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그룹 꿈꾸는 OK금융, 캐피탈·저축은행 동반부실로 ‘시름’

진상훈 기자 2023. 11. 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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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캐피탈, 올해 부실채권 2000억원 돌파
OK저축은행도 PF부실·실적 악화로 시름
증권사 인수도 우리금융과 어려운 경쟁 예상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OK금융그룹 제공

증권사를 인수해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OK금융그룹의 전략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살 만한 매물이 부족해 목표로 한 증권업 진출에 애를 먹고 있는 데다, 그룹의 두 축인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도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OK금융은 지난 10월 19일 산하 대부업체였던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금전대부업 사업권을 금융감독원에 반납했다. 지난 1999년 ‘러시앤캐시’ 출범 후 24년간 그룹의 모태로 존속해 온 대부업을 접고 저축은행과 캐피탈, 증권 등을 포함한 종합금융사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저축은행, 캐피탈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될 경우 OK금융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OK캐피탈, 부실대출 2000억원 돌파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OK캐피탈은 지난달 31일 자로 171억5100만원 규모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OK캐피탈은 시행사인 포브로스가 전남 여수 웅천동 일대에서 진행해 온 ‘여수 웅천 롯데캐슬마리나’ 개발에 대출을 했는데, 해당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부실채권을 떠안았다.

OK캐피탈은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총 9건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부실채권 합산 규모는 196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6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떠안은 배달대행사 메쉬코리아 대출 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부동산 PF였다. 이번 여수 웅천 개발 사업에 대한 PF 부실채권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OK캐피탈의 올해 부실채권 총액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OK캐피탈의 부동산 PF 부실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OK캐피탈의 부동산 PF에서 브릿지론 잔액은 1조4000억원에 이른다. 브릿지론은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이 토지 매입 등을 위해 2금융권으로부터 고금리에 빌리는 돈을 뜻한다. 최근 부동산 분양 시장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OK캐피탈의 브릿지론 부실 우려가 늘고 있다.

OK캐피탈은 대부업을 청산한 OK금융에서 OK저축은행과 함께 양대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OK금융은 지난해부터 OK캐피탈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올해 3월 계열사인 예스자산대부를 합병해 자기자본을 늘렸다. 대부업 철수로 손에 쥔 돈을 캐피탈의 부실을 막는데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연이어 발생하는 PF 사업 부실로 자본 확충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 OK저축은행, PF 부실에 상반기 순익 20% 감소

또 다른 축인 OK저축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역시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데다,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에서 고전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OK저축은행은 53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인 670억원과 비교해 20.1% 감소했다.

문제는 OK저축은행도 부동산 PF 부실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조26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KB와 신한, 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분양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연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8.4%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 등 자산 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의 연체율 평균치인 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OK금융그룹의 양 축인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 매물 마른 증권사 M&A도 고민

OK금융그룹이 목표로 했던 증권사 인수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값어치가 있는 매물 자체가 부족해 증권업 진출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애초 OK금융을 비롯해 여러 인수 후보자가 눈독을 들였던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시가총액이 5500억원대 수준으로 인수하기에 적당한 규모인 데다, 전신인 동양종금증권 시절부터 소매영업과 개인 자산관리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안타증권은 최대 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등 매각을 공식적으로 부인해 당분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사라진 상태다.

사모펀드(PEF)가 매각을 추진해 왔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5월 LS그룹이 인수했다. SK증권과 한양증권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최대 주주 측이 공식적인 매각 의사도 밝히지 않아 OK금융이 사들이기에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OK금융은 괜찮은 증권사 매물이 나와도 우리금융지주 등 자금력에서 크게 앞서는 대형 지주사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라면서 “저축은행, 캐피탈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될 경우 인수 경쟁에 필요한 ‘실탄’을 조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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