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산업은행부터 들여다 본다” 감사원, 연기금·공제회 대체투자 감사 일시 중단
해외 부동산 자산 가치 파악 난항 속
산업은행 정략적 감사로 ‘후순위’ 밀려
대우조선해양·중흥건설 매각 특혜 감사
감사원이 국내 자본시장 큰손으로 꼽히는 연기금과 공제회의 대체투자와 관련해 특별감사에 나섰다가 최근 해당 감사를 일시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피스빌딩 등 해외 대체투자 부실 우려가 불거진 데 따른 감사였지만, 해외 부동산 자산의 현재 가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감사원의 핵심 감사 사안마저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은행이 단행했던 구조조정 딜을 집중 감찰하고 있다. 이번 산업은행 감사는 사실상 정략적 감사로, 연기금·공제회 감사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국내 3대 연기금(국민·공무원·사학연금)과 교직원·행정 등 8개 주요 공제회에 예고했던 해외 대체투자 관련 본 감사 일정 조정을 잠정 중단했다. 유형별 현황, 투자 의사결정 절차 등 자료 제출 요청은 지난 9월 말 이미 멈췄다.
감사원은 지난 8월 초 연기금·공제회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유형별 현황, 건별 검토 자료, 투자 의사결정 절차 자료를 대거 요청한 바 있다. 감사원은 그러면서 감사 대상 기관 및 범위를 확정 짓고 9월부터는 본 감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기관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사무실 내 별도 공간을 꾸리기도 했지만, 감사원이 자료 요청을 끝으로 추가 절차 관련 공지를 아예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처음엔 9월을 이야기하다가 10월 중으로 일정이 밀리더니, 지금은 무기한 연기됐다”고 했다.
감사원의 연기금·공제회 대상 대체투자 특별감사는 오피스빌딩 등 해외 대체투자 부실 우려가 커지는 것을 고려한 조치로 주목받았다. 감사원이 기관 정기감사 방식으로 일부 기관의 투자현황 감사를 진행한 적은 있어도, 연기금·공제회 전반에 대해 대체투자 감사에 착수한 것은 처음이기도 했다.
감사원은 저금리 기간 연기금·공제회가 대거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한 만큼 상당한 부실을 떠안았을 것으로 봤다. 전액 손실을 놓고 소송전까지 불거진 미국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펀드에도 일부 공제회가 수익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내 연기금·공제회는 셀 다운(증권사의 투자자산 재판매)과 펀드 출자 등 방식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중·후순위 투자에 대거 참여했다. 저금리 속 두 자릿수 수익률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지난 6월 기준 연기금·공제회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56조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현재까지 감사 대상 기관 및 범위도 확정하지 못했다. 연기금·공제회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자산의 현재 가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재 가치를 장부에 반영할 의무가 없어 실제로 손실을 확정한 기관도 없는 탓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공제회로선 건물 가치 하락 시 선순위 투자자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고, 또 자산을 매각한다고 할 때 일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면서도 “투자금 회수를 하지 않는 한 국내 연기금·공제회의 손실을 확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감사원이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특정 감사를 시작하면서 연기금·공제회 특별감사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은행이 보유했던 지분이 다시 민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와 청탁 등이 없었는지가 핵심 감사 사안에 올라 있다.
2019년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을 낙점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경위, 2021년 대우건설을 중흥건설에 매각하는 과정에서의 특혜 여부를 살펴본다는 방침으로, 감사원 내 산업금융감사국 인력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은 금융회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곳으로, 지난해 9월 공제회에 대한 감사 권한까지 가져왔다. 연기금·공제회의 대체투자 부문 특별감사를 주도했던 곳이기도 하다. 실제 공제회 한 관계자는 “감사원 인력이 다 산업은행에 투입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연기금·공제회 특별감사 중단 관련 질의에 대해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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