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 것 없다, 잘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공룡들 24세 국대포수 솔직담백 화법, 은근히 빠져드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직히 한 것 없다.”
NC 다이노스가 연일 포스트시즌 격전을 치르던 지난 2일이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 승리에 이어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스윕, 그리고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1~2차전 승리까지. 포스트시즌 파죽의 9연승을 달리던 시점이었다.
주전포수로 안방을 책임진 김형준(24)은 KT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매우 차분한 모습이었다. 당시 NC 선수들은 서서히 피로감이 몰려올 때였다. 이미 1~2차전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이 늦는 등 징조가 보였다. 김형준 역시 준플레이오프까지 홈런 세 방을 때렸지만, KT와의 1~2차전은 7타수 무안타에 희생플라이에 의한 타점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서일까. 김형준은 당시 “솔직히 한 것 없다. 잘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라고 했다. 매우 담백하고 덤덤한 어조였다. 생애 처음으로 치르는 포스트시즌 강행군을 두고서도 “체력이 좀 떨어져서 힘들긴 한데, 괜찮다. 몸 관리를 잘 하고 있다”라고 했다.
담백하고 덤덤하지만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혔다. 두 외국인투수 에릭 페디, 태너 털리를 두고서 “페디는 스위퍼가 잘 먹혔다(10월30일 1차전). 나는 내 생각대로 사인도 냈고, 페디도 다른 것 던지고 싶다고 한 적도 있었다. 태너는 전략을 좀 바꿨는데 점수를 줬다. 오늘 경기서도 상황을 보면서 움직여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포수 출신 강인권 감독은 김형준이 경기흐름보다 타자의 장, 단점을 활용하는 볼배합을 한다고 평가했다. 당연히 결과론이다. 정답이 없다. 잘잘못을 얘기한 게 아니라, 그만큼 김형준이 공부를 많이 한다는 칭찬이었다. 페디, 태너 관련 얘기를 통해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솔직담백한 어투지만 주관은 확실하다. 대형포수로 성장할 자질이 무궁무진하다. “솔직히 한 것 없고 잘 했다 생각한 적도 없다”라는 말은 겸손이다. 실제로 KT와의 플레이오프 3~5차전 연패도 못 막았고, 그 시리즈의 타격도 8타수 1안타 2득점이 전부였다.
그러나 누가 김형준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세광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1라운드 9순위로 입단한 뒤 1군 통산 185경기 출전이 전부인 포수가,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포스트시즌 10경기 강행군을 이끌었다. 결과만 남는 포스트시즌서 경험이라는 말이 어불성설이긴 하다. 그래도 김형준은 올 가을 돈 주고도 하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다.
김형준은 16일 개막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한국대표팀의 주전 포수이기도 하다. 또 한번의 소중한 경험을 눈 앞에 뒀다. 특유의 차분함으로 대표팀 투수들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그 솔직담백한 화법이 들을수록 기억에 남는다.
당시 김형준은 “부담도 없고, 내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도 하지 않는다. 2차전 9회말 위기서는 동점이 되더라도 역전 점수만 주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타구를 잘 잡은 (김)주원이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용찬 선배님도 세이브를 하고 있으니 괜찮다. 투구가 빠지면 그저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 투수들이 안 빠트리게 잘 던져준다”라고 했다.
이런 포수와 호흡을 맞추는 투수들은 심리적으로 편안할 듯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보이지 않는 원동력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보면 볼수록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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