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나이(숙성연수)의 비밀, 소비자 알 권리 침해
연산 표기 사라지고 보석 이름으로 대체
무연산 이지만 출고 가격은 연산 있는 제품과 똑같은 게 문제
‘연산 있는 위스키로 드릴까요?’
종업원이 손님에게 이렇게 물을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위스키 제품들은 하나같이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위스키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여겼던 숙성 연수 표기 제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스카치위스키에 ‘숙성 기간(이하 연산)’을 표시하는 건 영국 스카치위스키 협회가 품질 유지를 위해 규정을 두고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소위 ‘위스키 12년산’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최소 12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을 사용해야 한다. 바꿔 말해 연산이 없다는 것은 사용된 원액의 나이를 알 수 없다. 연산이 높을수록 당연히 값비싼 원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표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과거 국내 위스키 시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12년산 이상 제품이 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에 크게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무연산 위스키가 대세가 된 요즘은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014년 5월에 출시된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제품은 패키지를 리뉴얼 한다면서 은근슬쩍 17년이란 연산 표시를 없앴다. 숙성연수가 낮은 원액을 사용하면 당연히 제조원가가 낮아진다. 하지만 이런 무연산 제품이 기존 위스키 17년산과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윈저 17년과 임페리얼 17년 제품의 경우 도매장 출고 가격이 4만 40원이다. 하지만 무연산 위스키를 대표하는 골든블루 다이아몬드의 경우 숙성 연산이 없음에도 출고가가 4만 28원으로 윈저, 임페리얼과 12원 차이다.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상식적으로 어느 제품이 더 많은 이익이 남을지 분명해 보인다.
윈저 17년과 임페리얼 17년은 스카치위스키로 도수가 40도이다. 저도주 유행을 타고 윈저와 임페리얼 역시 저도주 위스키를 출시했다. W17과 임페리얼 블랙 17이라는 제품인데 이 제품들은 17년 원액을 99% 이상 사용한 프리미엄 스피릿이다. 국내 주세법 분류상 기타 주류이지만 소비자들은 위스키로 인지하고 있고 위스키 제품에만 적용하는 RFID 태그도 부착되어 있다. 이 두 제품의 도매장 출고 가격은 3만 7202원으로 무연산인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보다 오히려 병당 2826원이 저렴하다. 각각 35도와 36.5도라는 도수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무연산이 오히려 17년을 숙성한 원액을 사용한 제품들보다 더 비싼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연산 표기가 없다는 것은 몇 년 숙성한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는지 소비자는 전혀 알 수 없다”라며 “제조 업체가 최상의 원액을 사용한다고 주장할 뿐 정확한 연산을 밝히고 있지 않아 사실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골든블루는 이런 ‘연산 착시’ 효과에 힘입어 무연산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수혜자로 손꼽힌다. 지난 2012년까지 적자이던 골든블루는 무연산 제품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를 출시하면서 회사의 수익성이 해마다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골든블루는 지난 201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원가가 32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1.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109억원으로 234.1%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골든블루 사피루스가 출시된 다음해인 2013년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7.4% 늘었지만 매출원가는 78.5% 증가 하는 데 머물렀다. 매출원가 비중을 매출액과 비교하면 2012년 62.7% 수준에서 2014년 43.4%로 뚝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연산이 없어진 만큼 원가 경쟁력이 매우 높아졌다고 추론할 수 있다.
높아진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골든블루는 해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22년 기준 골든블루는 국내 위스키 1위 제품으로 무려 535억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 숙성연수에 관해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당해 온 것은 아닌지 의심을 금할 수 없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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