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덮친 양극재 업계, 4분기도 어둡다
4분기도 원재료·판가 하락 지속될 전망
배터리 양극재 업체들의 올 3분기 수익성이 동반 하락했다. 리튬, 니켈 등 원재료 가격이 급락하면서 양극재 판가가 떨어진 탓이다. 4분기 전망도 어둡다. 광물 가격과 양극재 판가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서다.
다만 양극재 업체들은 장기적으론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다.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양극재 업계 3분기 동반 부진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작년 3분기 대비 16.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9.3%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실적 부진이 이유다. 양극재 사업 중심의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67.6% 급감한 4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양극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 역시 매출은 각각 22.1%, 1%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모두 50% 이상 하락했다. 양극재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은 증가했지만, 판가가 하락한 탓에 수익성엔 타격을 입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LG화학 첨단소재 사업 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조7140억원, 12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하락한 수치다.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 감소로 양극재 출하량이 줄어든 것이 매출 감소의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매출 감소는 매출 성장세 둔화, 재고자산 관련 비용 증가, 올해 리튬 등 원재료의 가격 하락에 따른 판매가 하락 등 삼중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없이 떨어지는 리튬 가격
양극재 업체들의 동반 부진은 '역래깅효과' 탓이다. 역래깅이란 원재료 투입과 제품 판매 시점의 차이 때문에 수익성이 하락하는 경우를 말한다.
양극재 업체들은 양극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리튬이나 니켈 등 희귀광물을 미리 매입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튬과 니켈 가격이 치솟자 양극재 업체들은 비싼 가격에 원재료를 구매했다.
문제는 양극재 제품 가격은 현재 시점의 광물 가격을 기준으로 연동시킨다는 점이다. 최근 리튬 가격이 급락하면서 양극재 판가 역시 떨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 판가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 하락했다.
실제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 가격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10일 런던금속거래소(LME)와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수산화리튬 가격은 이달 9일 기준 톤당 2만1636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6월 28일(4만6986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kg당 581위안까지 치솟았던 탄산리튬 가격 역시 이달 9일 기준 147.5위안까지 떨어졌다.
양극재 업체들 입장에선 지난해 비싸게 매입한 원재료로 만든 양극재를 올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 대한 양극재 출하량은 줄었지만, 미국향 공급량이 늘면서 3분기 총 출하 물량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며 "다만 원료 메탈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역래깅 현상이 발생해 수익성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 전망도 어둡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더해 리튬 가격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양극재 판가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유럽 전기차 시장의 배터리 수요 둔화와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극재의 ASP가 올 4분기 약 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 메탈 가격이 하락 추세인 만큼 ASP는 내년 1분기까지 하락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론 전 세계적인 저탄소 정책에 따라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이 필수인 만큼 양극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도 양극재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이 연구원은 "향후 양극재 업체들의 모멘텀은 개화하는 북미 시장에 맞춰 증가하는 배터리 및 양극재 출하량이 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은 8% 수준이나 테슬라 점유율 비중은 48%로 테슬라 이외에 완성차 기업들의 전동화가 진행되는 시점에 출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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