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유대인대상 범죄 한달 새 1천건.. 전국서 18만명 항의 시위

차미례 기자 2023. 11. 1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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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10만명 주말 집회.. 본 총리와 모든 정당대표도 참가
유럽 최대 유대인 인구 가진 나라… 이-팔 전쟁으로 큰 피해
[파리= AP/뉴시스] 프랑스 파리에서 12일(현지시간) 반유대주의 범죄에 항의하는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몸에 두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 11.13.

[파리=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프랑스 전국에서 일요일인 12일(현지시간) 파리의 10만 명을 포함한 18만 여명이 최근 가자지구의 이스라엘-하마스전쟁 이후 급증한 유대인 대상 범죄와 반유대주의 확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날 파리의 집회와 행진에는 엘리자베스 본 총리와 좌파 정당 대표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보수 여당 인사들과 극우파 정당의 마린 르펜 대표까지 참가해 삼엄한 경비 속에서 행진을 했다.

마크롱대통령은 불참했지만 이번 시위에 대한 찬성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고삐가 풀린 반유대주의의 용납할 수 없는 재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항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 극좌파 당의 장 뤽 멜랑숑 당대표는 행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주 X에 올린 글에서 이번 행진은 자칫하면 가자지구의 대학살을 무조건 지지하는 친구들의 모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프랑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 전국의 여러 대도시에서 최소 18만 2천여명이 이번 행진에 참가했으며 이는 프랑스 의회의 상하원 의장이 앞장 서서 권유한 것이라고 했다. 불상사나 다친 사람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내무부는 밝혔다.

파리 경찰은 3000명의 경찰 부대를 국회 상하원 의장이 요청한 이번 항의 시위의 루트를 따라 배치했다. 프랑스 의회는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시작된 이후 프랑스 국내의 반유대주의 폭력 사건과 범죄가 급증하는 데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이번 행사를 주도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유대인 인구가 많은 나라이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부역한 역사적 사실 때문에 오늘날 반유대주의 범죄 문제는 옛 상처를 다시 수술하는 난제이기도 하다.

프랑스 국기를 들고 파리 시내를 행진하던 로베르 피엘(67)은 "반유대 범죄에 항의하는 것은 우리에겐 의무 이상이다. 폭력에 대항하고 반유대주의에 대항하고, 모든 정치적 극단주의가 사회에 침입하는 것에 대항해서, 침묵하는 다중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첫 기습공격에서 피살된 40명의 프랑스인들의 유가족과 현재의 인질 또는 실종자 가족들도 행진에 참가했다. 파리 시경은 파리에서만 10만 5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에 잡힌 인질의 석방을 위해 노력중인 '프리뎀'( Freethem )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이번 행진의 참가자가 많은 것은 프랑스 국내의 유대인 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한 상징적인 효과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랑스 유대기관단체 대표 위원회( CRIF)의 요나산 아르피 회장은 일요일의 대행진으로 큰 지지를 얻어 힘이 난다고 프랑스의 BFM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유대주의에 대해서 내일 어떤 대책이 나올까"에 대해선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프랑스 경찰은 이번 중동전쟁이 시작된 후 한달 새 1000건이 넘는 반유대 범죄가 전국에서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날 대국민 성명을 발표, 앞으로 반유대범죄자들을 반드시 색출해서 처벌할 것을 약속했다.

[파리= AP/뉴시스] 프랑스 상원의장 제라르 라르셰( 가운데)와 엘리자베스 본 총리 ( 오른쪽 세번째) 프랑소와 올랑드 전 대통령(오른쪽 두번째) 등 주요 전현직 공직자들이 12일 반유대주의에 항의하는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3. 11.13.


그는 '르 파리지엥' 신문에 기고한 공개서한에서 " 우리 프랑스의 유대인 동포들이 두려움에 떠는 프랑스는 이미 프랑스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마음과 영혼은 행진에 참가하되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역할은 프랑스의 가치를 굳게 지키고 나라의 단합을 이루는 일이다"라고 그는 전날 1차대전 종전 기념일 기념사에서도 밝힌 바 있다.

극우파 지도자 마린 르펜은 한 때 정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회의 반유대주의 유산을 척결하지 못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12일의 행진에 참가했다.

르펜과 다른 극우파 당원들은 행진 대열의 말미에 서서 정부 각료와 의원 등 이번 시위를 주도한 우파들로부터 수백 미터 거리를 유지하며 행진을 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가족의 딸인 본 총리는 트위터 글을 통해 "전국적인 집회가 이뤄졌다는 건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일대 사건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파의 전 대통령후보였던 파리 시의회의 발레리 페크레스 의장은 참가자들을 비난하면서 " 위선자들"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자기와 선거전에서 맞붙었던 이번 집회 주최자들은 "명백한 반유대주의자들이었고 마린 르펜도 그들을 저지하거나 비난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11일까지 프랑스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행위는 정확히 1247건으로 2022년 1년 동안 일어난 범행 수보다 거의 3배에 달한다고 내무부는 밝혔다.

12일 파리에서 거행된 반유대주의 항의 시위에는 1990년 유대인 묘지를 훼손하고 모욕한 사건 이후 일어났던 시위 이후 최대 인파가 참가했다.

프랑스는 수많은 친 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금지로 일관했다. 최근 여러 도시에서 가자지구의 휴전을 요구하고 학살을 중지하라는 반 이스라엘 시위가 있었지만 수 천명이 참가했을 뿐이다.

정부와 의회가 주도해서 일어난 이번 주의 대규모 반유대주의 항의 시위는 중동문제에 대한 프랑스의 2중적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의미 깊은 행사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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