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는 '부실 PF' 자선단체인가

정영희 기자 2023. 11. 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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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프리마 호텔을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르피에드청담' 사업이 암초에 부딪쳤다.

지난달 18일 총 464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이 만기됐음에도 전체 채권액의 39%(1800억원)를 지원한 새마을금고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장에 반대한 탓이다.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해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 곡소리가 들리자 정부는 올해 다양한 PF 지원책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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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프리마 호텔을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르피에드청담' 사업이 암초에 부딪쳤다. 지난달 18일 총 464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이 만기됐음에도 전체 채권액의 39%(1800억원)를 지원한 새마을금고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장에 반대한 탓이다.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청담동마저 유동성 위기로 멈춘다면 다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건설업계에선 이젠 부도나 폐업이 먼 얘기가 아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5% 내에 들던 국원건설은 인천 서구 검암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을 진행하다가 지난 10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분양 실적이 좋지 않아 PF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 됐다.

PF 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30조3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6월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17%로 3월(2.01%) 대비 0.16%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 PF 연체율은 10.38%에서 17.28%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PF는 부실 가능성이 관측돼도 만기 연장만 되면 연체로는 잡히지 않기에 실제 위험군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해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 곡소리가 들리자 정부는 올해 다양한 PF 지원책을 마련했다. 4월에는 기존 은행·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증권사·저축은행 외에 상호금융권까지 참여기관을 확대한 PF 대주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1조원 넘는 규모의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했다. 9월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보증 한도 확대와 요건 완화 등의 대책이 담겼다.

PF 시장은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급격한 금리인상과 지난해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레고랜드 부실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신용경색 문제가 큰 데다 향후 경제 변화 등에 따라 부동산 PF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고 작은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경색을 막아보려 하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된 적은 없었다.

부동산 호황기에 개발이익을 노리고 비싼 땅을 샀거나 '한 방'을 노리려는 무리한 투자 욕심으로 자금조달에 실패한 사업장까지 산소호흡기가 연결돼 있다. 이들은 언젠가 부동산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PF 만기를 연장하며 버티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레고랜드 부실사태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지금처럼 부동산·건설업계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선 언제라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성이 떨어진 현장까지 구하려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은 시장 상황이 나빠도 자금이 몰려든다. 일부 경제주체의 손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시장의 톱니바퀴를 멈추게 해선 안된다.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흘려야 할 눈물도 모두 쏟아내야 건전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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