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영화 마션처럼 달에서도 감자 키울까
달 복제토에서 담뱃잎 무게 4배 늘어나
우주정거장과 달 착륙선에서도 식물 재배
표면에 단열 소재 덮어 온실화 연구도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은 우주인은 기지에서 자신의 배설물을 비료 삼아 감자를 재배한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The Martian)’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인류가 반세기 만에 유인(有人) 달 탐사를 추진하면서 달 기지에서 작물을 재배할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중국농업대의 쑨전차이(Sun Zhencai) 교수 연구진은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달 토양에 특정 박테리아를 추가하면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식물 필수 영양분인 인수치 200% 증가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됐던 유인 달 탐사를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으로 재개했다. 과거와 달리 우주인이 달에 잠시 머물다 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기지를 세워 장기 체류시킬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달 기지는 식재료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달 표면에 쌓여 있는 먼지 형태의 토양은 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이전에 아폴로 탐사에서 채취한 달 토양에 실험용 식물인 애기장대를 재배한 적이 있지만,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하여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중국농업대 연구진은 인을 만드는 박테리아 3종류가 식물이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인산칼슘을 인으로 바꿀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인은 식물의 필수 영양분이다.
연구진은 바실러스 무실라기노서스(학명 Bacillus mucilaginosus), 바실러스 메가테리움(Bacillus megaterium), 슈도모나스 플루오레센스(Pseudomonas fluorescens)라는 박테리아를 각각 달 토양에 첨가했더니 3주 후 모두 인 수치가 2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세 가지 박테리아를 모두 첨가하면 토양의 산성도(pH)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토양이 더 산성화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토양에서 인산염을 녹여 식물이 성장에 쓸 수 있는 인이 방출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인공 월면토 실험서 식물 성장 입증
연구진은 박테리아가 있는 토양에서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번 결과는 실제 달 토양에서 한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달 탐사에 대비해 인공 월면토(月面土)를 만들고 실험을 한다.
달 토양은 지구와 크게 다르다. 지구의 흙은 대기와 마찰로 둥글게 닳지만, 달은 약한 중력 탓에 대기가 없어 사방이 뾰족한 형태다. 게다가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 때문에 달의 먼지는 강력한 정전기를 띤다. 조금만 충격을 줘도 공중으로 떠올라 어떤 물체든 달라붙는다. 식물 재배는커녕 우주복과 장비를 망치는 골칫덩어리이다. 중국 연구진은 화산 토양을 이용해 달 복제토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박테리아가 있는 인공 월면토에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Nicotiana benthamiana)’를 키웠다. 호주 원산지인 이 식물은 연초를 만드는 ‘니코티아나 타바쿰(Nicotiana tabacum)’과 같은 담배속(屬) 식물이다. 6일 재배 결과 박테리아가 있는 월면토에서 자란 식물이 일반 월면토에서 자란 식물보다 줄기와 뿌리가 더 길었다. 무게도 4배나 더 나갔다. 빛을 화학 에너지로 변환하는 엽록소도 박테리아 토양에서 자란 식물에서 24일 후 100% 이상 많았다.
다른 과학자들은 달 토양으로 식물을 재배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 다른 영양분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구 토양에서 영양분을 만드는 박테리아 수천 종을 달 토양에 추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주정거장, 달 착륙선에서도 식물 재배
영화 마션처럼 우주에서 키울 감자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 2016년부터 국제감자센터 페루 지부에서 현지 연구진과 공동으로 감자 1000종을 재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40종은 페루 안데스산맥에서 자라는 자연산이고 나머지는 극한 환경에 잘 견디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종들이었다. 흙도 화성과 비슷한 페루 사막의 것을 이용했다.
우주에서도 식물 재배 실험이 진행됐다. 나사는 2015년 우주정거장에서 로메인 상추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 비행사들이 상추를 시식하기도 했다. 우주정거장 내부는 햇빛과 중력이 없어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다. 나사는 물로 식물을 키우는 ‘베지(Veggie)’라는 수경 재배 장치에서 빨강·파랑의 발광다이오드(LED) 빛으로 채소를 재배했다.
중국은 달에서 식물 재배에 성공했다. 충칭대 연구진은 2019년 1월 달 뒤편에 착륙한 창어 4호에 식물 생육 장치를 실어 보냈다. 여기서 목화씨가 싹을 틔웠다. 충칭대 연구진은 목화에 이어 유채와 감자도 싹을 틔웠다고 밝혔다. 당시 실험을 기획한 충칭대 연구진은 “인류가 최초로 달 표면에서 진행한 생물 성장 실험”이라며 “달과 같이 중력이 낮은 곳에서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알면 미래 우주 기지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표면을 공기를 함유한 물질로 덮으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의 로빈 워즈워스 교수 연구진은 2019년 ‘네이처 천문학’ 단열 효과가 좋은 에어로겔(aerogel)로 화성 표면을 덮어 자외선을 차단하고 온도를 높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은 화성에서 온실을 만들어 식물을 키운다. 그러나 온실을 지을 자재를 달이나 화성까지 가져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워즈워스 교수 연구진은 햇빛이 반투명 상태인 얼음이나 눈을 통과하면서 내부 온도를 높이는 온실효과를 이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지구의 얼음이나 눈을 에어로겔로 대체했다. 에어로겔은 유리를 만드는 규소가 산소와 결합한 이산화규소가 성글게 얽혀 있는 물질이다. 부피의 97%가 공기여서 가볍고 빛이 잘 통과한다. 실험에서 2~3㎝ 두께의 에어로겔이면 그 아래 화성의 지표면 온도를 50도까지 높이고, 자외선은 60%까지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명체에 가장 해로운 자외선C는 99.5% 차단했다.
참고 자료
Communications Biology(2023), DOI: https://doi.org/10.1038/s42003-023-05391-z
Nature Astronomy(2019), DOI: https://doi.org/10.1038/s41550-019-0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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