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대의 너나 잘 치셔요]서혜경의 엘리제를 위하여

김효원 2023. 1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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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대 골프칼럼니스트.


서혜경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다. 비록 건강 문제와 개인사로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현재에도 활발히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클래식 음악가이기도 하다. 사자머리를 하고 포효하는 맹수처럼 건반을 터치하는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럼 골프와 서혜경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전성기 시절에 서혜경은 연주회가 끝나고 앙코르가 들어오면, 어김없이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곤 했다. 이 곡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들도 치는 곡이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엘리제를 위하여’는 칠 때마다 느낌과 터치가 새롭고, 어릴 적 생각과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마지막 연주곡으로 선택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천재적인 음악가들도 기초와 기본, 초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연습하는 것이지, 남들과 다른 무언가 특별한 달란트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프로들은 투어에 가면 아마추어가 상상할 수 없는 샷을 구현하고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트러블 샷을 현란한 테크닉으로 모면하지만, 정작 연습장에 가면 기초와 기본에 충실한 연습을 많이 한다. 특히 성적이 저조하거나 슬럼프가 온 프로라면, 머리 잡는 법부터 다시 시작한다. 심지어 입스가 심하게 온 프로는 몇 달 동안 골프채 근처에도 안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물며 연습도 안 하는 아마추어가 필드나 연습장에 가서 기초와 기본을 무시한 채로 새로운 기술과 테크닉을 구현하려고 한다면, 샷은 엉망이 되고 스코어 관리에 크게 낭패를 볼 것이다. 골프 구력이 2년 이상 되는 모든 아마추어들은 이미 머릿속에 기초와 기본이 입력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기초와 기본을 자신의 몸이 인지하고 숙달되기도 전에, 투어 프로의 샷을 따라 하고 어설프게 흉내만 내려 한다.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프로들의 레슨은 30분 투자해서 따라 할 수도 없고 한 달 동안 연습장에서 살아도 그 샷은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프로들은 유년 시절부터 골프채를 잡고 밥 먹는 시간 빼고, 스윙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피지컬이나 근육의 코어량이 일반인들과 다르다. 또한 리듬 템포가 피나는 연습을 통해서 시계추처럼 일정하고 안정적이다.

그런 프로가 방송에 나와 아마추어들에게 쉽게 30분만 따라 하면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건 요즘 유행하는 가짜뉴스다. 프로는 프로가 가는 길이 있고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의 길이 있다. 골프에 열정을 갖고 공부하고 프로들의 레슨을 보면서 연습하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체적 특징과 주변 환경을 고려해서 핵심과 원리만 습득하여 자신만의 샷으로 만들어야만, 즐기는 골프가 될 수 있고 일정한 스코어를 유지할 수가 있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이 7번 아이언으로 일명 ‘똑딱볼’을 배운다. 훌륭한 레슨프로들은 이것만 한 달을 시킨다. 그러나 초보 연습생은 그 누구도 똑딱볼을 3일 이상 하지 않는다. 똑딱볼은 골프의 기초이면서 기본 원리이다. 그 속에 백스윙, 다운스윙, 코킹, 임팩트, 피니시 다 들어있다. 내일 당장 연습장에 가서 똑딱볼을 쳐봐라. 자신이 얼마나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골프를 인생에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살다 보면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도 있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최악일 때도 있고, 주위의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의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골프 또한 오비 나고, 해저드 빠지고, 산으로 가고, 온갖 트러블 샷을 18홀 라운딩 동안 누구도 피해 갈 수는 없다.

삶과 골프에 있어 시련은 반드시 찾아온다. 핸디와 바퀴벌레는 언젠가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이런 삶과 골프의 역경을 미리 방지하고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 방법은 초심과 기초 기본이다.

서혜경은 피아노 연습을 무리하게 하다 손가락 마비가 와서 좌절하고 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와 기본으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면서 힐링과 치유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피아노의 거장 서혜경이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D단조’를 연주하다가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듯이, 골프도 프로든 아마추어든 초심과 기본을 생각하면서 꾸준히 연습하면 투어에서 좋은 성적과 라운딩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너나 잘 치셔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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