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2차는 탕후루…2030 위협하는 당뇨 주의보 [헬스노트]
"비만 인구 증가 영향…가당음료 줄이고 100·140·5.7% 기억하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하루에 믹스커피 다섯 잔은 마신다. 연말이다 보니 약속자리가 늘어 하루에 두 곳을 가기도 한다. 과음이 일상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 다니는 이모씨(27)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인스턴트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개비로 시작된다. 거래 마감 때까지 수없이 많은 주문 전화를 받다 보면 그의 책상 위는 텅 빈 담뱃갑과 구겨진 종이컵으로 가득 찬다. 연말인 만큼 퇴근 후 거래처 사람들과의 저녁 식사가 없는 날이 없다. 이씨는 저녁 늦게 회식을 마치면 어김없이 탕후루 가게를 찾아간다. 그는 "알코올로 헤집어 놓은 속을 달래기에 달콤한 설탕으로 뒤덮인 과일 디저트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2030연령대에서 이씨처럼 과도하게 음주와 흡연을 하면서 정제당이 들어간 디저트까지 즐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을 두고 젊은 당뇨병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겨 몸 안의 포도당이 분해되지 않고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질환을 말한다. 주요 발병 원인으론 불규칙한 식습관과 비만, 운동 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 가족력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증상 없이 뇌졸중, 심근경색 등 합병증까지 일으켜 '침묵의 암살자'로까지 불리는 만큼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11월14일을 '세계 당뇨의 날'로 지정해 인식 제고에 나서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2030연령대의 당뇨병 환자 수가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만2807명이었던 30대 당뇨병 환자는 4년 뒤 13만90명으로 약 20.9%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환자는 2만5922명에서 4만8055명으로 약 31%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문준성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20~30대에서 해마다 새롭게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는 정도, 즉 발병률이 2000년대와 비교해 보면 2배 이상 빠른데, 비만 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당뇨병 진단 환자 중 비만한 환자 비율이 50%였다면 지금은 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2030연령대는 당뇨병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알아야 할 정보들은 모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세계 당뇨의 날을 맞아 한국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뇨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30연령층의 당뇨병 심각성 인지율은 89.5%로 조사됐다. 10명 중 9명은 당뇨병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정작 '공복 혈당·식사 후 혈당 수치·당화혈색소' 수치 등 당뇨병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알아야 할 수치를 안 다고 답한 응답자 수는 절반도 안 됐다.
당뇨병이 생기면 많이 먹고, 많이 마시며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몸 안에서 분해되지 않은 포도당이 체내 수분을 끌어당겨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부족한 수분과 혈당을 보충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음식과 물을 찾게 돼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 교수는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평소 식습관을 점검하고 당뇨병이 우려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상담을 받고 주기적으로 혈당 수치를 점검할 것을 권했다.
당뇨병 예방·관리를 위해 점검할 수치로는 공복혈당, 식사 후 혈당, 당화혈색소 수치가 있다. 세 수치 중 하나라도 정상 기준을 벗어나면 당뇨병에 해당한다.
공복혈당은 최소 8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하는 수치로 126㎎/㎗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분류된다. 식후 혈당은 200㎎/㎗, 혈액 속에 포도당의 결합 정도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6.5%를 넘으면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당뇨병 고위험군을 일컫는 당뇨전단계는 정상 수준(공복혈당 100㎎/㎗ 이하, 식후혈당 140㎎/㎗ 이하, 당화혈색소 5.7% 미만)과 당뇨병 진단 기준 사이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 범위에서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 주기적인 혈당 체크와 식습관 개선 등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혈당 검사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손끝 채혈 측정 방식은 약국에서 별도의 처방전 없이 측정기를 구매해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편의성과 접근성에서 장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연속혈당측정기로, 2주 동안 어깨 등 신체에 혈당 측정 패치를 붙이고 휴대전화 등 전자장비로 실시간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문 교수는 당뇨병 예방·관리 방안으로 식습관 개선, 특히 가당 음료 섭취를 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직장인들이 식사 후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대신 휘핑크림이 올라간 음료, 셰이크, 과일주스 등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정제당·단당류 시럽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체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인슐린 분비도 덩달아 올라가고, 이게 반복될 경우 췌장에 무리를 줘 심할 경우 인슐린 분비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가 우려될 때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일정한 시간에 적정량의 음식을 먹는 것을 권한다. 식사 중에는 채소류를 충분히 섭취하고 설탕과 같은 단당류와 동물성 단백질,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매일 30~60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병행하면 당뇨병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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