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인질협상 전격 중단"…가자 최대 병원 공격 문제 삼아(종합)

김성식 기자 권영미 기자 정윤영 기자 2023. 11. 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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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최대 알 시파 병원…이스라엘군 공격받아"
"병원 표적 삼지 않아…하마스가 지휘소로 둔갑"
지난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 시파 병원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2023.11.08.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권영미 정윤영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격을 문제 삼아 인질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병원을 공격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을 그은 뒤 인명피해의 책임을 하마스 탓으로 돌렸다.

인질 협상에 정통한 하마스 관료는 이날 로이터 통신에 "가자지구 알 시파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 때문에 인질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하마스 관료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질 석방에 대한 예비 합의에 도달하는 데 여러 장애물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 시파 인근에선 가자시티 포위를 마친 뒤 지난 7일부로 시가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알시파 병원의 심장 병동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알 쿠드스 병원은 연료 고갈에 따른 정전으로 이날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유엔 인도주의 기구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중 20개 병원은 양측의 교전으로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의도적으로 알시파 병원을 표적으로 삼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하마스가 병원 건물과 지하를 지휘통제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는 자신들과 알 시파 병원은 무관하며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이를 관리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제공한 연료 300ℓ는 병원 자가발전기 가동에 30분밖에 쓸 수 없는 만큼 환자들을 우롱하는 조치로 보고 단호히 거부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인질 협상 진행, 지상군 투입 성과"…"가자지구 '다른 당국'이 통치해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질 석방을 위한 물밑 교섭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저런 종류의 협상이 임박했다는 식은 들었지만 모두 허구란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우리가 지상 작전을 개시한 순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인질 석방을 위한 물밑 교섭이 있었냐'고 질문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있을 수 있다"면서 모든 교섭은 결국 하마스에 "군사적 압력을 가한 결과였다"고 자평했다.

다만 인질 안전과 협상 결렬을 우려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함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현재 가자지구에 240명의 인질이 억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네타냐후 총리는 종전 이후 구상에 대해 "가자지구는 다른 당국이 통치해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당국을 지칭하는지는 "아직 말하기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급증한 데 대해선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하마스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린 분명히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전투가 없었기 때문에 병원 운영, 인큐베이터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어젯밤 제공했지만 하마스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휴전 촉구한 구호단체들 "병원이 영안실 된다"…美·EU "병원 인근에선 교전 자제"

이날 가자지구 내 병원 운영에 관여하는 국제 구호단체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국경없는이사회(MSF)는 성명을 내고 "휴전을 통해 이 유혈사태를 즉각 중단하지 않거나 최소한 환자의 의료 후송을 하지 않으면 이들 병원은 영안실이 된다"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의료 종사자들과 생명유지 장치가 필요한 수백 명의 부상한 환자들, 병원에 남아 있는 난민들의 안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해 왔던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이날 이스라엘 측에 병원 인근에서의 교전은 자제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무고한 사람들,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국방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병원과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이스라엘을 향해 "적대 행위가 병원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민간인 보호를 위해선 최대한의 자제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접경지 인근에서 이스라엘 군용 차량이 가자 지구로 줄지어 가고 있다. 2023.11.13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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