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부터 생을 잃었다…가자 알시파 병원 포위·공격
저격수 배치, 의료진·환자 사살…탈출 민간인들에 총격도
이 “하마스 지휘본부” 주장 계속…국제사회 “전쟁법 위반”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이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에 완전히 포위됐다. 전력이 모두 끊겨 인큐베이터에서 겨우 생명을 유지하던 미숙아 2명이 결국 숨을 거뒀고, 밀려드는 환자를 살피기 위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간 의료진은 이스라엘 저격수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의 지휘본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무고한 주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 알시파 병원장은 이날 알자지라에 “정전으로 인해 인큐베이터에 있던 미숙아 2명이 사망했다”며 “다른 미숙아 37명도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각종 의료기기가 멈춰서면서 미숙아를 포함해 모두 5명의 환자가 사망했고, 이날부터 병원 시설이 폐쇄돼 어떠한 치료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일부터 알시파 병원 부근을 에워싸기 시작했고 폭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병원 근처에 저격수를 다수 배치해 병원 안팎의 가자지구 주민과 환자, 심지어 의사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살미야 병원장은 “인큐베이터 아기를 살피러 가던 의료진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치유의 집’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알시파 병원에서 현재 치료를 받는 부상자 수는 5000여명으로 수용 가능한 병상(700개)의 7배를 넘어섰으며, 폭격을 피해 병원에 머물고 있는 피란민의 수는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알시파 병원에 남아 있는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의료진은 연락이 두절되기 직전까지 MSF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도움을 호소했다. 함마드 오베이드 외과의는 “환자 가운데 한 명은 목에 총상을 당했고, 다른 환자는 복부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침부터 전기도, 물도, 음식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지하에 군사시설을 갖추고 환자와 의료진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며 공격을 정당화하지만,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설령 이스라엘군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알시파 병원에 대한 공격은 전쟁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법률 담당관인 코르듈라 드뢰게는 AP통신에 의료시설을 공격하기 전에 환자들과 의료진이 안전하게 대피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경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의 군사 윤리학 전문가인 제시카 볼펜데일 교수도 군사 목표에 비해 그로 인해 발생한 민간인 피해 규모가 과도하게 큰 경우 그 공격은 국제인도법상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사람들을 전기·물·음식도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탈출하려는 환자와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행위는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악화하는 여론에 이스라엘은 대응에 나섰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알시파 병원에서 아기들이 더 안전한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MSF는 지금 필요한 것은 대피가 아니라 “긴급하고 무조건적인 휴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알시파뿐 아니라 알쿠드스·란티시·알나스르 등 다른 병원에도 공습을 가했다. 많은 피란민이 몸을 숨기고 있는 유엔개발계획(UNDP) 가자지구 사무소에도 폭탄이 떨어져 일부 주민이 숨졌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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