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에 맞서다] ㉗우동기 위원장 "잠재력 충분…역량 키우면 위기 극복 가능"
"지방이 잘살면 출산율도 높아질 것"…순천정원박람회 등 '지방주도 성공사례' 꼽아
메가서울 이슈엔 "제로섬 게임 아냐…초광역 경제권·행정통합 위한 기폭제 삼아야"
[※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세종=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지방이 주도권을 갖고,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상향평준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이끄는 우 위원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지방 발전 정책은 수도권을 규제해 그 반사이익을 지방이 누리도록 하는 데 그쳐 실패했다고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방 소멸 위기와 관련해 "지방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면서 "지방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기르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구소멸 시대에 초광역 행정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자는 국민의힘의 '메가시티 서울' 정책과 관련해서는 "제로섬 게임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 "초광역 경제권을 빨리 앞당기고 초광역권 내 행정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계기와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세종시 지방시대위원회 집무실에서 이뤄진 우 위원장과의 인터뷰 주요 문답.
-- 기존 자치분권위와 국가균형발전위가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7월 출범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역할이 중요한 임무라고 평가된다. 지방시대위의 역할과 비전을 소개해 달라.
▲ 그동안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나눠 수행하던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기구다.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추진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게 됐다. 지금까지 몇몇 부처 중심으로 추진되던 균형발전과 분권 정책이 앞으로는 모든 부처가 참여해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게 된다.
-- 저출생·초고령화에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면서 전체 시군의 40%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방소멸 위기라고 한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는가.
▲ 굳이 말이 필요한가. 현실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탄광 지구다. 석탄산업이 사라지면서 어떤 지역 아파트는 텅 비었다. 예를 들어 한 동네에 노인이 한 두사람만 산다고 해보자. 그분들을 돌봐주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커지겠는가. 지방정부의 세금을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되고 부도가 날 것이며, 그러면 강제 편입이 될 것이다. 지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방정부가 서로 합쳐야 한다. 이제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의, 생존의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와 복지 서비스 해결이 안 된다.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이후 지방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과거 정책이 이런 흐름을 막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그동안은 중앙정부가 주도해 수도권 규제를 하면 경제활동 인구가 지방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해보니 수도권으로 더 집적됐다. 그런 이유 중 하나가 경제가 어려울 때는 또 규제를 풀다 보니 판교가 생기고 파주가 생겼다.
-- 새롭게 출범한 지방시대위가 추진하는 정책이 그간 추진했던 정책과 비교해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윤석열 정부의 특징은 균형 발전 문제를 자유와 공정이라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적인 측면에서 보는 것이다. 차별 금지로 본다. 두 번째는 중앙정부가 주도해서 어느 한쪽을 규제해 결국은 풍선효과를 가져오는 정책이 아니다. 지방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권한과 재정을 넘겨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시대위원회 종합계획에는 지방분권 계획과 균형발전 계획이 같이 들어있다.
-- 지방 주도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 잼버리 사태 이후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넘겨줘도 되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그런데 국가는 실패 안 하나. IMF 경제 위기는 중앙정부가 부도낸 거 아닌가. 지자체가 조금만 실수해도 지적이 잇따른다. 잘하는 걸 봐 보자. 예를 들면 인구 30만이 안 되는 순천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잘 해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모두 지자체가 중심이 돼 치러낸 성공적인 국제 행사다. 이미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세계적인 추세다.
-- 혹자는 지방소멸 위기와 관련해 수도권 도시에 모여 사는 게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이들에게 지방을 꼭 살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 인구 이동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면 안 된다. 수도권과 지방은 잇몸과 치아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축구장 한쪽 구석에서만 플레이해서는 시합이 안 되지 않나. 한군데 모여 살고 나머지를 다 비우면 삶의 질이 높아지고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문제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 국토 전체를 조밀하게, 대통령 표현대로 빼곡빼곡하게 써야 한다.
--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등 지방시대 9대 정책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더 구체화한 계획을 내놓았다. 그 의미와 향후 실행 계획을 밝혀 달라.
