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도전하는 中·日… 격차 벌리는 K-반도체

김동욱 기자 2023. 11.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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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비상하는 SK하이닉스]④'투자 확대' 삼성·SK… 정부·국회는 지원책 마련

[편집자주]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업황 침체에 발빠른 대응으로 제조사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실적 개선을 보임은 물론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도 경쟁사에 앞서는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두 입자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성공 배경엔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SK하이닉스의 면면을 살펴봤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일본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한다. 사진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실적 개선 확실한 SK하이닉스, 올라갈 일만 남았다
②뜨거운 HBM 경쟁… '선두' SK하이닉스의 이유 있는 자신감
③선친 꿈 이뤄낸 최태원 반도체 '뚝심'…SK의 성장동력 '하이닉스'
④반도체 패권 노리는 中·日… 격차 벌리는 K-반도체
중국과 일본이 정부 주도로 반도체 투자를 늘린다. 스마트폰·PC·자동차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반도체가 사용되는 만큼 자생적인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패권을 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투자 확대와 신기술 확보에 집중해 중국·일본의 추격을 뿌리치고자 한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지원책을 마련해 국내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中·日, 정부 주도 반도체 투자 러시… 효과는 '글쎄'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 핵심으로 꼽히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 설립된 YMTC는 중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다. 최신 기술인 232단 3D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비휘발성 메모리'라고 부름) 개발에 성공하는 등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여겨진다. 중국 정부는 국영 반도체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등을 통해 올 초 YMTC에 70억달러(약 9조13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했고 YMTC는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장비 국산화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YMTC를 필두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조치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수출 금지 품목을 기존 최첨단 반도체에서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로 확대한 게 핵심이다. 블랙리스트 업체 추가와 제재 우회 차단까지 이뤄지면서 사실상 중국 내부에서만 반도체를 만들게 됐다. 중국에 공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된 덕분에 이번 조치에 대한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로부터 자유롭지만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낸드 점유율 2위 업체인 키옥시아(19.6%)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반도체 기업이 없다. 글로벌 낸드 점유율 1위 기업은 삼성전자(31.1%)이며 3위인 SK하이닉스(17.8%)와 키옥시아의 격차는 2%포인트도 채 안된다. D램 등 다른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이 키옥시아를 압도한다. 최근 키옥시아와 글로벌 낸드 점유율 4위 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14.7%)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늘릴 계획이지만 현지 기업이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소재 해외 업체들에 투자 혜택이 몰린 탓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히로시마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해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1920억엔(약 1조66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투자 유치를 위해 추진하는 토지이용 규제 완화 수혜는 타이완 TSMC가 누릴 전망이다. TSMC는 일본에 두 번째 공장을 지을 계획인데 토지규제 때문에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방심은 없다"… 반도체 초격차 유지, 기업 끌고 정부·국회 밀고


지난 9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국내 업체들은 기술개발 등에 투자를 지속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평택 반도체 공장 3기 마감 및 4기 골조 투자와 함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미래 대응도 준비한다. 삼성전자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연간 최대 수준인 약 53조70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투자 고삐를 죈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120조원 규모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초반에는 용수시설 인허가 문제가 있었으나 지난해 11월 여주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올 6월 용인 클러스터 부지 조성작업이 본격화됐고 오는 2025년 착공이 시작될 방침이다. 단기 투자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불황에 따라 전체적인 시설 투자 규모를 줄이고 고부가 제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신기술 확보 속도도 높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세계 최고층인 321단 낸드 샘플을 공개하고 오는 2025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00단 이상 낸드의 구체적인 개발 경과를 공개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이후 삼성전자가 내년 양산을 목표로 300단 규모의 9세대 낸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층 경쟁 심화가 예고됐다. 낸드는 많이 쌓을수록 좁은 면적에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적층 단수가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으로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한국의 낸드 위상도 강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해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반도체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신속한 인·허가 처리를 돕는 인허가 타임아웃제와 용적률 완화 특례 등을 도입했다. 오는 2027년까지 총 2조8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도 지원한다. 국회는 일명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해당 개정안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하는 게 골자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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