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파고든 꿈을 이뤄주는 위험한 유혹, '하이쿠키'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3. 11. 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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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U+모바일TV

지난해 통계청 집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만 0∼17세)의 자살률은 2021년 10만명당 2.7명으로 증가,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만명당 1.2명이던 2000년보다 두배가 늘었으며 특히, 고교생(15∼17세)는 같은 기간 10만명당 5.6명에서 9.5명으로 증가했다는 서글픈 결과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 행복하지 않은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이쿠키'는 대입이라는 목적 하나로, 그 시기만 버티면 된다는 어른들의 외면 속에 경쟁으로 내몰린 아이들의 깊은 결핍과 욕망을 파고든 위험한 유혹에 대한 이야기다. 

U+모바일TV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쿠키'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그것도 학교 내에서 암암리에 퍼져나가고 있는 마약을 소재로 한다. 명문 사립고등학교 정한고 재학생인 민영(정다빈)은 전교 최상위 10위권 학생들로 이뤄진 S반이지만, '사배자'(사회적배려대상자)라고 따돌림을 당한다. 어린시절 친부로부터 성학대를 받던 언니 수영(남지현)과 가까스로 아버지를 벗어났지만, 얼굴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때문에 늘 마스크를 하고 있는 민영에게 마음을 짐을 느끼는 수영은 동생을 위해 학업도 중단하고 공장에서 일하며 헌신을 다한다. 어느날 정한고 전교 1등이 화장실에서 사망하고, 민영은 사건현장에 남아있던 쿠키 조각을 황급히 주워 흔적을 없애버린다. 우연히 민영의 교복에서 쿠키를 발견한 수영은 문제의 쿠키를 먹은 팀장이 변모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진=U+모바일TV

현재 12화까지 공개된 '하이쿠키'는 청소년과 마약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판타지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마약 쿠키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공부가 잘되며, 조금 더 먹으면 자신이 그려오던 꿈이 마치 현실처럼 생생하게 이뤄진다. '하이쿠키'는 마약을 통해 자신의 결핍과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을 파고든 위험한 중독을 그린다. 극중 인물들은 제각각의 상처와 아픔을 감추고 있다. 거금의 돈을 주고도 쿠키를 사는 정한고 학생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극한의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교와 자신을 향한 부모의 기대, 압박을 쿠키 한조각이 사라지게 해준다. '공부 잘하는 쿠키'만큼 지금 이 아이들에게 달콤하고 유혹적인 것은 없다. 

마약쿠키를 파는 민영은 폭력적인 친부에게 지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자신들을 외면한 어른들에게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아버지에게 성학대를 받아온 수영은 문제의 사건 이후 스스로를 향해 '잘 잊어가고 있다'라고 되뇌여왔지만, 평점한 또래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감추고 살아왔다. S반의 모범생이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부유한 동급생 진우(서범준)가 시키는 일들을 군말없이 하며 주눅들어있는 호수(최현욱). 돈과 성적, 외모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 없어 자만심에 가득 찬 듯 하지만 불치병을 앓고 있는 진우 등 모두가 나름의 상처와 결핍을 품고 있다. 

사진=U+모바일TV

다양한 성인 캐릭터들은 죄책감이나 도덕성을 상실하고 청소년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리낌없이 이용하거나 방관하는 이들로 그려진다. 최고의 입시 컨설턴트로 위장해 학교로 잠입한 휴직형사(김무열)는 다정하고 선의에 찬 얼굴로 다가와 '쉐프'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민영을 이용하고 위험에 빠뜨린다. 그의 뒤에 선 마약판매상(윤제문) 역시 잔인하고 폭력적인 인물이며, 학교 교사들은 뒷돈을 받거나 학교 평판만 생각하는가 하면,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세우는 속물들이다. 수영이 다니는 공장의 팀장은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여직원들의 성상납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호수의 아버지는 마약에 빠져 집안을 등한시하고 아들이 엄마의 병원비와 대학입학을 위해 애써 모은 돈을 훔쳐가는 인물이다. 

믿을 곳 없는 어른들을 비웃으며 죄책감 없이 범죄를 선택한 아이들. '하이쿠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그러나 범죄의 길로 들어선 아이들이 걸어갈 결과가 밝지 않으리란 예측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펑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졌던 수영 또한 동생을 구하기 위해 마약판매상이 되면서 이들 자매가 치러야할 대가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과 파격적인 소재, 주연배우들의 호연으로 12화까지 흥미롭게 전개된 '하이쿠키'는 이제 치명적인 유혹의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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