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거래’ 이정곤 감독 “위태로운 청춘에 끌렸어요”[스경X인터뷰]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초반의 친구 셋이 모였다. 술잔을 기울이다 한 명이 취했고, 마침 인생의 막다른 길에 몰리던 두 친구는 갑자기 부잣집 아들인 쓰러진 친구를 납치하기로 마음먹는다. 처음에는 역할놀이 같았던 납치극,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이 납치극은 진짜 납치가 되고 청춘들의 인생을 바꾸는 비극이 된다.
OTT 플랫폼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를 연출한 이정곤 감독은 충동적인 결정으로 위태로운 사건에 뛰어드는 청춘을 다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방금까지 술잔을 나눴던 친구를 납치해 집에다 금품을 요구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판타지 같은 설정. 이 감독은 1회 대본의 한 대사를 보고 드라마를 연출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이런 대사가 나와요. ‘우리 같은 애들은 10년을 일해도 5억원 절대 못 모아’라고요. 납치범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니 당연히 가해자 입장이라는 걱정이 됐지만, 이 대사로 결심했어요. 만들고 나서도 ‘범죄가 성공하고 성과를 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 인물이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이야기’라고 해주시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네요.”
동명의 인기웹툰이 원작인 ‘거래’는 친구들의 납치극에서 납치를 당한 박민우(유수빈)가 오히려 공범을 제안하는 새로운 설정을 넣었고 민우의 엄마(백지원), 황총재(정인겸), 조대리(김도윤) 등 납치에 개입하는 인물의 서사를 두텁게 하면서 8부작의 드라마가 됐다. 무엇보다 짧게 깎은 머리에 육두문자를 내뱉는 이준성 역 배우 유승호의 변신이 눈에 띈다.
“준성의 캐릭터를 떠올릴 때부터 유승호라는 배우를 떠올렸어요. 준성은 납치에 대한 죄책감으로 송재효(김동휘)의 결심을 흔들기만 하죠. 이 와중에도 중심을 잡는 캐릭터였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는 어린데 자기중심이 확실해 보이는 인물을 찾았습니다. 제안했더니 정말 고맙게도 기회라고 생각해줬어요. 미팅 자리에서 삭발을 먼저 제안해왔고, 그 모습이 결과적으로 보시는 분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듯해요.”
드라마에는 우연히 접한 도박사이트에서 큰돈을 날려 4억의 빚을 지고, 사채업자에게 쫓기기까지 하는 준성 그리고 의대생이지만 커닝 사건으로 제적 위기에 놓이고, 친구들은 부모를 통해 교수에게 뒷돈으로 입막음을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었던 재효 등 위태로운 청춘의 이야기가 나온다. 선한 이미지였지만 날카로운 이미지의 김동휘, 유복한 이미지와 다른 세계의 이미지를 함께 주는 유수빈이 합류했다.
“그런 이야기도 충분히 나올 수 있죠. 재효의 경우에는 제적을 당해도 다른 학교에 가도 되지 않냐고. 하지만 왜 고3 학생들이 대학교에 떨어지고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울까요. 그때 당시에는 그게 세상 전부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청춘의 미성숙과 관련한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의 부조리도 있죠. 인물들은 세상을 탓하고 싶은 마음인데, 마침 민우라는 캐릭터와 겹치면서 사건의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극에서는 첨예한 감정이 대립하지만, 촬영 현장에선 달랐다. 이정곤 감독은 1989년생으로 1993년생인 유승호보다 네 살만 많았다. 그리고 1995년생 김동휘, 1992년생 유수빈, 역시 1992년생인 차수안 역 이주영 등 다 또래였다. 이들은 친구처럼, 영화동아리의 회원처럼 서로 머리를 모으고 풀리지 않는 장면을 함께 풀어갔다.
“그래도 사회경력으로는 아역 때부터 연기한 배우 유승호가 선배죠. 하지만 크게 선배란 생각 없이 타인을 편하게 해주고 배려해주는 타입이었어요. 중반 이후 보관창고로 인물들이 모이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도 복잡하고 동선도 어려워 유승호나 유수빈 등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어요.”
2021년 영화 ‘낫아웃’으로 위험한 유혹에 빠지는 고등학교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다뤘던 이정곤 감독은 다시 한번 ‘거래’로 청춘의 그림자를 다시 조명했다. 그 스스로도 영화 연출을 하기 위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던 탓인지, 이정곤 감독은 그런 청춘들에게 애착이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납치라는 장르 특성 못지않게 청춘의 실패를 감싸주지 않는 냉혹한 사회의 시스템을 풍자하고 싶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휘말리는 인물들을 볼 때 굉장히 흥미로워요. 걷잡을 수 없는 주변 환경으로 변해가는 인물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 그러한 소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왜 이런 인물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요. 그러다 보면 사회적 조건의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은 같아 보이지만 다 계급이 있잖아요. 실패를 하더라도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게 맞다고 보는데 결국 돌이킬 수 없게 가게 됩니다. 과연 우리라면 저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자문하는 작품입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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