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택시기사도 감소···日의 '이동난민' 대처는?[뒷북글로벌]

송주희 기자 2023. 11.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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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에 택시 기사 4년간 20%↓
버스노선 폐지 맞물려 이동난민 증가
방일외국인 증가 속 관광객 대응차질
규제 완화 '승차공유' 도입 긍정 검토
자가용으로 일반 운전자가 유상 운송
산업계는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 속도
안전성, 법 정비, 업계 반대 등 과제도
노동 인구 감소에 시달려 온 일본은 최근 코로나 19를 계기로 택시 기사가 급감하며 이동 난민 증가, 관광객 대응 부족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절대적인 운전자 수가 줄어든 데다 기사의 고령화로 풀타임 운행을 소화하기 힘든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인구 감소로 인력 공백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동의 자유’라는 일상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관광지의 여행객 대응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자율주행·승차 공유 등 해법 마련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속도가 붙고 있다.

◇택시기사 4년간 20% 감소=13일 일본의 5000개 택시회사의 연합체인 ‘하이어·택시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29만 1516명이었던 택시 기사(개인택시 제외)는 올 3월 기준 23만 1938명으로 20.4% 줄었다. 코로나 19로 수입이 줄어 이직한 사람이 늘었고, 고령 및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을 이유로 그만둔 경우도 많다. 후생노동성이 밝힌 지난해 일본 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58.3세다. 이렇다 보니 주요 지역에서는 심야나 새벽 시간대, 병원 통원같이 대중교통 수단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택시를 타기 힘든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이동 난민’의 탄생이다.

일본에서는 자가 운전이 어려운 고령층을 중심으로 병원 방문, 장을 보기 위한 시장 이동 등에 택시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많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수단 감소로 이 같은 일상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연합뉴스

◇이동난민·관광객불편 증가=택시 기사 및 가동률의 급감은 ‘일상의 붕괴’라는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운전기사 부족으로 택시보다 더 대중적인 이동 수단인 버스의 노선 폐지가 진행 중이다. 후쿠오카에서는 32개 노선이 사라지거나 운행이 단축됐고, 나가사키에서는 내년 4월 16개 노선이 없어진다. 오사카에서도 대형 버스 운영회사인 게이한 버스가 운전기사 부족을 이유로 내년 봄까지 16개 노선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로 철도·버스 노선 폐지가 진행되는 와중에 택시까지 선택지에서 사라지면 일상의 전제인 이동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일본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상 자가운전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힘든 고령자가 많다는 점도 택시 감소에 따른 우려를 키운다. 최근 방일 외국인 증가 추세와 맞물려 한창 탄력을 받는 관광 산업도 여행객 대응 차질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승차공유 도입 검토=일본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반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돈을 받고 승객을 실어 나르는 ‘승차 공유’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가용의 유상 운송은 금지돼 있다. ‘시로 타쿠(白タク)’로 불리는 위법 행위로 적발 시 처벌받는다. 시로 타쿠는 자가용에 붙는 하얀색(白·시로) 번호판을 단 택시(タクシ-·타쿠시)라는 의미다. 승차 공유가 가능한 지역과 시간을 한정할지, 법 개정을 통해 제한을 모두 풀지를 두고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택시업계는 기사 전문 교육의 부족과 사고 시 책임 소재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도입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앞서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규제개혁회의에서 “수단의 부재로 국민의 이동 자유가 제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켜야 할 것은 규제가 아니고 국민 이동의 자유”라고 말했다.

일본 NTT가 100억엔을 출자한 미국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 회사인 ‘메이 모빌리티’의 테스트 시행 장면/메이 모빌리티 홈페이지

◇기업, 자율주행 도입 속도=다른 한쪽에서는 기업들이 첨단 기술인 자율주행 차량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올 4월 운전자가 동승하지 않고 운전을 자동화하는 레벨4 도로주행 제한을 풀었다. 사업자들은 특정 지역에서의 운행계획 허가를 받으면 무인운전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통신 대기업인 NTT가 미국의 자율주행 상용차 서비스 회사인 ‘메이 모빌리티(이하 메이)’에 약 100억 엔을 출자하기로 했다. 메이는 주행 시 취득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해석해 운전 중 상황을 실시간 판단하는 레벨 4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NTT는 “택시 부족이 두드러지는 일본에서 자율주행 차량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메이의 기술이 담긴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차량을 2025년 이후 일본 지자체나 운행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차량 생산은 자본 제휴를 맺은 도요타가 맡는다. 앞서 혼다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에서 2026년부터 무인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쿄 도심부에서 500대 규모를 운용하고, 이후 대수와 제공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안전성 논란은 남아 있다. 자율주행은 주행 데이터 분석이 관건인데, 일본의 경우 미국·중국과 비교해 이 부분이 취약하다. 최근 후쿠이현 에이헤이지 마을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 옆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와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 운행이 중단되면서 데이터 축적과 분석, 최적화 작업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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