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옆 '청주' 맛집 3

이성균 기자 2023. 11. 1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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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는 올해 7월 '청주여기'라는 앱을 선보였다. 청주 여행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수록했으며, 추천 일정도 테마별로 소개하고 있다. 청주에 '볼 것 뭐 있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1박2일은 꼬박 채울 수 있다. 청남대와 상당산성, 국립현대미술관청주(MMCA), 수암골, 옥화 9경 등이 대표적이며, 소소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곳도 꽤 있다. 그리고 여행을 더 재밌게 도와줄 식당들도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옛길어죽

●10시간 고아 만든 진국
옛길어죽

<대조영>과 <태왕사신기>, <카인과 아벨> 등 여러 드라마에 얼굴을 비춘 '상당산성' 근처에는 많은 식당과 카페가 있다. 식사-산책-후식 코스로 다녀오면 좋은데, '옛길어죽-상당산성-아우트로 커피'도 꽤 매력적인 조합이다. 옛길어죽은 어죽, 메기찜, 도리뱅이, 빙어튀김, 민물새우전 등 민물고기(붕어, 메기, 동자개 등)를 활용한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어죽은 민물고기의 살과 뼈를 10시 동안 푹 고아 만든다고 한다. 잘 뽑아낸 육수에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을 더하고, 깻잎을 듬뿍 넣어 민물고기의 흙내도 잡았다. 누구나 먹기 쉬운 어죽을 완성시켰다. 소면과 수제비를 먼저 즐기고, 남은 국물에 밥을 넣어 죽으로 즐기면 된다.

어죽만 먹기 아쉬우면 바삭하고, 고소한 민물새우전을 곁들이면 좋다. 두 가지 음식만 맛봐도 식당의 손맛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식당에서 밥도둑이라고 자부하는 메기찜도 궁금해진다. 참, 수제 돈가스도 팔고 있어 어죽이 낯선 이들이나 어린이와 함께 가도 괜찮다.

●이색적인 공간, 그리고 합당한 맛
아우트로 커피

상당산성 산책 후 티 타임은 아우트로 커피에서 즐기는 건 어떨까. 독특한 모양의 회색 지붕이 포인트인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관뿐 아니라 내부 공간도 공을 들인 태가 난다.

커피와 베이커리 맛도 준수하다. 명소 옆 또는 뷰가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에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걱정은 덜어도 될 것 같다. 커피는 아우트로 블렌딩(고소하고 은은한 단맛)과 캔디맨 블렌딩(과일의 은은한 단맛과 산미), 디카페인 중에서 고를 수 있으며, 핸드드립커피도 준비돼 있다. 시그니처로는 피스타치오 크림라떼인 '녹색광선'이 있으며, 흑임자크림라떼, 레몬사운드, 조치원복숭아 스무디 등도 갖췄다. 이밖에도 차, 에이드, 스무디, 크림라떼가 있어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베이커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직접 반죽, 당일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종류가 꽤 다양한데 맛있게 먹은 메뉴는 뺑오쇼콜라, 퀸아망, 햄치즈롤 등이다. 아우트로 커피만의 색깔을 투영한 것도 이곳 빵의 특징이다. 또 카페 곳곳이 인증숏 포인트라 간식 먹고 난 후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청주의 터줏대감
봉용불고기

청주의 오래된 가게다. 2년 전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 옛 감성은 느낄 수 없지만, 깔끔한 공간에서 불고기를 즐길 수 있다. 메뉴는 간단하다. '돼지고기' 뿐이다. 그리고 파절이가 핵심이다.

먼저 불판 위에 고기를 얹고 간장을 붓는다. 센 불로 고기를 익히다가 거의 익으면, 구울 때 생긴 물이 약간만 남을 때까지 빼면 된다. 마지막으로 파절이를 불판에 올려 익힌 고기와 섞으면 끝. 매콤한 맛을 원하면 고추를 잘라서 같이 볶아도 좋다. 맛있는 색이 나면 청주 스타일의 파불고기 완성이다. 싱싱한 상추에 불고기와 마늘, 고추를 얹어 먹으면 한 끼 뚝딱. 마지막에 셀프 볶음밥까지 맛보면 봉용불고기의 모든 걸 즐긴 셈이다.

단, 너무 큰 기대는 마시길.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를 먹는가. 돼지고기와 파절이, 익숙한 조합인 만큼 친근한 맛이 난다. 청주에서 문화(국립현대미술관 & 동부창고 등)를 즐기고, 가까운 곳에서 청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소소한 여행이 될 것이다.

▶청주+
소소한 볼거리

청주 선비의 숨결
청주향교

때론 등잔 밑이 어둡다. 지역 토박이도 모르는 공간이 더러 있다. 청주향교도 그러한 공간 중 하나다. 청주향교를 마주하면 일단 다른 향교보다 외향적으로 멋진 곳임을 알게 된다. 건물이야 다른 향교와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의 것이지만, 배치가 조금 다르다. 계단식으로 돼 있는데, 가장 높은 곳에 대성전(29위 스승님들의 위패를 모시고 석전을 지내는 곳), 그 아래에 내삼문(대성전으로 오르는 신문神門)과 명륜당(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이 있다.

청주향교의 창건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987년(고려 성종 6년) 전국의 12목에 학교를 세우게 했다는 기록으로 미뤄보아 당시 12목의 하나였던 청주에 향교와 문묘가 창건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현재는 선비문화체험, 서예교실, 충효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곳곳에 향교와 긴 세월을 함께한 고목도 많다. 워낙 큰 나무들이라 존재감이 상당하고, 단풍이 들면 더욱 예뻐진다. 천천히 향교를 거닐면서 가을을 만끽하는 것도 추천한다. 향교 바로 옆으로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충청북도지사 구 관사)도 있다. 도지사 구 관사와 청주 출신 문인, 예술을 두루 확인할 수 있는 곳이 같이 다녀와도 된다.

문화도시 청주
동부창고

도시재생은 지역의 시간은 옛 시간을 간직하고, 동시에 요즘 감성을 덧입히는 작업이라 꽤 흥미롭다. 청주에서는 동부창고가 그렇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뒤편에 자리한 동부창고는 옛 청주연초제조창(1960년대 모습 그대로를 유지)의 담뱃잎 보관창고 7개동을 활용한 문화공간이다.

현재 생활문화 및 예술교육 프로그램, 공간 대관 등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34~36동은 생활문화 공간으로 전시, 교육,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6, 8동은 이벤트 공간으로 여러 마켓이 열렸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부창고 홈페이지를 보면, 여러 행사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또 지역 대학교와 협업해 전시 등을 진행하고 있어 볼거리가 넘치는 편이다.

동부창고 카페C

예술을 충분히 즐겼다면 잠시 휴식도 필요할 터. 동부창고 카페C에서 음료와 간식을 먹으면서 전시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다. 게다가 카페가 있는 공간에서도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는데 현재(10월 중순 기준)는 아시아 3국(한중일)의 젓가락 문화를 조명하고 있다. 젓가락은 우리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활약하는 소품이라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다채로운 젓가락 디자인과 젓가락에 깃든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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