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지방 소특집ㅣ후쿠시마현 아다타라산] '진짜 하늘'을 품은 살아 있는 활화산

신준범 2023. 11. 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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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아사히국립공원의 조망 명산⋯
곤돌라로 해발 1,300m대에서 산행 시작
아다타라산 정상. 불끈 솟은 바위 위에 올라서면 파노라마로 시원하게 경치가 터진다.

일본 100명산인 아다타라산安達太良山은 후쿠시마현의 활화산이다. 1,700m 높이로 능선의 시원한 경치와 활화산에서만 볼 수 있는 유황 분화구가 매력으로 손꼽힌다. 산 이름은 활화산에 걸맞게 용광로를 뜻하는 다다라タタラ에서 왔다는 설과 인근 아다치安達 지역 최고봉을 타로太郎라 불렀다 하여 아다타로安達太郎에서 왔다는 설, 홋카이도와 동북지방에서 살았다는 아이누족의 말 '젖가슴'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다.

후쿠시마현은 동북지방 최고봉인 오제 국립공원의 히우치가다케(2,356m)와 반다이산(1,819m)을 품고 있으며, 아다타라산은 반다이아사히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히우치가다케, 반다이산, 아다타라산은 모두 일본 100명산에 뽑혔으며, 후쿠시마현 100명산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산이 많은 지역이다.

후쿠시마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넓은 현이다. 내륙, 중부, 해안 3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아다타라산은 내륙과 중부의 경계에 있다. 동일본 대지진 원전사고가 났던 해안지역 후바타에서 직선거리로 70㎞ 정도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춘천까지의 직선거리와 비슷하다. 내륙지방은 아이즈라고 부르는데 전형적인 산악지형으로 일본의 전통가옥과 옛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아다타라산 정상에서 누마노다이라 분화구로 이어진 능선길. 맑은 날에는 반다이산과 후쿠시마 일대가 드러나는 명조망 능선이다.

아다타라산은 몇 만 년 전에는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활발한 화산이었으나 안정화되면서 2,400년 전부터 마그마 수증기만 폭발을 반복하고 있다. 발톱이 무뎌졌다고 하지만 활화산의 위험은 아직 남아 있다. 1658년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1900년에는 수증기가 폭발해 광산이 무너져 7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인 1997년에는 유화수소가스가 뿜어져 나와 등산객 4명이 사망해 분화구 둘레를 도는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산간도로를 굽이굽이 오르던 버스는 해발 970m, 아다타라산고원 스키장에서 멈췄다. 곤돌라를 타고 순식간에 고도를 높여 1,337m의 능선에 닿았다. 6월에도 녹지 않은 흰 눈이 드문드문 고여 있는 아다타라의 능선은 평범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곰보 같은 구멍이 나 있다. 부드럽게 뻗은 초록색 사면에 띄엄띄엄 거대한 구멍이 있고 여기에만 잔설이 남아 있다.

목도를 따르던 산길은 금세 오르막 계단으로 바뀐다. 표지판에는 '아다타라산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진짜 하늘이다'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이곳을 고향으로 둔 일본 시인 다카무라 코타로가 쓴 시의 한 구절이다. 하늘과 닿은 듯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아다타라산의 주능선을 단적으로 표현한 시 구절이다.

6년 전통의 쿠로가네고야산장. 숙박과 조식·석식은 물론이고 온천도 가능하다.

아다타라산은 봄에는 야생화, 가을엔 단풍, 겨울엔 심설이 볼거리다. 한겨울엔 눈이 3~4m까지 쌓이는데, 산세가 비교적 완만한 덕분에 다른 계절에 비해 오히려 산행이 더 수월하다. 대신 스노슈즈(설피)와 아이젠이 필수다.

목도가 사라지자,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다. 많은 등산객이 다닌 탓에 산길이 깊게 패였다. 군대 참호마냥 1m 깊이로 푹 들어갔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이었다면 데크계단을 깔았겠지만, 그대로 두었다. 눈잣나무, 분비나무, 조릿대, 철쭉, 물푸레나무, 소나무가 섞여 숲은 정글마냥 빽빽하지만 오를수록 납작 엎드리고 있다. 강한 바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산수국과 철쭉을 필두로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요정 같은 야생화들이 오름길의 길동무가 된다.

정상은 지리산 천왕봉 같은 바위더미다. 파노라마로 트여 있어 바람이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다. 땀으로 젖은 몸이 1분이 못 되어 말라버린다. 바위 아래에 숨어 방풍재킷으로 몸을 꼭꼭 여미고 아다타라산의 머리 위에 오른다. 잡고 오르도록 쇠사슬을 고정해 놓아 그리 어렵지 않다. 아침엔 파란 하늘이 보였는데, 텃새를 부리는지 빠르게 구름이 흘러가며 시야를 막아선다. 일본 100명산 정상답게 반듯한 표지석과 작은 돌탑, 삼각점, 산 이름을 적은 목판이 있다.

드문드문 드러나는 넓은 풍경, 마음 한구석의 걱정이 바람에 휘말려 날아간다. 원전에서 70㎞ 떨어졌다지만 가도 될까,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나 등등 아다타라산은 가기 전부터 마음 한구석의 짐 같았다. 정상 경치와 바람은 그런 응어리를 알고 있다는 듯,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원초적인 힘이 있었다. 산에 대해 닫혔던 마음이 열린 듯, 웃음이 났다. 산은 잘못이 없음을, 산이 내어주는 비경을 보면서야 깨달았다.

