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 페레이라···당할자가 없다
유리 프로하스카 2R 4분8초 KO승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기 선수 반열
알렉스 페레이라(36∙브라질)가 2년 만에 킥복싱에 이어 종합격투기(MMA) 최고 단체 UFC에서도 두 체급 정복에 성공했다.
페레이라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295: 프로하스카 vs 페레이라’ 메인 이벤트 라이트헤비급(93kg) 타이틀전에서 전 챔피언 유리 프로하스카(31∙체코)에 2라운드 4분 8초 훅 2연타에 이은 엘보 연타로 KO승을 거뒀다.
유례없는 킥복싱 두 체급 정복에 이은 UFC 두 체급 정복이다. 페레이라는 2017년 킥복싱 최고 단체 글로리(Glory) 미들급(85kg) 챔피언에 오른 후, 2021년 라이트헤비급(95kg)까지 정복했다. 이후 MMA로 전향해 2022년 UFC 미들급(83.9kg)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1년 만에 자마할 힐(32∙미국)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공석이 된 라이트헤비급 왕좌까지 차지했다.
두 체급 챔피언은 UFC 역사상 9명, 글로리 역사상 2명밖에 없다. 둘 모두에 해당하는 선수는 오직 페레이라뿐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레슬링(55kg) 금메달리스트로 UFC 플라이급(56.7kg)-밴텀급(61.2kg) 더블 챔피언에 오른 헨리 세후도(36∙미국)와 더불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기 스포츠 선수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한 업적이다.
페레이라는 1라운드 초반부터 강력한 카프킥으로 프로하스카의 다리를 무너뜨렸다. 프로하스카는 킥을 맞을 때마다 휘청거렸고,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변칙적인 타격과 테이크다운으로 반격해 라운드를 가져갔다.
2라운드에는 더 확실하게 프로하스카가 승기를 굳히는 듯했다. 강력한 훅 펀치가 여러 차례 적중되며 페레이라는 구석에 몰렸다. 하지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프로하스카는 동작이 큰 훅 펀치를 난사하며 달려들었다.
이때 페레이라의 강력한 훅 카운터 두 방이 꽂혔다. 쓰러진 프로하스카가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자, 페레이라는 관자놀이에 엘보 연타를 날렸고, 프로하스카가 다시 한번 쓰러지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프로하스카가 바로 일어났기에 일각에선 너무 일찍 말렸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페레이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톱이 빨랐다는 의견에 대해 “첫 번째 훅이 들어가고, 또 한 번 훅이 들어가자 프로하스카는 내 다리 밑으로 쓰러졌다. 나쁜 판정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프로하스카도 “결국 판정이 옳았다고 본다. 나는 정신을 잃었지만 결코 멈추지 않을 거였다. 이런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아쉬움 속에 판정에 승복했다
페레이라는 라이벌인 전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4∙뉴질랜드/나이지리아)를 1차 방어전 상대로 요구했다. 그는 “우린 많은 역사가 있다. 이 경기를 성사시키고 싶다”며 “아데산야, 아버지에게 오너라”라고 도발했다.
페레이라는 아데산야를 상대로 3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킥복싱에서 두 차례 이기고, 지난해 11월 UFC 281에서 TKO로 승리하며 미들급 챔피언 벨트까지 뺏었다. 하지만 지난 4월 UFC 287에서 KO패 당하며 다시 벨트를 내줬다.
아데산야는 지난 9월 UFC 293에서 션 스트릭랜드(32∙미국)에게 판정패하며 미들급 타이틀을 빼앗긴 후 2027년까지 휴식하겠다고 선언했다. 페레이라는 이를 “재능 낭비”라고 하며 “아데산야를 구해주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자신을 MMA로 오게 동기부여했던 아데산야에게 이번엔 자신이 기회를 주고 싶단 거다.
데이나 화이트(54∙미국) UFC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은 달랐다. 부상으로 오늘 타이틀을 반납한 힐이 우선이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힐이 준비되면 (페레이라와의) 경기를 성사시키겠다”고 단언했다.
아데산야의 타이틀샷에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이란 단서를 달며 “그가 다시 한번 페레이라와 싸우길 원한다면 먼저 라이트헤비급에서 한 경기를 주고, 이기면 기회를 주겠다”고 답했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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