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 "전청조, 시한부인 척 카드 빌려 명품 쇼핑...포인트 적립은 '남*희'"

암 환자 행세하며 병원비 대납 요구
지인 신용카드 받아내 백화점 결제
수백만 원 할부금 피해자가 대납 중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27)씨가 1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사기 혐의로 체포된 전청조(27)씨가 말기 암 환자 행세를 하며 지인 신용카드를 빌려 백화점에서 수백만 원어치 명품 쇼핑을 했단 증언이 나왔다. 백화점 포인트는 '남*희'로 적립됐는데,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란 주장도 제기됐다.

12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씨 지인인 사기 피해자 A씨는 지난 2월 23일 병원비를 결제해야 한다는 전씨의 요청에 카드를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그 카드로 명품 쇼핑을 했다.

A씨가 카드사에 요청해 받은 영수증을 보면 전씨는 같은 달 24일 오후 8시 30분쯤 백화점명품 매장에서 원피스 4벌에 대한 가격 512만500원을 결제했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명품 매장에선 캐리어를 구입하고 239만 원을 결제했다. 영수증 하단에는 백화점 포인트 적립자 이름이 ‘남*희’로 나와 있다. 해당 매장에서 각각 5,120포인트, 2,390포인트가 적립됐다. A씨는 "전씨가 당시 함께 쇼핑한 사람이 남현희씨라고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전씨를 지난해 3월 29일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전씨는 A씨에게 본인이 암 말기 환자라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며 동정심을 유발했다고 한다. A씨는 암 투병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전씨에게 종종 카드를 빌려주며 병원비를 빌려줬다고 한다. 하지만 뒤늦게 전씨가 카드를 명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카드를 회수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전씨는 남씨와의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와서 갚겠다고 했으나 다 갚지 않아 A씨가 할부금을 대납하고 있다. A씨는 전씨를 고소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사기 행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최근에도 A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전씨가 평소 불안할 때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또 그러지 않을까 염려됐다"며 "무서운 마음에 얘기라도 들어주자는 생각에 통화하면 주로 전씨가 신세 한탄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10일 전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전씨는 "남씨와 공모한 것 맞느냐" "펜싱협회 후원은 남씨가 제안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호송 차량에 올랐다.

경찰은 전씨와 남씨의 사기 공모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전씨의 사기 피해자는 23명이고, 피해 규모는 28억 원이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