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오직 인천만 생각하는 김도혁, "산둥전 패배 후 솔직히 형님들 원망했다"

조영훈 기자 2023. 11. 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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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인천)

전북전 이후 만난 김도혁의 머리에는 오직 인천, 그리고 후배들만 가득했다.

12일 오후 2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3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북 현대전이 열렸다. 양 팀 이 공방 끝 1-1로 경기를 마치며 승점 1을 나눠 갖는데 만족했다. 인천은 후반 15분 김도혁의 선제골로 앞서가다가 6분 후 박재용의 헤더 동점골로 리드를 유지하지 못했다.

워낙 부상자가 많은 인천이다. 이미 이명주·신진호·델브리지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피치에 나서지 못한다. 시즌 아웃된 선수가 많아 중요한 잔여 경기에서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도혁은 이런 상황에서 인천의 구심점 역을 한다. 경기장에서 팀을 이끌고 후배를 챙기는 역을 도맡는다. 전북을 상대로는 선제골도 넣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우리가 부상자가 많은 시점인데, 주위 사람들이 이가 빠졌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잇몸이 있어야 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동생들이 준비 잘 해줬고 홈에서 전북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며, 팬들도 그런 모습을 기대하셨을 텐데 아쉽게 동점골을 내줬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김도혁은 이번 시즌 초반 조성환 감독과 의논 끝 원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나 측면 공격수가 아닌 윙백으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시즌이 지날수록 부상자가 점점 발생하는 과정에서 김도혁은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갔다. 그리곤 늘 그랬듯 활약했다.

그는 "감독님과 상의해 내가 그 포지션(윙백)에서 뛰겠다고 말씀드렸다"라면서도 "나보다 좋은 선수가 있었기에 다시 과감하게 미드필더를 선택했다. 윙백에서 좋은 활약은 못했지만 컨디션은 늘 좋았다.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기에 잘 극복해낼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인천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해 조별리그를 치르고 있다. 2승 2패, 승점 6으로 조 3위다. 2위에 올라야 16강 진출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아팠던 건 산둥 타이산과의 두 경기였다. 인천은 홈과 원정에서 모두 패배했다.

 

김도혁은 "변명이긴 하지만 부상자 형님들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우리는 질 팀이 아니었고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축구가 단체 스포츠다 보니 한 명이 빠지면 조직력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다. 형들이 있었으면 충분히 산둥은 이길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경험한 ACL은 그에게 짜릿했다. "다른 나라 축구 스타일도 알게 됐다. ACL에 나가는 팀을 왜 다른 선수들이 가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긍정적인 건 인천의 어린 선수들이 더 큰 목표와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거다. 나는 힘들겠지만, 이 친구들이 ACL이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갔으면 좋겠다."

현재 K리그1 순위는 5위(승점 53)로, 승점 1 차이인 전북을 제치고 4위에 올라야 다음 시즌 ACL2 티켓이 주어진다. 현실적으로 1·2위에 주어지는 ACL 엘리트(ACLE) 직행 티켓과 3위에 주어지는 ACLE 플레이오프 티켓은 어렵다. 2경기 남은 가운데, 3위와 승점 차 5다.

김도혁은 "ACL2에 정말 나가고 싶다"면서 "이미 벌써 이미지 트레이닝 끝냈다. ACL2도 상금이 많아 우승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특히 ACL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상대 팀들이 다 상위 팀이다보니 환경적으로 정말 좋다. 우리 환경도 많이 좋아졌지만,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었다"라고 했다.

가장 배워야 할 점으로는 잔디를 꼽았다. ACL에 진출해 맞붙은 팀들의 잔디 상태에 놀랐다고 한다. "첫 번째는 잔디다. 우리 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적으로 잔디가 안 좋다. 그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산 문제인 것 같다. 다른 리그는 잔디에 투자하는 돈이 많은 듯하다. 일본이 여름에 우리보다 더 더웠는데, 잔디가 정말 좋았다. 처음 보는 잔디였다. 그래서 긴장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점차 한국도 나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조영훈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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