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일본 히로시마현 도고산]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 싶은 산

신준범 2023. 11. 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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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 서부 중국지방 산악지대의 여왕으로 꼽히는 초원 명산
험준한 산만 아름다운 건 아니다. 부드럽고 넉넉한 품의 산도 얼마든지 감동적일 수 있다. 도고산 정상에 올라서면 세상의 중심에 선 것 같은 착각을 느낄 만큼 이상적인 풍경을 만나게 된다.

세상의 중심에 선 것 같았다. 모든 산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완벽한 산의 겹쳐짐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확 트인 능선은 하늘과 맞닿아 있어 몇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아무도 없는 넓은 초원 능선으로 외길이 나 있었다.

일본인 등산 가이드는 곧 어두워지니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지만, 노을이 뿜어내는 감미로운 빛의 세레나데에 홀려 계속 앞으로 걸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이라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여행'도 가능할 것 같았다.

조수희 대표의 얘기가 계속 맴돌았다. "그냥 여행이 아니라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여행을 만들고 싶으니, 신 기자가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여행'이라니 솔깃했다.

일본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는 조 대표는 트레킹 여행을 진행한 경험이 없어, 기자에게 대상지 몇 곳을 둘러보고 한국사람 취향에 맞는 3~4일 일정의 트레킹 여행을 짜달라고 제안했다.

히로시마현에 와서 며칠을 둘러보고 든 생각은 '2% 부족하다'는 것. 산단쿄와 타이샤쿠교는 훌륭하지만 둘 다 계곡이었다. 여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멋진 능선'이 필요했다.

유명하다는 몇 군데 산을 올랐고 나쁘지 않았지만, 일본까지 와서 오를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다른 산을 수소문하게 되었고, 마쯔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 운전기사인 아라타니씨에게 "친구들과 가끔 올라 라면을 끓여 먹는 곳이 있는데 능선이 정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 산을 찾았다.

히바도고타이샤쿠比婆道後帝釋 국정공원은 히로시마현과 시마네현·돗토리현에 걸쳐 있다. 혼슈 서부 중앙에 자리한 산악지대로 1963년 국정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의 도립공원 정도로 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산은 히바야마比婆山연봉으로 본지에도 소개된 바 있다. 오늘 산행지는 또 다른 명산 도고산道後山(1,271m)이다.

산밖에 없는 산악지대에 솟은 산이지만 스키장이 있어 8부능선까지 찻길이 나있다. 도로가 끝나는 주차장의 고도는 1,079m. 정상까지 200m만 고도를 높이면 된다. 안내를 맡은 교토대 산악부 출신 프로가이드 오오쿠보씨는 6km 거리이며 넉넉하게 잡아도 3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는 쉬운 산이라 알려준다.

도고산은 혼슈 서부지역인 중국지방 산악지대의 여왕으로 손꼽힌다. 고산식물이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맑은 날이면 동해와 돗토리현 다이센산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특히 산 능선의 우아한 대초원은 여왕으로 불리기에 부족함 없이 아름다웠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곱고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아 스키장이 인기다.

'여왕 산'이란 별명처럼 푸근한 육산이다. 부드러운 젖무덤 같은 봉우리 두 개가 솟았다. 이와히산岩樋山·도고산道後山 두 개의 봉우리다. 쯔끼미가하라月見ヶ丘 주차장이 산행 들머리. 주차장도 볼거리다. 스키장 슬로프 꼭대기에 있어 몇 걸음 걸으면 공짜로 시원한 경치를 볼 수 있다.

정상 안내판과 너른 경치가 기다리는 도고산 정상.
이곳 국정공원에서도 '여왕 산'이라 불리는 건 우아한 대초원의 비경 덕분이다.

감미로운 산경의 바다에 빠지다

너른 오솔길이 산행 초반 부드럽게 몸을 풀어 준다. 오를수록 산길은 좁아지더니 얕보지 말라는 듯 가파른 오르막을 짧게 내어주기도 한다. 물참나무와 조릿대, 철쭉이 섞인 빽빽한 숲이 경치를 꼭꼭 숨겨둔다. 갈림길 이정표에서 이와히산이 아닌 도고산으로 향한다. 두 봉우리를 다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간이 늦어 주봉인 도고산으로 곧장 간다.

노각나무와 주목, 소나무가 드문드문 서서 참나무숲의 독재에 반기를 든다. 오르막을 직상으로 치고 오르던 산길은 얼마 가지 않아 이와히산을 우회하는 사면길로 안내한다. 2km를 오르자 산행시작 40분 만에 주능선 삼거리다. 두 봉우리 사이의 안부에 닿자 깜짝쇼마냥 시야가 뻥 트인다.

하늘과 맞닿은 초원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부드러운 둔덕을 따라 뻗은 길, 보는 것만으로 의욕이 불끈 솟는다. 마음은 이미 둥근 능선 너머까지 올라가 있다. 등산인이라면 걷지 않고선 배기기 힘든 달콤한 초원의 향연이 펼쳐진다.

도고산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고도가 높아지며 혼슈 서부 산악지대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몸과 마음을 모두 열어젖히는 이 시원한 개방감. 우리를 둘러싼 능선의 파노라마. 점점 붉게 드리우는 오후의 마지막 햇살. 이 드넓은 풍경 속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일본이 아닌 외딴 행성에 혼자 떨어진 느낌이랄까. 약간의 고독감과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될 것을 몸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곧 해가 완전히 질 테니 정상까지만 다녀오라는 가이드의 말을 뒤로하고, 걸음을 서두른다.

