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횡재세 도입 시 연 최대 ‘1.6조원’ 내야…논의 구체화에 ‘안절부절’[머니뭐니]
은행 초과이익 환수 법안 4건 상정돼
5대 은행 기준, 순이익 2.5~11.9% 수준
‘안절부절’ 은행권, ‘기업가치 하락’ 우려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을 향한 정부여당의 사회공헌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야당에서 ‘횡재세’ 도입을 선언하고 나서며 실제 은행 초과이익 환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들이 적지 않은 수준의 ‘횡재세’ 납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하락은 물론 기업가치 하락을 대비해야 하는 은행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초과이익 환수를 목적으로 상정된 ‘횡재세’ 관련 법안은 총 4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5대 은행의 지난해 기준 횡재세 규모는 최소 3400억원에서 최대 1조6400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대 은행이 거둔 순이익(13조7472억원)의 2.5~11.9% 수준이다.
예컨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초과이득에 대해 과세표준 50%의 법인세율을 환수토록 했다. 다만 공제 규정을 도입할 시 과세표준 대비 초과이득세 실효세율은 15~25% 수준이다. 이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기준 납부액은 최소 9800억원에서 최대 1조6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 4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서민금융법 개정안은 연내 기준금리 1%포인트 이상 상승 시 20% 이상 초과이익의 10%를 서민금융에 출연토록 했다. 이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지난해만 약 4475억원의 횡재세를 내야 했다. 아울러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인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 횡재세 납부액은 약 3400억원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각기 다른 기준으로 발의된 법안 및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은행 초과이익 일부로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방향의 횡재세 도입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한국형 횡재세 도입’ 토론회를 열고 구체적인 입법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음날(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이에 대해 “민생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횡재세 도입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여론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했고 미국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찬성 측의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헤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년 이상 이어진 고금리에 은행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년 동기(0.24%)와 비교해 0.19%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확대 등 부실채무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줄어들며 손실흡수능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시중은행들의 가장 큰 걱정은 기업가치 하락이다. 그렇지 않아도 ‘저평가’에 속한 국내은행의 기업가치가 횡재세 도입 등 규제 리스크를 계기로 바닥을 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올 2월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이 이어지며, 은행주 투자심리는 바닥을 기었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올 1월 기준 693.61이었던 KRX은행지수는 4월 602.2까지 하락했다. 이달 초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 등 비판 발언을 이어가며, 은행주는 코스피 상승률(2.8%) 대비 2주 연속 초과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 금융지주 IR 관계자는 “금융당국발 강경 발언이 이어지며 은행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내년 총선까지 업종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초과이익 환수가 이루어질 경우 그 파급력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과이익 환수가 ‘횡재세’와 같은 형태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정부는 은행권의 사회공공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기업들의 이윤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횡재세’와 관련해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지금은 은행 쪽에서 어떤 식을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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