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BL 웨이췐 '24년 만에' 우승→당시 우수 투수 선정 '한국인', "감격스러워, 내년에 함께 하고파"

박연준 기자 2023. 11. 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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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타이완시리즈 웨이췐 구단의 마지막 MVP였던 김덕칠과 현재 김덕칠의 모습. 사진=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제가 다 감격스럽네요"

대만프로야구리그(CPBL)의 웨이췐 드래곤즈가 1999년 마지막 우승 이후 24년 만에 타이완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당시 타이완시리즈 우수 투수에 빛난 한국인 투수, 김덕칠 역시 소감을 전했다.

지난 12일, 타이베이 티엔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3 대만프로야구리그(CPBL) 타이완 시리즈 마지막 7차전 웨이췐 드래곤즈와 라쿠텐 몽키스의 맞대결에서 웨이췐이 6-3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웨이췐 구단은 지난 1999년 이후 2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앞서 타이완 시리즈 첫 승리를 가져간 팀은 웨이췐 구단이었다. 지난 4일 열린 1차전에서 웨이췐 구단이 3-2 승리를 거두었다. 이어 5일 열린 2차전에선 라쿠텐이 4-0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동률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치열한 혈투를 벌였고, 올 시즌 타이완 시리즈는 7차전까지 흘러가게 됐다.

캡쳐=CPBL 공식 SNS

7차전 선취 득점은 라쿠텐이 가져갔다. 1회 라쿠텐 4번 타자 랴오젠푸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선취 득점을 올렸다. 이어 웨이췐 드래곤즈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1회말 웨이췐은 장정위의 동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린시아오청, 장샤오홍의 연속 적시타가 터져 나왔다. 이어 가오샤오위의 2타점 적시타로 1회에만 무려 5득점을 올리는 빅이닝을 만들었다. 이후 라쿠텐은 2회 반격의 2점을 더 추가했으나,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날 경기 웨이췐의 선발이었던 드류 가뇽의 호투가 빛났다. 가뇽은 지난 2020시즌 KBO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하며 국내 야구팬에게도 잘 알려진 외인 투수다. 그는 이날 6이닝 3실점 호투를 펼치며 웨이췐의 우승에 일조했다. 또 키움 히어로즈 출신 제이크 브리검 역시 9회 마무리로 등판해 웨이췐의 우승을 지켜냈다. 

김덕칠(金德起)은 지난 1999년 대만 리그에 입성하여 당시 웨이췐에서 16경기에 등판해 46이닝 동안 4승 1패 2세이브 3.13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구단의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1999년 타이완시리즈 3차전 선발로 나서 8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타이완시리즈 우수 투수에 등극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웨이췐 구단의 마지막 타이완시리즈 우수 투수였다. 김덕칠 이후 웨이췐 구단의 시계가 멈춰있었던 것이다. 지난 12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대만 야구 전문가 김윤석씨에 따르면 "웨이췐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리그 3연패를 했었다. 다만 대만 리그에서 만연한 승부조작 사건으로 모기업의 야구단 운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1999년 팀 해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2019년 재창단을 거쳐 이날 우승을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선수 시절 자신의 투구 영상을 보고 있는 김덕칠. 사진=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김덕칠은 13일 오전, MHN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나도 감격스럽다. 24년 만에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며 "나 역시 여전히 대만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덕칠은 웨이췐 드래곤즈 우승 사령탑인 예쥔장(葉君璋) 감독에게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선수 시절부터 리더십이 강했던 친구"라며 "예 감독의 리더십이 웨이췐의 우승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예쥔장 감독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모습. 제공ㅣ김덕칠 본인

김덕칠이 웨이췐 소속 당시 예쥔장 감독과 환상의 호흡을 함께한 배터리였다. "항상 나에게 따듯한 모습을 보여준 포수"라고 기억하며 "마운드에 올라서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거나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현하면, 나와 한 몸이 된 것처럼 같이 화를 내주고 화이팅을 외쳐준 고마운 영혼의 배터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쥔장 감독을 한국식 발음으로 '군종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자신이 후원받던 글러브를 나에게 선물해 주기도 하고 항상 고마운 친구였다"고 말했다.

김덕칠, 은퇴 후 한국 야구 미래를 키워낸 지도자로

은퇴 후 김덕칠은 본격적으로 지도자 길에 올랐다. 그사이 이름을 '김도현'으로 개명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 잠신중학교 코치를 시작으로 야탑고등학교, 의정부 리틀야구단 감독과 동두천 리틀야구단 감독, 그리고 수원 장안고등학교 코치 등 여러 아마추어 명문 야구단에서 선수들을 키워냈다.

김덕칠이 키워낸 선수로는 KT위즈 소형준, 키움 히어로즈 주승우, 두산 베어스 박신지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 등 현재 KBO리그를 빛내는 여러 선수들이 있다.

김덕칠의 최종 목표 "웨이췐(味全)에서 지도자가 되는 것"

김덕칠의 꿈과 희망은 여전히 대만리그에 있었다. 그는 "한국인 최초 대만 리그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고교야구 감독을 하고 있는이 순간에도 그의 꿈은 오로지 "대만 진출"이다.

고교 감독이라는 괜찮은 직업을 두고도 대만 진출을 희망하는 이유로는 "돈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내 인생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지내고 싶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지만, 아내에게도 벌써부터 양해를 구했고 허락을 맡았다. 대만 구단에서 연락이 온다면 꼭 현지에서 코치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제공ㅣ김덕칠 본인

지난 9월 초, MHN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웨이췐 구단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웨이췐 구단 예쥔장 감독은 "김덕칠이 아직 야구계에 머물고 있다면, 우리 웨이취안 구단에서 코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 그가 우리와 함께하는 것은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다만 이후 웨이췐 구단의 후속 연락은 없는 상태다. 

대만 리그를 경험한 한국인 투수 타이틀을 넘어 어쩌면 대만 리그 최초 한국인 코치가 탄생할지 모른다. 웨이췐 구단의 전성기를 함께한 김덕칠. 과연 그가 다시 한번 웨이췐의 전성기를 함께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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