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니가사는그집] 재건축 성지 혹은 무덤? 혼돈의 노원

김남석 2023. 11. 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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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중단·금리 상승에 분위기 급변
일부 단지선 분담금 문제로 사업 난항… 실거래가격 하락세
노원구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제공.

[글쓴이 말] 내집마련이 최고의 재테크가 된 시대입니다. 청약부터 급매, 경매 등 집을 사는 방법도 다양해졌습니다. 최근 매물로 나온 '내가 사려는 집'을 대신 분석해드리겠습니다.

노원구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다. 서울시 아파트값은 상승을 보였지만, 강북구와 함께 노원구만 주간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노원구는 '재건축의 성지'로 불린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은 단지가 55곳이나 집중돼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고, 재건축 예정 세대만 7만4000여가구에 달한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만 43곳이다.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면서 안전진단을 마쳤거나 추진 중인 곳만 18곳이며, 25곳도 현지조사를 마쳤다.

유명 학원가가 위치해 학군수요가 탄탄하고, 향후 재건축을 통해 집값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어 매수자의 문의도 끊이지 않던 곳이다. 특히 올해 초 정부가 꺼내든 '특례보금자리론을' 카드로 거래가 급증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단지가 특례보금자리론이 적용되는 9억원 이하 주택에 해당된 것이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대세다.

실제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7건에 불과했던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은 특례보금자리론이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올해 2월 190건으로 뛰었다. 송파와 강동구에 이어 자치구 중 3번째로 많은 거래량이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거래량 '탑3'에 들었던 노원구는지난 7월 이후 서울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자치구로 떠올랐다. 8월에는 유일하게 매매거래 300건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정부가 지난 9월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을 중단했고, 시중금리 인상 등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아실 통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노원구 아파트의 매매 매물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13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물은 5421건으로 강남 3구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매물이 적체돼 있다.

'재건축 성지' 이름값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 조합원이 전용면적 84㎡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는 현재 집값 수준인 5억원가량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가격 문제로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해당 단지가 전용 37㎡ 단일 평형으로 구성돼 기존 자산가치가 낮고, 일반분양 수가 적지 않아 조합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은 것이 높은 분담금의 이유로 분석된다. 하지만 노원구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 중에는 이곳처럼 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곳이 많아 비슷한 사례는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견되며 실거래가는 떨어지고 있다. 한 때 재건축 기대감에 8억원(2021년 8월)까지 올랐던 상계주공5단지(전용 31㎡)는 지난달 24일 5억원에 거래됐고, 바로 옆 상계주공 6단지 전용 59㎡는 한 달여만에 실거래가격이 7000만원이나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원구 아파트 단지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재건축을 진행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학원가와 학군 등으로 수요 역시 유지될 것으로 봤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단지들이 최근 실거래 최저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5단지 매물은 총 42건, 최저 가격은 5억원이다. 지난달 5억원에 실거래된 이후 추가 가격 하락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계동 외 중계동, 하계동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단지별로 최근 실거래가보다 낮은 '급매'는 관심을 가질만하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이 지지부진하고, 특례보금자리론 중단으로 수요도 줄었지만 매도자의 호가는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가격 등락 폭이 워낙 큰 단지인 만큼 저점과 급매만 잘 판단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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