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혼다 전동화 방향성을 담다, e:Ny1
2023. 11. 13. 09:00
-B세그먼트 전용 전기차, 멀미 없는 전기차 지향
-국내 시판 계획 없어, 향후 2년 후 전기차 수입
75년 전, 기술 연구소로 시작한 혼다. 하지만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전동화를 피할 수는 없다. 과거 CVCC로 저공해 엔진의 시대를 열고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탄소중립 흐름에 대응하려면 결국 엔진을 멈춰야 한다.
최근 유럽에 출시된 e:Ny1은 전기차로 향하는 혼다의 두 번째 카드로, 대세로 자리매김한 SUV 차체와 긴 주행가능거리, 편안한 승차감을 담았다. 국내 판매 계획은 없지만 혼다의 전동화 의지를 읽기엔 충분하다. e:Ny1을 혼다 R&D 센터에서 시승했다.
▲HR-V 기반 BEV의 가치
e:Ny1은 내연기관 제품인 HR-V의 순수 전기차 버전으로, 전동화 요소들을 더해 차별화했다. 차명은 전동화(Electirc)를 의미하는 'e'와 새로움(New)을 뜻하는 'N'으로 이뤄졌다. 'Y'는 판매 지역(유럽)을 가리킨다. 중국의 경우 'S'가 붙는다.
e:Ny1의 전반적인 상품성은 새로운 디자인 접근법과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을 결합한 패밀리카를 지향한다. 외관은 2박스 스타일을 바탕으로 수수하게 꾸몄다. 개성보다는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지향해 친근한 느낌이 짙다. 전면부는 사람의 눈을 닮은 LED 헤드램프와 새로운 형태의 혼다 엠블럼, 내연기관차의 그릴에 해당하는 부분을 둘러싼 알루미늄 효과의 가니쉬를 통해 인간친화적 디자인을 구현했다. 여기엔 전기차만을 위한 기능도 담았다. 그릴 자리에는 커버를 마련하고 그 안에 충전구를 배치했다. 보닛 아래를 가로지르는 검정색 스트립은 충전 시 상태를 알 수 있는 표시를 점등한다. 충전이 끝나 케이블을 제거하면 헤드램프가 윙크를 하며 작별 인사를 한다.
측면은 반듯한 실루엣과 긴 휠베이스, 18인치 알로이 휠로 거주 공간과 주행 성능을 강조한다. 차체 아랫부분과 바퀴 주변은 플래스틱 클래딩을 둘러 크로스오버 성향을 표현했다. 하부엔 배터리를 둘러싼 구조가 살짝 보인다. 뒷좌석 도어 핸들은 필러쪽에 숨겨 쿠페의 느낌을 연출하기도 했다.
후면은 좌우로 길게 뻗은 LED 테일램프와 혼다 레터링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역시 HR-V와 같은 디자인이지만 브랜드 로고 대신 레터링을 반영한 점이 많이 다르다. 차체 크기는 길이 4,387㎜, 너비 1,790㎜, 높이 1,584㎜, 휠베이스 2,607㎜로 유럽 B-세그먼트에 해당한다.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담백하다. 그럼에도 미래지향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담아 HR-V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용자 중심의 15.1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다. 상단은 커넥트 영역으로 내비게이션, 시계, 카메라 디스플레이를 표시하는데, 혼다가 만든 로봇인 아시모가 반갑게 인사하는 화면을 띄워 기술력을 암시하기도 한다. 중간은 오디오, 앱 및 설정, 전기차 관련 메뉴 등의 운전자 지원 영역을 보여준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사용자 성향에 따라 개별 설정할 수 있다. 하단은 공조 시스템 제어 기능을 고정적으로 표시한다.
이밖에 편의품목은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 무선 애플 카플레이, 유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마련했다. 혼다 커넥트를 통해 스마트폰의 마이 혼다 플러스 앱을 통해 충전 관리나 잠금 및 해제, 에어컨 조절 등을 원격으로 할 수도 있다.
공간은 패밀리카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좌석은 적절한 착좌감과 지지력을 높인 좌석을 통해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뒷좌석은 차급 이상의 다리 공간을 제공해 안락한 장거리 주행도 가능할 것 같다. 적재공간은 기본 361ℓ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1,176ℓ까지 늘어난다.
▲멀미 없는 전기차
e:Ny1는 혼다의 e:N 아키텍처 F(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차체 하부에 장착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68.8㎾h의 용량으로 최장 412㎞(WLTP 기준)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DC 급속 충전을 통해 45분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동력 및 구동계는 최고출력 150㎾(204마력)의 전기 모터와 파워 드라이브 유닛, 변속기를 통합한 3-in-1 모터가 앞바퀴를 굴리는 구조다. 그 무게는 성인 1명 수준인 77.4㎏에 불과하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7.6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력은 비슷한 체격의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경쾌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차체의 움직임은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핸들링은 전기차와 크로스오버 특성을 모두 지녀 불리할 줄 알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원하는 만큼의 조향 감각을 선사하며 불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타입-R 제품군으로 고성능 전륜구동차를 선보였던 노하우가 가감없이 반영된 셈이다. 여기엔 혼다의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이 효과를 발휘한다. 운전자가 원하는 구동 배분을 감지해 자연스러운 선회를 돕는다. 핸들링 성능을 중요시 하는 유럽 소비자를 위한 품목이다.
회생 제동은 소극적으로 이뤄진다. 타력 주행을 강조해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이 경우 내연기관차만큼 자연스러운 감속이 가능하다. 패들 시프트 레버로 3단계 조절이 가능하지만 가장 강하게 했을 때에도 무리하게 속도를 줄이지 않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혼다 관계자는 편안함과 정숙성을 극대화하고 즐거운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데 개발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주행 모드는 Econ과 일반, 스포츠의 세 가지를 지원한다. 각 모드의 차이는 극적이지는 않지만 큰 편이다. Econ은 가속 반응과 공조 시스템을 최대한 억제해 주행 효율을 높이며, 일반은 편하게 주행할 수 있는 환경을 이끌어낸다. 스포츠는 가속 페달이 예민하게 바뀌면서 나름 역동적인 달리기를 보여준다. 짧은 시승으로 인해 확인하지 못한 혼다 센싱은 전방 충돌 방지, 도로 이탈 경감, 차로유지보조, 교통 표지판 인식, 운전자 주의 모니터, 트래픽 잼 어시스트 등의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포함한다.
▲거부감 없는 전동화
e:Ny1은 다양한 면에서 자연스러운 전동화를 추구하는 혼다의 방향성을 가감없이 담은 차다. 디자인, 상품성은 물론, 주행 성능에서도 위화감 없는 전기차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스트레스와 멀미가 없는 주행 감각은 여느 전기차에서 접하기 어려운 혼다 전기차만의 매력이다. 향후 2년 후 혼다가 국내에 선보일 순수 전기차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이유다. 영국 시판 가격은 4만4,995~4만7,195파운드(한화 약 7,265만~7,599만원)다.
우츠노미야(일본)=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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