살아 있는 화산의 진면모를 보여 주는 누마노다이라 분화구. 흰색 흙은 화산재가 쌓인 것이다.

56년 전통의 일본식 산장

주릉을 걷는다. 나무나 풀이 전혀 없는 흙길, 연기를 뿜어내는 활화산의 영향 탓에 식물이 살지 못한다. 소 등 같은 푸근한 능선을 따라 걷자 아다타라산의 백미인 거대한 분화구, 누마노다이라沼ノ平가 펼쳐진다. 도쿄돔 4개 크기의 대형 분화구인 누마노다이라는 백록담 같은 둥근 모양이 아니다. 공사 현장처럼 지형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모래산도 곳곳에 솟았다. 톡 쏘는 유황냄새와 흰색의 화산재, 짙게 내려선 구름이 섞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분화구를 따라 종주하는 코스도 있지만 원점회귀를 위해 지능선을 타고 내려선다. 아다타라산의 또 다른 명물인 일본 전통 산장 쿠로가네고야くりがね小屋로 향한다. 국내에선 볼 수 없는 고산식물인 이와가가미 꽃이 곳곳에 피어 핑크빛으로 배웅한다. 맞은편 능선에는 거대한 바위벽이 설악산 울산바위처럼 뻗었다. 바위 아래로 산사태 흔적이 생채기처럼 뚜렷이 남았는데 동일본 대지진 때 무너진 것이다.

지능선을 따르던 산길이 사면을 가로질러 계곡에 닿자 곰처럼 자리 잡은 듬직한 산장, 쿠로가네고야가 나타난다. 56년 역사를 자랑하는 산장으로 국립공원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단다. 일본 특유의 정갈함이 실내 곳곳에서 묻어난다. 시선을 끄는 건 화산 온천수를 그대로 사용한 온천탕이다. 3~4명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작지만 100% 천연 온천이라 효험이 좋다고 한다. 숙박과 온천, 저녁·아침식사를 포함한 가격이 6,320엔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60여 명이 묵을 수 있지만 비성수기인 탓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산꾼들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지만 아늑한 쿠로가네고야는 둘러볼수록 하룻밤 묵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시 숲으로 든다. 삼나무와 물참나무, 사스래나무로 빼곡한 산길에 철쭉과 병꽃나무, 보라색 바람꽃이 잎을 살랑거리며 유혹한다. 숲을 빠져나오자 아침에 곤돌라를 탔던 오쿠다케奥岳 등산로 입구다.

산행 정보

오쿠다케 등산로 입구에서 곤돌라를 타고 능선에 올라, 정상과 누마노다이라 분화구, 쿠로가네고야산장을 거치는 원점회귀 10㎞ 4시간 산행. 해발 1,338m의 주능선까지 곤돌라로 고도를 올릴 수 있어 비교적 수월하며 아다타라산의 명소를 두루 거치는 코스다.

외길이라 길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한글 이정표가 없으므로 등산지도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누마노다이라에서는 쿠로가네고야산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갈림길을 지나치면 원점회귀가 어렵게 된다.

쿠로가네고야산장은 2층 구조이며 다다미가 깔린 2층 숙소에는 두툼한 이불을 구비하고 있어 매트리스나 침낭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온천은 비누와 샴푸, 치약 등을 사용할 수 없으며 물로만 씻어야 한다. 저녁 9시까지 온천욕 가능. 캔맥주와 사케를 판매하며 저녁식사는 카레를 제공한다. 숙박과 온천, 저녁·아침식사를 포함한 가격 6,320엔.

아즈마코후지산 吾妻小富士

반다이아사히국립공원의 작은 후지산이다. 정상은 둥근 분화구(1,707m)이며, 해발 1,600m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제주도의 성산일출봉처럼 10~20분만 계단을 오르면 자연 분화구에 오를 수 있다. 약 10만 년 전에 화산 활동이 멈췄으며 바람이 강한 민둥산이라 장쾌한 경치를 보여 준다. 마치 지구가 아닌 화성의 분화구 위에 서 있는 듯 독특한 풍경이 매력적이다. 분화구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적설량이 많아 11월이면 도로가 폐쇄되며 4월에 문을 연다. 특히 봄이 되면 눈이 녹으면서 산 사면에 토끼 모양의 잔설 무늬가 생긴다. 이곳 농부들은 '눈토끼'라고 부르는데, 눈토끼가 나타나면 봄이 왔다는 신호로 여겨 파종을 시작한다.

다케온천 쿠누기다이라호텔 온천욕

다케온천은 아다타라산 동쪽 기슭의 자연온천단지다. 온천수는 ph2.5의 산성천으로 산행 후 온천 시 신경통, 근육통, 관절통, 만성소화기질환, 냉증, 피로회복, 만성피부염에 효능이 있다.

쿠누기다이라櫟平호텔은 산 속 단아한 호숫가의 숙소로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온천호텔. 남녀 각각 카케나가시(온천물을 계속 흘려보내는 온천욕)를 즐길 수 있으며 10가지 약초를 섞은 약초 노천탕을 운영한다. 매일 14~17시 노천탕에서 마수자케(정종) 무료 제공.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숙소로, 다다미 스타일의 객실이라 일본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전통 코스 요리가 일품으로 손꼽힌다. 음식 양은 적지만 음식이 계속 나와 푸짐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홈페이지

kunugidaira.com

전화 81-0243-24-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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