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회사채·CP시장 일찍 닫자”... 짐싸는 기관투자자, 자금난 호소하는 기업

이인아 기자 2023. 1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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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환경이 위축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한 기업 위주로 막바지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를 고려해 기업들도 연초에 회사채를 선제적으로 발행한다.

회사채 시장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들은 단기자금 조달 창구 중 하나인 CP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CP, 단기사채 발행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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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회계장부 마감 앞두고 회사채 발행 마무리 수순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로 손 벌리는 기업들...CP 금리 상승
연말효과에 증권사 랩·신탁 감사로 수급 꼬여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환경이 위축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한 기업 위주로 막바지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우량채는 그나마 사겠다는 곳들이 있지만,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이하 전단채)는 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기업이 몰리면서 CP 금리가 높아지며 기업들의 자금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증권사 랩·신탁업계 관행에 대해 강도높은 감사를 진행하면서 하반기부터 수급이 꼬였다고 토로한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달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이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LG유플러스(AA0)는 1000억원 모집 대비 6800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요를 모았다. 2년물(200억원), 3년물(500억원), 5년물(300억원) 등으로 트랜치를 구성했는데, 3년물·5년물에서 개별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다만 2년물은 개별민평 대비 6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대한항공(A-) 역시 1500억원 모집에 47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에 개별민평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서 2500억원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인 것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시 SK텔레콤(AAA)은 3년·5년·7년·10년 등으로 만기를 나눠 총 2000억원을 모집했지만, 3년물과 5년물은 개별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롯데칠성음료(AA), GS파워(AA), 연합자산관리(AA), SK브로드밴드(AA), 한투자증권(AA0) 등도 모두 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에서 발행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까지 매파적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회사채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기관들도 자금을 집행하기보단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채권시장 기관투자자들의 북클로징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약해진다. 이를 고려해 기업들도 연초에 회사채를 선제적으로 발행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2조8608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보다 상환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채 시장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들은 단기자금 조달 창구 중 하나인 CP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CP 발행금리(91일물)가 계속 오르면서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CP 발행금리는 지난달 31일부터 4.31%까지 올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금리에도 단기자금을 메우기 위해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CP, 단기사채 발행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0월 CP·전단채의 순발행액은 9조3161억원을 기록했다. 8월, 9월엔 순상환기조를 보였지만, 지난달부터 발행 물량이 크게 늘었다.

CP 발행금리가 오르는 배경에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북클로징 영향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서다. 이어 단기자금이 CP 주요 매수처인 신탁과 랩어카운트가 위축된 영향도 있다. 신탁·랩은 지난해 말부터 미스매치와 파킹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금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신탁·랩에서 6~12개월 단기자금을 소화하는데, 미스매칭 문제가 불거지면서 CP를 받아줄 수요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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