▲ 궁극적으로 행정통합으로 가야 한다. 이번에 수도권을 제외하고 네 군데에 초광역 생활권이라는 개념을 설정해 놓고, 1단계 경제통합을 하고 2단계는 행정통합을 하자는 거다. 요즘 농촌 면 단위 인구가 2천명 미만인 곳이 많은데, 살기가 대단히 어렵다. 5천명 미만이면 병원·약국이 없어지는데 농촌에서는 약 하나 살 데가 없다. 인구가 500만 이상 되면 지방에서도 수도권에서 누릴 수 있는 걸 다 누릴 수 있다.
-- 행정통합 시도가 전국 곳곳에서 있었지만, 아직 성과는 없다. 선거로 단체장이 바뀌면 동력을 잃거나 지자체별 이해관계가 달라 어려움을 겪는데.
▲ 행정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일본 기초자치단체가 3천700개에서 1천700개로 줄었다. 인구가 줄면 곧 1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군이 생길 텐데, 이 군은 어떻게 할 건가. 일정한 크기가 돼야 다른 지역, 외국과 경쟁할 수 있다. 메가시티는 세계적인 추세다.
-- 최근 여당의 제안으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어 메가 서울이 빅이슈로 등장했다. 찬반 논란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메가시티 서울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제로섬 게임으로 보면 안 된다. '어디가 손해다 손해가 아니다' 라는 식으로 보면 안 된다. 지방소멸을 막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채택한다고 해서 서울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야 되겠는가. 역대 정부가 해 온 것처럼 수도권 규제를 통해 반사적 이익으로 지방을 잘살게 하겠다는 건 결과적으로 더 수도권에 집중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지방시대 정책 기조는 지방이 주도권을 가진 균형발전 정책을 하자는 거다. 지방 간 경쟁을 촉발해 수도 서울의 삶의 질을 따라잡는 일종의 상향평준화 정책이다. 그런데 하향평준화 입장에서 생각하면, 서울이 커지면 서울로 더 몰려가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이제 수도권과 지방이 상호협력 연대할 것이냐 이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 새로운 기회다. 초광역 경제권을 빨리 앞당기고 초광역권 내 행정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계기와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그걸 긍정적으로 지방시대 정책에 투입해야 한다.
-- 정부가 지방 국립대병원 중심의 필수 의료 강화 방침을 발표했고, 조만간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한 평가와 지방소멸 위기 대응 측면에서 어떤 긍정적 효과를 예상하나. 의대 정원 확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 우리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것이다. 지방대학병원 병상이 1천100병상이 넘는데 의대 정원은 미니학과다. 그러니 교수를 더 뽑지 않고 병원 시설을 늘리지 않더라도 100명 정도씩은 교육할 수 있는 준비가 이미 다 돼 있다. 수도권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인력을 확보하겠다면 수도권에 재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대학은 여건이 갖춰져 있으니 그 정원을 좀 늘려줘야 한다.
--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구소멸을 막지 못하면 지방소멸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 서울은 출산율이 0.59명인데, 출산율 1이 넘는 곳은 농촌이다. 출산율 높은 곳이 삶의 질, 워라밸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 결국 지방이 잘 살면 출산율이 더 높아질 것이다. 지방의 공간적 범위나 지방이 가진 특유의 자원 때문에 아이 키우기가 더 좋다. 인구소멸 대책과 지방소멸 대책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야 한다.
-- 지방시대위 활동을 통해 향후 5년 후, 10년 후 지방시대를 전망해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 만약 서울에 살고 있다면 내가 어느 지방으로 갈까 고민할 수 있길 바란다. 시도지사들이 경쟁적으로 자기 지역을 변화시키고, 각기 다른 옷을 입힐 것이다. 시도별로 삶의 질이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삶의 선택지가 훨씬 더 다양해질 것이다. 맹목적 서울 지향이 아니라 지역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어질 것이다.
-- 연합뉴스는 지방소멸 위기에 맞서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지자체 사례를 소개하는 시리즈 '지방소멸에 맞서다'를 연속 보도해왔다. 이 시리즈에 대한 평가와 함께 특별히 기억이 남는 사례가 있다면.
▲ 시리즈를 거의 다 봤다. 연합뉴스에 감사드린다. 소멸 위기에 대응해 활로를 찾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지방정부와 지역민의 모습을 담아 변화하는 지방의 모습과 매력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시리즈에 두 차례 소개된 신안군이 기억에 남는다. 독특한 컬러 마케팅으로 섬에 색을 입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천사섬의 기적을 이뤘다. 지방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지방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기르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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