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약자의 시각으로 벼린 ‘검’ … ‘禁女 천장’ 베고 정의를 세우다[Leadership]

정선형 기자 2023. 11. 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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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 법조계 ‘女風’ 이끄는 1세대 검사 출신 3人
이노공은…
중앙지검 4차장 재직 당시
여성·아동 수사 등 진두지휘
노정연은…
아버지·남편 모두 검사 출신
서부지검장 당시 윤미향 기소
조희진은…
입찰 담합 기업에 손배 청구
4000억 넘는 국고손실 환수

법조계, 특히 검찰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유리천장이 높은 조직으로 꼽힌다. 이미 14년 전인 2009년 신규 임용 검사의 절반(51.0%)을 여성이 차지하고 2021년 기준 전체 평검사의 40%는 여성으로 구성돼 있지만, 아직 질적 성장까지 이뤘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이 많다. 지난 7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앙정부 고위 공무원 가운데 여성은 8.5%인데 검찰 조직에서 여성 고위직 비율은 더 적다. 그럼에도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이제 부장검사급에서는 여성 검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여성 최초 법무부 차관과 고검장이 탄생했다.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길을 닦은 1세대 여성 검사들은 검찰 조직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무부 창설 이래 첫 여성 차관을 맡은 이노공 차관 = 이노공(54·사법연수원 26기)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개각에서 법무부 차관에 올랐다. 법무부가 역사상 처음 맞이한 여성 차관이다.

이 차관은 여성 최초로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도 지냈다. 2018년 7월부터 약 1년여간 4차장으로 일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이뤄졌던 인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 차관의 사법연수원 한 기수 후배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이 차관은 4차장 재임 당시 여성·아동범죄와 과학기술 범죄 수사 등을 지휘했다. 당시 검찰은 서울 신림동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 집에 침입하려던 30대 남성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에서 비록 강간미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아 남성은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았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위협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또 작곡가 김창환 씨에게 아동학대 방조 책임을 묻는 등 여성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다.

줄곧 검사장 승진 후보로 거론되던 이 차관은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고 서울고검으로 좌천성 전보되자 2020년 3월 검찰을 떠났다. 이후 이 차관은 변호사로 개업해 법무법인 세종에서 근무해 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시 공직으로 돌아왔다.

◇‘솔로몬의 선택’ 그때 그 검사, 노정연 대구고검장 = 지난해 6월 단행된 검찰 인사에선 여성 1호 고검장도 탄생했다. 노정연(56·사법연수원 25기) 대구고검장이 그 주인공이다. 고검장급 자리인 법무부 차관에는 이 차관이 먼저 임명됐지만, 검찰 조직에 몸담고 있다가 일선 고검장으로 승진한 것은 노 고검장이 처음이다.

노 고검장은 검찰 집안 출신이다. 그의 집안은 유독 ‘최초’ 타이틀이 많다. 그의 부친 노승행 변호사는 사법시험 1회에 합격해 검사 생활을 했고, 1993년 광주지검장까지 지냈다. 노 고검장이 검사장 승진을 한 이후 최초의 ‘부녀 검사장’ 집안이 됐다. 노 고검장의 남편은 조성욱(61·사법연수원 17기) 전 대전고검장이다. 현재는 법무법인 화우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노 고검장은 최초의 ‘사법고시 동시 합격 남매’이기도 하다. 노 고검장은 동생인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같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을 함께 다녔다.

노 고검장은 2005년 서울북부지검 검사 시절 SBS 예능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에 1년 넘게 고정 출연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일했다. 2020년 8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서울서부지검장을 맡았다. 서부지검장 당시 ‘정의기억연대’ 출신 윤미향 의원을 횡령·배임·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여성 1호’ 타이틀만 수차례…조희진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 지난 6월 임명된 조희진(61·사법연수원 19기)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은 검사 시절 최초 여성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청장, 검사장 등 각종 여성 1호 타이틀을 독식했다. 그에 앞서 여성 검사가 2명 있었지만, 자리를 옮기면서 조 이사장의 임용 당시 여성 검사는 전무했다.

1998년 신설된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에 최초로 임명돼 여러 정책을 수행했다. 성폭력상담소 창립 초 사법적 프로세스에 대해 자문하고, 법무부 산하기관 중 최초로 청주여자교도소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등의 일도 주도했다. 특히 조 이사장은 검찰 재직 당시 공공 발주 입찰 담합 기업에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4000억 원이 넘는 국고 손실을 환수하는 등 정부 소송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30년 가까이 검찰에 재직한 조 이사장은 2018년까지 서울동부지검장을 맡은 뒤 검찰 조직을 떠났다. 2018년 8월부터 최근까지 흔하지 않은 여성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도 활약했다. 이 같은 경력을 높게 평가받아 조 이사장은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면서 민간과의 소송을 담당하는 성격의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으로 낙점됐다.

■ 정유미 대검 공판송무부장·김선화 의정부지검장… 檢 요직 ‘대약진’

9월 인사 고검검사급 34명 보임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 주요 보직에 여성의 진출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도 법무부 11명, 대검찰청 12명, 서울중앙지검에 11명의 고검검사(차·부장검사)급 여성 검사가 보임했다. 당시 법무부는 “여성 고검검사급 검사 다수를 발탁해 법무·검찰의 각급 주요 보직에 고루 배치했다”고 밝혔다.

검사장 승진 인사로는 정유미(51·사법연수원 30기)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눈에 띈다. 정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대전지검 형사2부장 등을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당시 법무부의 징계 청구에 반대했던 검사들 중 하나다. 2020년 임은정 당시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고위 검찰 간부의 인사거래 제안’을 폭로하겠다고 나서자 이를 정면 반박한 사건도 유명하다. 당시 그는 “적어도 그 내용이 진실되고 구성원 다수가 동의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임 부장검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선화(54·사법연수원 30기) 의정부지검장도 검사장급에서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 손꼽힌다.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검사, 제주지검 차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을 역임한 김 검사장은 우수 여성 검사 발탁을 기조로 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시절 차장검사로 발령받았다. 지난해 초 ‘검수완박’으로 불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이 국회에서 강행될 당시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면, 국민이 형사사법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부장검사로 보임해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하게 될 34∼36기도 주목받고 있다. 앞선 기수에 비해 여성 검사 비율이 대폭 늘어난 기수여서, 검찰 내부에서는 이들의 인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방검찰청에 재직 중인 한 검사장은 “여성 법조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던 시기이고, 여자는 법원, 남자는 검찰로 간다는 인식이 깨졌던 시점에 검찰에 들어온 여성 검사들”이라며 “여성의 비율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인사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성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서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도 전체 검사 234명 중에 여성이 72명(30.7%)이다. 중앙지검에서 여성 검사 비율이 30%를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다만 반부패수사부 등 주요 부서에 여성이 배치되지 않는 등 여성의 보직이 한정된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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