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올리브 나무, 팔레스타인은 '수박'

윤민혁 기자 2023. 11. 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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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에서 수박 이미지나 이모티콘을 마주한다면 '좋아요'를 누르는 데 조금 신중하는 게 좋겠다.

테크크런치는 "포르노 산업을 옥수수 이모티콘으로 우회해왔듯 인터넷상의 '완곡어법'으로 수박이 쓰이는 셈"이라며 "올리브 나무가 이스라엘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듯 이제 수박이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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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색 조합 팔 국기와 같아
검열 회피 이미지로 널리 쓰여
트위터에 한 이용자가 올린 수박을 사용한 팔레스타인 지지 이미지. 트위터 캡처
[서울경제]

소셜미디어(SNS)에서 수박 이미지나 이모티콘을 마주한다면 ‘좋아요’를 누르는 데 조금 신중하는 게 좋겠다. 수박이 팔레스타인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검열 우회 수단으로 쓰이는 탓이다. 색 조합이 팔레스타인 국기와 같은데다 가자지구에서 수박 요리를 즐겨 먹는다는 데서 나온 상징물이다. 수박을 절반으로 자른 모양이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IT전문지 테크크런치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X(옛 트위터)에서 수박 이모지(이모티콘)가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 같은 단어를 대체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사용자들이 수박을 프로필이나 피드 최상단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팔레스타인인들은 오래 전부터 수박을 ‘저항의 상징’으로 내세워왔다고 한다. 수박의 색 구성과 모양 등이 팔레스타인을 떠올리게 하는 데서 시작된 행동이다. 팔레스타인 국기는 검은색과 하얀색, 초록색과 빨간색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수박 씨와 줄무늬, 껍질, 과육과 같은 색이다. 수박은 팔레스타인 요리에 흔히 쓰이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요리 전문 매체 본 애페팃은 최근 “수박은 북아프리카가 원산지로 레반트 지역 요리에 흔히 쓰여왔다”며 “익지 않은 수박과 가지, 고추, 토마토를 볶아서 찐 뒤 빵 위에 올려 먹는 ‘파텟 아제르(fatet ajer)’는 남부 가자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중 하나”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위터에 한 이용자가 올린 수박을 사용한 팔레스타인 지지 이미지. 트위터 캡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기 사용을 금지한 1967~1993년 중에는 수박이 국기를 대체하기도 했다고 한다. 올해들어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국기 사용을 재차 금지하고, 전쟁 이후에는 영국 등 친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 국기 사용을 범죄로 규정하자 수박 이미지와 이모티콘이 SNS를 타고 다시금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시작 후 SNS 상에서 명시적인 정치적 메시지에 대한 검열이 강화되자 수박 이모티콘 사용은 더욱 흔해졌다. 테크크런치는 “포르노 산업을 옥수수 이모티콘으로 우회해왔듯 인터넷상의 ‘완곡어법’으로 수박이 쓰이는 셈”이라며 “올리브 나무가 이스라엘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듯 이제 수박이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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