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새로운 자극과 패션 영감 주는 곳”
“빠투(Patou) 로고 안의 알파벳 ‘O’를 보면 다른 글자보다 좀 더 크고 과장됐어요. 웃음으로 한껏 벌어진 입 같기도 하고, 갸또(Gateau), 즉 달콤한 케이크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죠. 이 커다랗고 둥근 O는 기쁨의 알파벳이에요. 코로나 이후 우리에겐 기쁨의 순간, 따뜻한 체온이 더 소중해졌죠. 앞으로도 기쁨과 즐거움은 마케팅과 브랜드, 패션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빠투(Patou)’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1910~1930년대를 주름 잡았던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장 파투(Jean Patou·1887~1936)의 기성복 라인을 2018년에 인수, 2019년에 새롭게 내놓은 브랜드다.
장 파투는 국내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18년~1929년 당시 코코 가브리엘 샤넬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혔던 디자이너다. 기성복의 선구자이자 디자이너 웨어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인물로도 꼽힌다. 여성들이 몸을 죄는 코르셋을 입는 것이 당연했고, 바지를 입는 것은 금기시 됐던 1920년대에 여성들에게 코르셋을 벗고 스포츠웨어를 입을 것을 제안한 혁신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장 파투 사망 후 빠투 패션 하우스에는 칼 라거펠트, 장 폴 고띠에,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등의 디자이너가 거쳐갔다. LVMH그룹은 이후 장 파투를 인수한 이후, 장 파투의 후예이자 빠투의 새 지휘자로 까르뱅, 니나리치를 거쳐온 디자이너 기욤 앙리(Guillaume Henry)를 지명했다.
앙리가 만드는 빠투는 불황과 고물가·고금리로 침체에 접어든 전세계 패션업계에서 이단아로 주목 받고 있다. 자크뮈스·꾸레쥬 같은 브랜드와 함께 신(新)명품으로 불리면서 이례적인 성장 곡선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국내에선 LF가 지난 5월 빠투 1호 매장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열었고, 8월엔 2호·3호 매장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잇따라 열었다.
지난 9월 서울 잠실에서 만난 기욤 앙리는 성장 비결을 묻자 ‘기쁨’에 대해 말했다. 그는 “눈을 행복하게 하는 자극과 흥분이 없다면 이젠 아무리 명품이라도 소비자에게 지루하다고 외면 받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도 했다.
빠투가 파리패션위크 무대에 올린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보면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대담한 빛깔을 과감하게 쓴 가을·겨울 옷이 즐비하다. 광택이 넘치는 새빨간 폴리미아드, 눈처럼 새하얀 울 펠트, 핫 핑크의 새틴, 하늘색의 트위드 등이 낭창낭창하게 쓰였다. 앙리는 “‘럭셔리는 곧 베이지’ 같은 공식을 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빠투는 한국에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진출한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앙리는 “패션과 디자인 업계에선 한국과 서울이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금 파리에선 정말 한두 사람만 모여도 한국 음악과 서울의 스타일 얘기를 하거든요. 좀전에도 빠투를 걸친 사람들을 마주쳤는데 정말 기분이 남달랐어요. 서울 사람들이 빠투를 입었으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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