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500%대’ 그래도 자신감 업… CJ CGV, 연말 회사채 찍어 고리대출 갚는다
지난 6월 유상증자 후 신용도 개선
산업은행 대표인수단 포함... 미매각 대비
CJ CGV가 개선된 신용도를 기반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등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신용도가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3분기 영업이익 달성에도 성공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공모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에 발행한 고리대출을 상환하려는 계획이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면 부채비율은 높아지지만 대외 이미지 하락이나 주주들의 반발 없이 회사 운용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CJ CGV는 지난 6월 유상증자 당시 모회사의 ‘꼼수’ 출자, 주주가치 희석 등의 논란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겪은 전적이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CGV(A-)는 내달 2년물 공모채 25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달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채 매입 수요를 조사하고, 연내 발행까지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대표 인수단에는 산업은행이 포함됐다. 이어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도 인수단으로 나선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운용하는 산업은행을 대표 주관사단에 포함해 미매각 가능성까지 대비했다.
CJ CGV가 부침을 겪은 건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부터다. 당시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실내 집합이 금지되면서 국내외 영화관 사업도 심한 타격을 입었다.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2020년 한 해 동안 7516억원의 역대급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 여건이 나빠졌다.
당분간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CJ CGV의 신용등급도 낮아졌다. 2020년 초 A+를 유지했지만, 연말에는 A-까지 하락했다.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까지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영업 창출 현금 수준 저하, 당기순손실 누적에 따른 자본 규모 축소, 재무 안정성 저하 등을 이유로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후 CJ CGV는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2020년 대규모 유상증자 이후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영구채 등 자본성 자금조달을 활용했다. 문제는 이자였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아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본질은 채권이어서 이자율이 높다. 보통 조기상환 만기 조건이 붙는데, 이때 상환하지 못하면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이자 부담이 배로 커진다. 이런 조기상환 조건을 스텝업(가산 금리)이라고 부르는데, 올해 스텝업 발동을 앞둔 영구채 규모만 2800억원에 달했다.
CJ CGV는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영구채 조기상환에 나섰다. 지난 6월 415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대대적인 자본 확충에 나섰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신용도가 떨어져 추가적인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 형국이었다. 2020년 7월 4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 발행 당시 미매각 전례도 있어 기관 투자자의 투자심리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당시 모회사의 꼼수 출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CJ CGV 모회사이자 대주주인 CJ가 보유 지분(48.5%)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CJ 자회사인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해 CGV에 편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CJ만 증자 부담을 덜어 소액주주 가치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을 현물출자하겠다는 계획 역시 기업가치 고평가를 이유로 법원이 제동을 건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유상증자 자금이 유입되며 올해 초 816%였던 부채 비율은 3분기엔 529% 수준으로 낮아졌다. 다행히 실적은 개선세로 돌아서고 있다. 연간 순손실은 2021년(-3388억원), 2022년(-2145억원)에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387억원으로 적자를 줄이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로 상향 조정했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CJ CGV의 회사채 발행을 염려하는 시장 관계자는 많지 않다. 실제 회사 측은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비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CJ CGV 관계자는 “부채 부담, 이자 부담을 줄이는 재무구조 개선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비율이 약간 높아질 수 있지만, 그간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한 상태여서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증권투자업계에서는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두고 있지만, 이번 CJ CGV 공모채 발행은 순항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 미매각됐던 CJ CGV 전환사채도 최근 시장에서는 인기 상품이 됐다”며 “이번 회사채가 단기물인 점을 감안하고, 대표인수단에 산업은행이 포함된 점 등을 고려하면 투자 심리가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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