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 ‘공실 대란’… 부동산 시장 뇌관 되나

신수지 기자 2023. 11. 1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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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투자 광풍에 우후죽순 분양, 임차기업 못 구해
지난 10일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의 한 지식산업센터. 한 개 층 대부분이 공실로 텅 비어 있고, 벽면에 임대·매매 문의 전단이나 스티커만 붙어 있다. 지하 4층~지상 14층, 연면적 19만4800㎡(약 5만8930평) 규모인 이 지식산업센터는 지난 7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주율이 현재 30% 수준에 불과하다. /남강호 기자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의 한 지식산업센터. 서울 상암 DMC와 고양 창릉신도시 사이에 위치해 서울 접근이 쉽고, 경의중앙선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 신설 등 교통 호재도 많아 2021년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됐다. 그러나 현재 입주 4개월이 지나도록 입주율이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임차 업체를 구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계약금 10%를 포기하며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던지고 있다. 향동지구 중개업소 관계자는 “향후 2년 내에 이곳에만 지식산업센터 6곳의 입주가 이어져 임차 기업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한때 투자 광풍이 불던 수도권 지식산업센터가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 대란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으로도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부동산 상승기였던 2~3년 전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분양됐다. 최근 이들이 대거 입주에 들어간 가운데 지식산업센터 대표 업종인 IT 경기도 침체되면서 임차 기업을 구하기 어려워진 탓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공급 과잉에는 수요 예측 없이 무분별하게 건축·분양 승인을 내준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지 규제 없어 수도권 공급 폭탄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20년 4월 1167곳이던 전국 지식산업센터(건축 예정 포함)는 지난달 말 기준 1520곳으로 350곳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77%에 달하는 1169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과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등 산업시설과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도시형 공단을 뜻한다. 1980년대 대도시 내 소규모 작업장 및 무등록 공장의 집단화를 위해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명칭으로 도입됐다가, 2000년대 들어 첨단 산업 업종의 입주가 늘면서 2010년에는 지식산업센터로 바뀌었다.

지식산업센터가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공급된 것은 일반 공장과 달리 입지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 공장의 경우 제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는다는 이유로 매년 공장 건축 면적을 총량으로 설정해 이를 초과하는 공장의 신축이나 증축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원래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공업·준공업 지역뿐만 아니라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도 지을 수 있다.

수도권 일부 지자체는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도시의 자족 기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이유로 지식산업센터 공급을 독려하기도 했다. 문제는 실제 입주 수요가 있는지, 기업을 어떻게 유치할지에 대한 전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식산업센터 건축 승인만 남발했다는 것이다. 경기 평택시 고덕면 해창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서쪽으로 2㎞가량 떨어진 이곳은 평택캠퍼스가 증설되면 협력업체 입주 수요가 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식산업센터 9곳이 우후죽순 공급됐다. 그러나 현재 10개 호실 중 8개 호실이 공실이다.

그래픽=김성규

◇지산 믿고 들어간 상가도 덩달아 비상

지식산업센터가 과잉 공급되면서 상가 공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지식산업센터 전체 연면적의 30%까지 지원 시설(상가)을 조성할 수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매물은 4558개로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했다. 지식산업센터 입지가 지역 중심 상권과 거리가 멀어 상가 수요가 입주 기업 근무자에 한정되는데, 지식산업센터 공실이 급증하다 보니 상가 임차인도 구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현재 전국에서 건축 중이거나 착공 대기 중인 지식산업센터도 392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2~3년 안에 입주를 앞둔 물량은 12만실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지식산업센터가 미분양 아파트 못지 않은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식산업센터 부실은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입지·규모 등의 지침을 마련해 승인 속도를 조절하고, 정기적인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해 공급자들에게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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