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경영진 멘트, 투자자가 AI로 진실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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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습니다."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와 규제 당국, 주주들의 비난을 촉발시킨 인수 건에 대해 프란시스 데수자 CEO는 공식 석상(실적 발표회)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지만, AI는 다른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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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떨림·속도 등서 신호 포착
텍스트 이면의 정보 획득 방식
펀드 운용에 관련 정보 추가도
“문제없습니다.”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 관계자가 건네는 ‘괜찮다’는 말을 투자자는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음성 녹음을 분석해 텍스트 이면에 담긴 ‘속마음’을 분석해주는 인공지능(AI)이 실제 금융투자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알고리즘을 활용한 800억 달러 이상의 퀀트 펀드를 운용 중인 네덜란드 자산운용회사 로베코(Robeco)는 올 초 AI로 얻은 오디오 신호를 운용 전략에 추가했다. 로베코 관계자는 “오디오는 텍스트에 있는 것 이상의 것을 포착한다”며 “오디오 신호를 전략에 추가한 뒤 수익률도 증가했고, 이에 더 많은 투자자가 이를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베코가 추가한 오디오 신호는 기업 임원들이 수익 발표회나 프레젠테이션에서 말한 음성을 녹음한 파일에서 추출한다. 녹음 파일을 미세하게 분석해 음성의 변화를 통한 신호를 포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글로벌 유전체 분석 솔루션 업체인 일루미나(illumina)의 프란시스 데수자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사임하기 두 달 전 진행된 실적 발표회 때 암 혈액 검진 스타트업 그레일 인수와 관련해 “(이 문제가) 회사의 아주 작은 부분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일은 2016년 20억 달러 가량을 투자받아 일루미나에서 분사했는데, 이후 2020년 일루미나가 이 회사를 다시 인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20억 달러를 투자 받아 분사한 회사를 4배의 돈을 주고 되사겠다는 방침이 반발을 산 것이다. 행동주의 투자자와 규제 당국, 주주들의 비난을 촉발시킨 인수 건에 대해 프란시스 데수자 CEO는 공식 석상(실적 발표회)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지만, AI는 다른 평가를 내렸다.
AI 음성 녹음 분석 기업인 스피치 크래프트 애널리틱스가 분석한 결과 그레일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CEO의 음성 속도와 음정, 음량에 변화가 있었다. 또한, ‘음’, ‘아’ 같은 추임새와 ‘꿀꺽꿀꺽’ 하는 소리도 늘었다. 스피치 크래프트 애널리틱스의 데이비드 포프 수석데이터 과학자는 FT에 “이는 민감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의 불안과 긴장의 징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실적 발표회가 끝나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데수자 CEO는 사임했다.
망설임과 일부 추임새는 기존 대화록에서는 제외되는 경향이 있지만, AI를 통한 음성 분석은 사람의 귀가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떨림’도 잡아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FT는 “많은 펀드가 이미 알고리즘을 사용해 실적 통화 내용 및 회사의 PT 녹취록을 분석해 경영진이 선택한 단어에서 신호를 수집하고 있다”며 “이제 펀드들은 단어들이 발화되는 방식에서 더 많은 메시지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은 모국어에 기반한 음성 녹음일 경우 효과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말하는 사람을 분석할 때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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