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저질렀는데 좀 도와주세요”…‘계곡살인’ 이은해 도피요청은 무죄
대법 “통상적 도피 행위 해당
일종의 방어권으로 봐야 해”
도피 도운 이들은 징역형 받아
‘계곡 살인’으로 복역 중인 이은해(32)와 조현수(31)가 검찰 조사 당시 수사당국을 피해 지인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행위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판례에 따르면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자신의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도피도 일종의 방어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무죄’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같은 방어권을 남용한 사정이 있다면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1·2심 법원은 “120일 넘는 도피 생활은 통상적인 도피 행위와는 다르다”며 두 사람이 피의자로서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증거가 발견된 시기에 도피했다거나 도피 생활이 120일간 지속됐다는 것,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 변호인을 선임하려고 했다는 것, 일부 물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 등은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된다”며 “(도피를 도운) 행위자들은 친분 때문에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조직적인 범죄단체를 갖추고 있다거나 도피를 위한 인적, 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러한 사정만으로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에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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