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은 왜 켈리 재계약을 '지금' 말했을까. 재계약에 떠는 외국인이 아닌 LG를 5년 지킨 에이스로 5차전에 올리기 위한 최대의 배려였다[KS5 포커스]

권인하 2023. 11. 1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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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KT와 LG의 경기. LG가 KT에 8대 7로 역전승을 거뒀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염경엽 감독.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3.11.10/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LG 켈리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8.24/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켈리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지난 11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앞서 외국인 투수 켈리와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됐다.

염 감독은 4차전을 하기전, 취재진에게 3차전을 이겼을 때는 예전에 공표한 대로 김윤식을 내지만 져서 1승2패로 몰릴 땐 켈리를 선발로 낼 계획이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켈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92개의 피칭을 했었다. 사흘 휴식 후 4차전 등판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켈리는 팀을 위해 OK했다고.

염 감독은 "켈리와 얘기를 해서 3차전에서 지면 4차전에 선발 등판하기로 했었다. 6,7이닝을 던지는게 아닌, 짧게 4이닝이나 5이닝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하기로 했다"면서 "팀 사정상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 켈리의 팀을 위한 마음이 좋다"라고 했다. 켈리는 지난해 키움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었고, 사흘 휴식 후 4차전에 선발로 또 나와 5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패전투수가 됐었다. 켈리는 당시 사흘 휴식 후 등판이 처음이었지만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흔쾌히 4차전에도 나섰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1대4로 패하면서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내년에도 켈리와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고민 안하고 내년에도 (켈리와) 가려고 한다"면서 "물론 프런트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팀에 대한 마음, 외국인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게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와도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이어 "1선발은 정말 잘 구했으면 좋겠고 2선발로서는 켈리가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포크볼이라는 구종을 하나 개발을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훨씬 더 삼진 비율도 올라갈 것이고 투구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인 발언을 했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2차전. LG 염경엽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08/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 1차전. 7회초 1사 장성우에게 안타를 허용한 후 교체된 켈리가 이정용을 격려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1.7/

염 감독은 이미 지난 8일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켈리의 1차전 등판에 대해 말하면서 켈리와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염 감독은 염 감독은 "시즌 중에 포크볼에 대해 얘기했는데 부담스러워 했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면서 투수코치와 포크볼을 연습해 연습경기서 깜짝 선물이라고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고 포크볼을 던졌다. 연습경기에서 포크볼로 삼진을 잡으면서 자신감을 가졌고 이번 경기에서 결정구로 썼다"면서 "포크볼을 쓰며 켈리의 삼진 비율이 높아지게 됐다. 포크볼 하나로 한국시리즈의 다음 등판도 기대가 되고, 내년시즌도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는 말을 하면서 켈리와 내년에도 함께 하고픈 뜻을 비친 것이다. 그리고 사흘 뒤 이번엔 확실히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취재진에게 밝히면서 온 야구팬들이 다 알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염 감독이 굳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켈리와의 재계약을 말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둔 켈리를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지난해까지 매년 LG의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켈리는 LG와의 재계약이 당연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시즌 초반 부진하면서 교체 얘기가 나왔고, 실제로 교체 시도가 있었다. 다행히 켈리는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해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채웠고, 178⅔이닝을 던지며 LG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예년과 같은 믿음과 기대치에는 모자랐던게 사실. 구단으로선 더 좋은 투수가 시장에 나온다면 재계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켈리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한국에서 뛰는 것을 좋아하고, LG를 좋아하는 켈리는 내년이면 35세가 된다. 언제 LG와 이별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게 올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재계약을 위해선 인상적인 피칭이 필요하고 그게 한국시리즈였다.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4차전 KT와 LG의 경기, LG 오지환이 7회초 1사 1,3루에서 우월 3점포를 치고 염경엽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11.11/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1차전. 6회초 1사 KT 황재균의 안타성 타구를 LG 2루수 신민재가 잡아내자 선발 켈리가 환호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07/

달리진 모습을 위해 포크볼을 연습해서 한국시리즈에서 던지는 노력을 보여줬다. 1차전서 6⅓이닝 동안 4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로 잘 막았다. 5차전에서 한번 더 이런 피칭을 보여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다면 재계약에 청신호를 켤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재계약이 걸려있는 피칭이라면 더 큰 부담속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염 감독이 이를 모를리 없었고, 미리 자신의 생각을 모두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켈리를 안심시키려 하지 않았을까. 염 감독이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기에 특별한 이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켈리는 내년에도 LG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염 감독의 말로 한국시리즈 5차전은 재계약이 걸려있는 경기가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짓기 위해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이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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