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확실한 SK하이닉스, 올라갈 일만 남았다

이한듬 기자 2023. 11. 1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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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비상하는 SK하이닉스] ① 3Q 적자폭 줄이고 D램 흑자전환… 4분기부터 본격 회복 기대

[편집자주]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업황 침체에 발빠른 대응으로 제조사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실적 개선을 보임은 물론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도 경쟁사에 앞서는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두 입자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성공 배경엔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SK하이닉스의 면면을 살펴봤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 공장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기사 게재 순서
①실적 개선 확실한 SK하이닉스, 올라갈 일만 남았다
②뜨거운 HBM 경쟁… '선두' SK하이닉스의 이유 있는 자신감
③선친 꿈 이뤄낸 최태원 반도체 '뚝심'…SK의 성장동력 '하이닉스'
④반도체 패권 노리는 中·日… 격차 벌리는 K-반도체

SK하이닉스에 훈풍이 불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컴퓨터의 주력 메모리로 사용되는 D램 부문 흑자전환을 이룬 데 이어 4분기부터는 본격 반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공급 과잉에 대응한 감산 조치와 투자계획 조정, 고대역폭메모리(HBM·여러 개의 D램 칩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공법으로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판매 전략 재수립 등 발빠른 선제대응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3분기 적자 폭 줄이고 D램 흑자전환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 9조662억원에 1조79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3조4023억원이던 영업 적자 규모는 2분기 2조8821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크게 줄었다. 특히 D램 부문에서 흑자전환을 이뤘다. 인공지능(AI) 등 고성능 서버용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출하량이 직전 분기 대비 20% 늘고 평균판매단가(ASP)도 10% 상승한 영향이다.

SK하이닉스 회복세는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계 경쟁사에 비해서도 가장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은 재고가 정점을 지나며 우상향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데 해당 구간에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와 폭이 경쟁사 대비 우월하다"고 진단했다.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맞춰 진행된 SK하이닉스의 선제대응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한다.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인해 메모리 다운턴(하강전환)이 유례없이 심각하게 진행되자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올해 투자 규모를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생산량도 축소했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투자축소 수준과 유사하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수급 밸런스 정상화를 시도하는 한편 HBM과 DDR5(2021년 출시된 컴퓨터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투자는 지속하며 이들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새로 짰다. 메모리 재고가 쌓이는 와중에도 생성형 AI에 대한 정보기술(IT) 업계의 투자 증가로 고부가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같은 선제조치는 실적 개선으로 직결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HBM3(4세대 HBM)와 DDR5에서 타사 대비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경쟁사들을 제치고 가장 빨리 D램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개선 배경에 대해 "대표적인 AI용 메모리인 HBM3, 고용량 DDR5와 함께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제품들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4분기 전망도 밝다… 흑자전환 성큼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4분기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한다. 흑자로 돌아선 D램은 생성형 AI 붐과 함께 시황이 지속해서 호전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고객사들의 제품 주문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하반기 메모리 공급사들의 감산 효과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재고가 줄어든 고객 중심으로 메모리 구매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는 점도 호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0월 PC용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1.50달러(약 1967원)로 전월보다 15.38%나 상승했다. 이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한 건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PC용 DDR4 8Gb D램 외에도 DDR5 등 10개 종류의 D램 가격이 전월 대비 10% 이상 반등했다. 4분기에도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3~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비휘발성 메모리'라고 함) 가격도 반등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의 10월 고정거래 가격은 3.88달러(약 5086원)로 전달 대비 1.59% 올랐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추세를 이어가는 점도 긍정적이고 4분기에는 10% 이상의 계약 가격 상승도 예상돼 있어 SK하이닉스의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11%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에도 고부가 D램 판매 확대에 따른 이익 개선이 가파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4분기엔 적자 폭을 3000억원대로 줄이고 내년 1분기부터는 전사 차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반등시기를 앞당겨 4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 4분기 852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반등이 시장 예상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며 "D램 출하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동반되면서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률은 24%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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