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해외 트레킹 명소ㅣ도고산·타이샤쿠교] 히로시마현 広島県 여왕의 산에서 만난 풍경의 황금 비율!
낮은 산에서 감동 받을 때가 있다. 자기와의 싸움 끝에 높은 산 정상에 올라 만끽하는 성취감도 좋지만,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낯선 땅의 싱그러운 숲을 걸으며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 시간, 유명세가 아닌 순수한 자연미 가득한 트레킹 대상지를 소개한다.
일본 히로시마현広島県 도고산道後山(1,268.9m)은 세상의 중심에 선 것 같은 완벽에 가까운 조망을 보여 주는 산이다. 해발 3,000m 대의 북알프스에 비하면 낮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다. 8부 능선까지 도로가 나있어 산행은 쉽고,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고요를 즐길 수 있다.
타이샤쿠교帝釈峡는 휴식 트레킹 길이 있는 맑고 청아한 계곡이다. 특히 세계 3대 기암으로 뽑힌 압도적인 자연 석회암다리 온바시雄橋가 있어, 평범한 계곡인 줄 알고 걷던 이들은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한다.
타이샤쿠교의 계류는 신류코神竜湖에 모인다. 타이샤쿠가와댐으로 생긴 인공호수인 신류코는 속세의 시름을 잊어버릴 정도로 녹음이 짙고 아름답다. 유람선을 타고 물살을 가르노라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미 넘치는 풍경에 절로 흐뭇해진다. 도고산, 타이샤쿠교, 신류코의 공통점은, 히로시마현의 청정 산골 지역인 쇼바라시庄原市에 있다는 것. 효율적인 일정으로 둘러보기에 알맞다.
쇼바라시는 일본 본섬인 혼슈 서쪽에 있다. 도고산은 히바도고타이샤쿠比婆道後帝釋 국정공원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의 도립공원쯤 되는 것이다. 이 국정공원은 히로시마현과 시마네현·돗토리현에 걸쳐 있다. 혼슈 서부 중앙에 자리한 산악지대로 1963년 국정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대표적인 산은 히바야마比婆山연봉으로 월간<산>에 소개된 바 있다. 도고산은 산행이 쉬워 누구나 오를 수 있으며, 푸근한 굴곡의 능선에는 키 큰 나무가 없어 시원한 경치를 걷는 내내 즐길 수 있다. 산행 소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경치가 주는 즐거움이 큰, 가성비 높은 산이다.
이와히산·도고산 잇는 대초원 종주
도고산은 혼슈 서부지역의 산악지대에서 여왕으로 손꼽힌다. 고산식물이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맑은 날이면 동해와 돗토리현 다이센산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특히 주능선의 우아한 대초원은 여왕으로 불리기에 부족함 없이 아름답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곱고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아 스키장이 인기다.
'여왕 산'이란 별명처럼 푸근한 육산이다. 부드러운 젖무덤 같은 봉우리 두 개가 솟았다. 이와히산岩樋山·도고산 두 개의 봉우리다. 츠키미가하라月見ヶ丘 주차장이 산행 들머리. 주차장도 볼거리다. 스키장 슬로프 꼭대기에 있어 몇 걸음 걸으면 공짜로 시원한 경치를 볼 수 있다.
스키장 덕분에 8부능선까지 도로가 나있다. 츠키미가하라주차장의 고도는 1,079m. 정상까지 200m만 고도를 높이면 된다. 산행은 너른 오솔길에서 시작되며, 오를수록 좁아진다. 물참나무와 조릿대, 철쭉이 섞인 빽빽한 숲이라 초반에는 경치를 꼭꼭 숨겨둔다. 첫 갈림길에서 왼쪽은 이와히산 정상으로 이어진 길이다. 이와히산 정상으로 올라, 초원 능선을 따라 도고산까지 간 다음 되돌아오는 것이 모범적인 코스다.
산행시작 40분이면 해발 1,271m의 이와히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깜짝쇼마냥 시야가 뻥 트이며 주능선의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능선은 부드러운 굴곡의 둔덕. 지평선 너머로 뻗은 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감탄을 내뱉게 된다. 이국적이면서도 부드러운 풍경,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편안함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등산인이라면 걷지 않고선 배기기 힘든 달콤한 초원의 향연이 펼쳐진다.
