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짧게”… 고금리에 주목받는 ‘초단기’ 금융상품
정기예금 장단기금리 역전차 일어나
저축은행, 고금리 파킹통장 출시
증권사 CMA 올해 1조원 이상 자금유입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에서 만기가 짧은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고금리 초단기적금이 등장하거나 정기예금에서도 장단기금리 역전차 현상이 나타나며 여윳돈을 장기로 굴리기보다 단기로 굴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에서는 고금리 파킹통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증권사에서는 단기성 자금운용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의 자금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3일 출시한 ‘한달적금’이 11일 만에 누적 계좌 100만좌를 돌파했다. 한달적금은 고객이 31일 동안 매일 하루에 한 번 최소 100원부터 3만원까지 1원 단위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금 상품이다. 기본 금리 연 2.5%에 매일 적금을 납입할 때마다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제공해 최고 연 8.0%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도 초단기적금 출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N일 적금’은 가입 기간을 31일, 100일, 200일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최고금리 연 6%를 적용받는다. KB국민은행의 ‘KB특별한 적금’은 1~6개월 내에서 만기일을 고객이 일 단위로 설정할 수 있으며 최고금리는 연 6%가 적용된다. 신한은행의 ‘한달부터 적금’은 1~12개월 내에서 만기일을 고객이 일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 정액적립식 상품으로 매일 혹은 매주 단위로 정해진 돈을 적립해야 하며 최고금리 연 4.50%가 제공된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금융 상품을 짧고 굵게 굴리려는 단기 금융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를 유지했다. 단기 금융상품은 만기가 짧기 때문에 여윳돈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다. 특히 금리 인상기에 높은 금리의 특판 상품이 출시될 경우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고금리 시기 수요가 높아진다.
정기예금의 경우 장단기금리 역전차가 일어나고 있다. 장단기금리 역전차는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금은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상품이 만기가 짧은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긴 기간에 돈이 묶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더해져서다. 장단기금리 역전차가 일어나면 정기예금의 만기를 짧게 굴리는 것이 유리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4.00%로 설정했는데, 최고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만기가 6개월이어야 한다. 같은 상품 만기를 12개월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최고금리는 3.95%로 떨어진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II’ 6개월 최고금리는 4.05%로, 12개월 최고금리인 3.95%보다 0.1%포인트 높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의 경우 6개월과 12개월 최고금리가 4.05%로 같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파킹통장 금리도 오르고 있다. 파킹통장은 주차(parking)와 통장을 합친 말로 잠시 주차하듯 언제든지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통장을 의미한다. 최소 1개월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예치해야 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예치기간, 입출금 횟수 등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단기 고금리 혜택을 누리려는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일 최고 연 7%의 금리를 주는 파킹통장인 ‘OK페이통장’을 출시했다. 기본금리는 50만원까지 연 4.0%, 50만원 초과분은 연 0.5%를 적용한다. OK페이통장을 4대 페이사(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토스페이) 결제·충전계좌로 등록하면 연 3.0%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50만원까지는 연 7%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신한저축은행은 지난 2일 모바일 가입 전용 입출금통장인 ‘참신한 파킹통장’을 선보였다. 별도의 우대조건 없이 잔액 구간별로 금리를 차등 적용한다. 1억원 이하 금액은 최대 연 3.5%, 1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금액은 연 3.0%, 10억원 초과 금액에는 연 0.1%의 금리를 준다. 이밖에 애큐온저축은행은 ‘플러스자유예금’ 기본 금리를 3.6%에서 3.8%로 올렸다. 최고금리는 연 4.0%다. 다올저축은행은 ‘Fi 커넥트통장’의 우대금리 적용 금액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했다. 기본금리 연 3.0%에 우대금리 연 1.0%를 더해 최고 연 4.0%를 제공한다.
증권사가 취급하는 단기성 자금 운용 상품인 CMA도 자금유입이 늘고 있다. CMA는 현금성 예탁금을 환매조건부 채권(RP)형, 한국증권금융 예수금(WRAP)형, 발행어음형 등 단기간 투자 운용하는 상품이다. 은행 예금과 유사하게 자금 입출금, 급여 이체, 공과금 납부, 체크카드 이용 등 기능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CMA 계좌 잔액은 37조7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잔고는 35조7739억원이었는데, 시중 자금이 모여 잔고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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