키 작은 조릿대와 회양목, 철쭉을 지나친다. 도고산 역시 두 개의 봉우리인데, 1271m봉이 아닌 1268.9m봉이 정상이다. 높이가 낮은데 정상으로 인정받는 건, 그만큼 경치가 수려하다는 뜻.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너른 풍경이 계속 가슴에 와 닿는다. 1271m봉에 오르자 정면으로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밀밭 사이로 난 길인 듯 누런 조릿대 사이로 부드럽게 난 길이 매력적이다. 노을이 내려서는 넉넉한 품의 정상, 달 표면처럼 둥글고 너른 터에 정상 표지목만 조촐하게 서있다. 북쪽으로 다이센산이 힘 있게 솟았다. 워낙 산세가 기운 넘쳐 시선을 강하게 끌어 당긴다.

도고산을 둘러싼 산들의 파노라마. 적당한 거리에, 적당히 여유를 두고, 너무 빽빽하지 않게 황금비율로 에워싸고 있다. 여기가 세상의 중심인 것 같은 느낌. 여왕의 산답다. 도고산을 추천해 준 아라타니씨의 말대로 여기서 돗자리 깔고 음식을 먹는다면, 아무리 맛없는 음식이라도 그 추억만큼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천재 화가의 솜씨마냥 세상을 절묘한 빛깔로 그려내는 노을을 바라보며 하산한다. 감미로움의 바다를 떠난다. 2% 부족했던 '일본 트레킹 상품'이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여행'을 가슴에 안고 산을 내려선다.

타이샤쿠교帝釈峡

세계 3대 기암으로 뽑힌 압도적인 석회암다리

히바도고타이샤쿠 국정공원의 명소로 손꼽히는 계곡이다. 히로시마현 북동부 쇼바라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18km에 이르는 긴 계곡이다. 국정공원으로 지정되기 훨씬 전인 1923년에 이미 일본 명승지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예부터 수려함을 인정받았다.

타이샤쿠교는 석회암 계곡이다. 타이샤쿠강帝釈川이 석회암 대지를 깊이 침식해 만들어졌으며, 특히 석회암이 화학적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천연 다리인 온바시雄橋가 유명하다. 세계 3대 기암으로 손꼽히는 온바시는 자연 석회암 아래로 계류가 흐른다. 타이샤쿠교의 대표적인 비경으로, 보통 온바시 앞에 서면 압도적인 기암의 모습에 감전된 듯 멈추게 된다. 온바시는 높이 40m, 길이 90m, 폭 19m에 이르는 일본 제일의 천연 석회암 다리이며, 타이샤쿠교가 명승으로 지정된 것과는 별도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타이샤쿠교의 석회암다리 온바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독특한 볼거리다.
녹음이 매력적인 호수 신류코. 유람선을 타고 둘러 볼 수 있다.
원시림과 신선한 계곡이 조화로운 타이샤쿠교. 완만하고 너른 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져 체력이 약한 사람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온바시에서 300m 정도 하류로 내려가면 산책로 바로 아래에 단교케이断漁渓가 있다. 계곡에서 가장 급류를 이루는 곳이며,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단교断漁라 불린다. 이외에도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 서있는 흰 절벽과 소규모의 종유동굴이 여럿 있다. 하쿠운동굴은 타이샤쿠교에 있는 동굴 중 유일하게 관광할 수 있는 종유동굴로 입구는 좁지만 내부에는 높이 20m, 폭 5m의 공간이 있다.

타이샤쿠교계곡의 중앙에는 발전 전용 댐인 타이샤쿠가와댐이 있다. 댐으로 만들어진 인공호수 신류코神竜湖도 아름답다. 호수에는 유람선이 취항하며 댐 부근까지 유람할 수 있다. 주위에는 여관, 온천 등 관광시설이 있고 특히 가을 단풍이 곱기로 유명하다.

트레킹은 계곡 옆으로 이어진 널찍한 임도를 따라간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 야요이식당을 출발해 온바시를 지나 단교케이를 거쳐 폭포인 소멘다키를 보고 다시 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멘다키까지 1시간, 되돌아가는 데 1시간 총 2시간 걸린다. 길이 완만해 노약자와 동행해도 어려움이 없다.

신비로운 선종 사찰에서 나를 비운다

불교 선종 사찰로 유명한 신쇼지神勝寺는 2016년 9월 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약 7만 평에 달하는 신쇼지는 정원을 포함해 건축, 미술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쇼와 시대(1926~1989년) 정원 창작자 나카네 긴사쿠는 바다의 파도가 연상되는 돌과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기념적인 건조물, 작은 폭포와 나무를 배치해 선禪 사상의 세계관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신쇼지에는 독특한 건물이 있다. UFO 또는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산 위의 배를 연상시키는 실험적인 건물 '고우테이洸庭'다. 실내에 들어서면 30분가량 선 사상을 표현한 실험적인 공연을 볼 수 있다. 오직 어둠뿐인 공간에, 희미한 빛이 하나둘 비추면서 수면에 물결이 일고 인간군상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판타지를 오직 빛과 물과 소리로 만들어낸다. 공연을 본 사람의 반응은 지루함 혹은 신선함 둘 중 하나다.

색다른 즐거움으로 신쇼지 스님이 직접 반죽해 만든 우동을 맛 볼 수 있다. 인내를 기본으로 하는 사찰 특성상 스님들은 하루 2끼 적은 양의 식사를 하는데, 보름에 한 번은 우동을 많이 먹을 수 있다. 이것도 엄격한 규율 속에 우리 스님들의 발우 공양마냥 남김없이 검소한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우동 전문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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