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화의 차이나워치]美, 대중 반도체 제재의 한계

김겨레 2023. 11.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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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화 북경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
고영화 북경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

지금까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크게 5차례 실시됐는데,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을 늦추는 목적을 상당히 달성한 반면 제재는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차는 2016년 설립한 중국 최초의 국산 D램 공장 푸젠진화(JHICC)가 2018년 12월 25나노미터(㎚·1㎚=10억분의 1m) DDR4 제품을 개발하고, 2019년 9월 양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미국은 2018년 10월 JHICC를 상무부 수출관리규정 기업목록에 편입했고, 마이크론이 2019년 1월 기술도용을 문제삼아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JHICC는 공장가동을 멈췄다.

2차는 중국이 2019년 12월 5세대(5G) 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때 화웨이가 발표한 ‘메이트 30’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린 990’칩이 미국 퀄컴 칩의 성능을 능가 했을 때다. 미국은 화웨이 및 68개 자회사를 무더기로 수출제한 기업목록에 넣고, 2020년 8월 규제를 추가해 TSMC가 화웨이 7㎚ 칩에 대한 파운드리 서비스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3차는 SMIC가 2021년 2월 ASML로 부터 극자외선(EUV) 노광기 11대 구매계약을 체결했을 때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12월 SMIC 포함 59개 중국 기업을 수출제한 기업목록에 추가하고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부품 수출 시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요구했다.

4차는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제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18㎚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칩 관련 인력·기술·장비 수출금지, 엔비디어의 최신형 AI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 및 ‘H100’ 제품 수출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5차는 화웨이가 지난 8월말 발표한 5G 스마트폰 신모델 ‘메이트 60’에 채용한 ‘기린 9000s’ 칩이 중국산 7㎚ 기술로 개발되었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효과가 없다’ 혹은 실패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자, 미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대중 반도체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의 구체 내용을 보면, AI칩 규제 강화를 위해 엔비디아의 저사양 AI칩인 A800과 H800의 수출을 제한하고, 제재 우회 차단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이라크, 벨라루스 등 미국 무기 판매가 금지된 국가 21곳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중국 자체 GPU 개발을 제재하기 위해 중국기업 13곳(실제로는 4개 기업의 계열사)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내용을 살펴보면 매우 특이한 점이 3가지 보인다.

첫째는 화웨이가 7㎚ 반도체를 SMIC의 파운드리 기술로 국산화해 미국을 자극해 중국 반도체 제재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는데, 이번 제재 조치에는 화웨이나 SMIC를 제재하는 내용은 없다. 이것은 화웨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가로 제재할 방법이 없고, 대중 반도체 제재도 지난해 10월 7일 조치 이상의 조치가 필요 없다는 것을 미국 정부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는 이번 조치는 미국산 인공지능(AI) GPU의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 국산 GPU 기업을 제재했는데, 이것은 중국 대규모 모델 AI 응용 개발을 제한하고, 중국의 국산 GPU 개발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셋째는 이번 조치에 대해서 미국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지난 9월 이미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가 자해적 손해를 가져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통제는 유지하되, 미국산 칩의 수출 제한은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조치가 발표되는 당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성명서를 내고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통제는 미국 반도체 생태계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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