을 이끌었다. 두 선수 모두 셀틱 합류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경기가 후 로저스 감독은 양현준에 대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처음 왔을 때부터 항상 경기에서 이기려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고 이젠 다양성이 생겼다. 두 번째 골에선 패스가 훌륭했다. 상대를 이겨냈고 배고픈 워크에식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매우 기쁘다"고 칭찬했다.
오현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정말 열심이 뛴다"며 "경기에 강박을 갖기보다 단순화하고 있다. 우린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정신력과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영국 매체 BBC도 호평했다. "양현준은 애버딘 수비진을 괴롭히며 셀틱에서의 첫 골을 작렬했고 팔마를 제치고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선발 출전에서 활약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양현준은 후반 24분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수비수와 충돌해 눈을 다쳐 풀타임 뛰지 못했다. 후반 35분께 교체로 나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다. 로저스 감독은 "양현준은 왼쪽 눈 아래에 상처가 생긴 것 같다"며 "예방 조치를 했다. 괜찮길 바란다"고 알렸다.
축구 전문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양현준에게 8.42점, 오현규에게 8.49점의 평점을 매기며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날 1골, 3도움을 올린 팔마는 10점을 받았고 어시스트 2개를 배달한 오라일리도 9.19점을 받았다.
셀틱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나면 26일 마더웰과 스코틀랜드리그 경기를 치른다. 오현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 소집에 응하기 위해 국내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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