도고산 정상으로 다가가면 혼슈 서부 산악지대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몸과 마음을 모두 열어젖히는 시원한 개방감. 도고산을 중심으로 둘러싼 능선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일본'이란 나라는 현 시점에서 거북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토록 경이로운 자연을 미워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이 아닌 외딴 행성에 떨어진 것 같은 약간의 고독감과, 심장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이 산의 고요함,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될 것임을 몸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능선에는 키 작은 조릿대와 회양목, 철쭉이 대부분이다. 이와히산보다 높이가 더 낮은 도고산이 정상으로 인정받는 건, 그만큼 경치가 수려하다는 뜻. 도고산 능선을 걷는 내내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풍경들이 계속 가슴에 와 닿는다.
도고산은 파노라마로 열린 개방감이 매력적이다. 때문에 노을이 무척 아름답다. 풍경의 백미는 북쪽으로 힘 있게 솟은 다이센산을 보는 것. 워낙 산세가 기운 넘쳐 시선을 강하게 끌어 당긴다.
도고산을 둘러싼 산들의 파노라마는 북알프스에서 맛보기 어려운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준다. 적당한 거리에, 적당히 여유를 두고, 너무 빽빽하지 않게 황금비율로 에워싸고 있다. 마치 도고산 정상이 세상의 중심인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여왕의 산이다. 또한 도고산은 취사 제한이 없다. 돗자리 깔고 라면을 끓여 먹는 것도 도고산 산행의 큰 즐거움이라고 히로시마 현지 산악인들은 말한다. 다만 자연에 피해가 가지 않게 남은 국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는 철저히 되가져 가야 한다.
세계적인 석회암 다리 온바시
쇼바라시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타이샤쿠교다. 국정공원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히바도고타이샤쿠' 국정공원의 주인공으로 손꼽히는 계곡이다. 타이샤쿠교는 18㎞에 이르는 긴 계곡이다. 1923년에 이미 일본 명승지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예부터 수려함을 인정받았다.
타이샤쿠교는 석회암 계곡이다. 타이샤쿠강帝?川이 석회암 대지를 깊이 침식해 만들어졌으며, 특히 석회암이 화학적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천연 다리인 온바시雄橋가 유명하다. 세계 3대 기암으로 손꼽히는 온바시는 자연 석회암 아래로 계류가 흐른다. 타이샤쿠교의 대표적인 비경으로, 보통 온바시 앞에 서면 압도적인 기암의 모습에 감전된 듯 멈추게 된다. 온바시는 높이 40m, 길이 90m, 폭 19m에 이르는 일본 제일의 천연 석회암 다리이며, 타이샤쿠교가 명승으로 지정된 것과는 별도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온바시에서 300m 정도 하류로 내려가면 산책로 바로 아래에 단교케이断漁渓가 있다. 계곡에서 가장 급류를 이루는 곳이며,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단교断漁라 불린다. 이외에도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 서있는 흰 절벽과 소규모의 종유동굴이 여럿 있다. 하쿠운동굴은 타이샤쿠교에 있는 동굴 중 유일하게 관광할 수 있는 종유동굴로 입구는 좁지만 내부에는 높이 20m, 폭 5m의 공간이 있다.
타이샤쿠쿄 트레킹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 널찍한 임도를 따라 시작된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 야요이 식당을 출발해 온바시, 단쿄케이를 거쳐 쥬고쿠자연보도의 자연 숲길에 들어선다.
편백나무와 대나무가 숲길의 주를 이루고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고생스런 수준은 아니다. 중간에 쉬어갈 수 있도록 쉼터가 마련되어 있으며 모미지바시紅葉橋의 주차장에서 끝난다. 6km이며, 약 3시간 소요.
켄민노모리공원센터
히바야마 산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숙소이며 식당이다. 히바야마 주릉에 둘러싸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원점회귀 산행 기점에 위치, 당일 산행 후 휴식을 취하기에 만점인 곳이다. 저녁과 아침식사 또한 계절 재료를 사용해 정성스러우면서도 맛깔스런 음식을 내놓아 입맛을 즐겁게 해준다는 평이다. 히바야마(1,264m), 이케노단(1,279m), 케나시야마(1,144m)가 히바야마 연봉이며, 타원형의 산줄기 가운데에 켄민노모리 공원센터가 있다. 산줄기를 종주하는 산행은 6시간 정도 걸리며, 잘 보전된 숲의 자연미를 감상할 수 있다.
주소 広島県庄原市西城町油木 156-14.
문의 0824-84-2011, www.kenmori.jp
히로시마현 상세 관광 정보
히로시마현 広島県 kr.visithiroshima.net
히로시마현 관광문의처 02-725-3978
쇼바라시 관광협회 庄原市観光協会 www.shobara-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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