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중정상회담, 치열한 기싸움 끝에 성사”
경쟁과 대화 병행 강조하는 미 “‘일주일?…한 달이면 될까“ 반응
"과열된 기싸움으로 이번 회담에서 큰 성과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중 정상회담을 몇 주 앞두고 중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이 미국 경제인들과 만찬을 먼저 하고 싶어한다며 이를 미국에 타진했다.
그러나 미 백악관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이슈가 많다면서 반대했고 결국 중국이 물러서 경제인들과 만찬을 회담 뒤로 미뤘다.
15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올 들어 처음 만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양국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마샬펀드의 미국 대표로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책임자인 보니 글레이저는 “중국과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양측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싸움이 벌어진다”고 했다.
정상회담 앞 미 기업인과 만찬 타진한 중국
미중 정상은 정찰풍선 사건 이후 접촉한 적이 없다.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주석을 만나는 장면도 기싸움의 예다.
당시 중국은 블링컨 장관이 인민대회당의 긴 테이블의 옆자리 멀리 떨어져 앉아 시 주석에게 애원하는 듯이 비춰지도록 연출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이를 부각했다. 블링컨 이전의 국무 장관들이 시 주석을 면담할 때 바로 옆자리에 앉은 관례를 깨트린 것이다.
블링컨 장관 방중을 전후해 중국은 블링컨 장관과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의 최고위 보좌관들의 비공개 이메일을 해킹했다.
WSJ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벌이는 신경전과 불신으로 양국과 관계 개선이 진전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양측 국내 정치상황도 회담 성공 어렵게 해
반면 미중은 양국의 경쟁이 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꺼린다.
미국은 유럽부터 호주까지 미국의 동맹국들과 관계가 중국 견제 전략에 중요하기에 중국과 긴장을 관리하기를 바란다.
미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일부 주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지난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중국이 차단한 양국 군사당국간 소통 재개가 합의될 것이라고 미 당국자들이 밝힌다. 또 중국산 펜타닐이 멕시코에서 마피아를 통해 미국으로 밀수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합의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은 미국이 통일에 반대하는 대만 정치 지도자들을 제어하기를 촉구해왔다. 또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제한이 일시적으로라도 완화됨으로써 외국 자본의 대중 투자가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주석은 궁극적으로 중국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미국을 이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를 바란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 빠르게 국제 제재를 구축하는 것을 보면서 기가 질린 중국이 전술적으로 미국과 긴장을 늦추기를 바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논평에서 미중 관계를 “갈등과 대결로 빠져 들어가지 않도록 안정,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미중 관계 개선은 일시적 현상, 구조적 악화 불가피
양국은 연 초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담 때 만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번 회담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미중 정상회담이 될 것이어서 회담이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점이 작용했다.
중국은 친중국 미 경제인과 정치인들을 활용해 미국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애써왔다.
수십 년 동안 중국과 거래해온 미 보험업계 거물인사 모리스 그린버그의 무산된 방중이 한 사례다. 지난 6월 올해 98살인 그린버그가 중국을 방문해 시주석을 만날 것으로 예상한 중국은 당시 앰뷸런스, 의사, 간호사들을 대기시켰다. 그린버그의 방문이 취소되자 준비했던 의료진은 올해 100살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맞이하는데 활용됐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 중국 고위 외교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한 때였다. 그러나 정상회담 후속 논의를 위해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문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미 외교 당국자는 중국이 왕이 장관의 방미를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블링컨 국무장관 외에도 고위급 당국자들을 중국에 보내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경제 제재, 기술 수출 제한 완화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계산된 조치였고 중국은 짜증을 냈다.
지난 8월 레이몬도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가 900달러가 넘는 고급 휴대폰 신제품을 발표했다.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중국이 만들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산 반도체를 탑재한 제품이었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이겨낼 수 있음을 과시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중국에서 나왔다. 레이몬도 장관이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리창 중국 총리가 화웨이 설립자를 만나 치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중국 미 컨설턴트 통해 정상회담 가능 알려
브릴리언트는 “중국측의 제1 관심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당황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위급 미 당국자들의 연이은 중국 방문으로 긴장이 줄었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다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 정부는 첨단 기술과 반도체 등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중국이 싫어할 조치를 연이어 발표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체면이 깍일 수 있음을 우려했다.
미 당국자들은 미 정부가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해서 중국과 경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 당국자는 “대화와 경쟁을 병행할 수 있다. 대화는 중국에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마침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이 대만 무기 수출과 중국 대기업 제재를 발표하자 중국은 정상회담 개최를 유보했다.
한 중국 당국자는 “우리는 일정 기간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주일?, 2주일?, 한 달이면 될까’라고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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