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책에 ‘반대 전문’ 제출… 美 중동 외교관들, 블링컨 만났다
중동권 외교관들이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 반론을 제기하는 ‘반대 전문(dissent cable)’을 제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작성자들을 만났다고 미국 CBS방송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교 정책을 주관하는 국무부 본부와 해외 공관은 외교 전문을 통해 지시와 보고를 주고받는다. 이 가운데 ‘반대 전문’은 국무부 정책기획국이 관리하는 ‘반대 채널(dissent channel)’을 통해 접수된 전문을 뜻한다.
앞서 국무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반대 전문 초안이 회람되고 있다는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의 보도가 나왔다. 지난 6일 폴리티코가 입수한 초안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을 지지해야 하고, 이스라엘이 민간 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에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전면적 휴전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군사 전술 등에 불만이 있더라도 공개 비판은 삼가고 있다. 반대 전문 작성자들은 이런 정책이 “미국은 (이스라엘에) 편향돼 있고 부정직하다는 인식을 강화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반대 전문 제도를 운영해 외교관들의 ‘불이익 없는 반대 의견 개진’을 보장하고 있다. 반대 전문이 들어오면 정책기획국은 지체 없이 국무장관·부장관·정무차관·비서실장·정책자문위 의장 등 국무부 최고위층에 이를 전달하고 30~60일 안으로 작성자들에게 답변해야 한다. 이 채널은 미국 사회에서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던 1971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윌리엄 로저스 국무장관이 개설했다. 인사·복지 문제 등을 제외한 ‘중대 정책’에 대한 의견만 제시할 수 있다. 이후 매년 4~5건의 반대 의견이 접수된다고 알려져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이란·이라크·시리아 등 6개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도 반대 전문이 제출됐다. 미군 병사 13명을 포함해 최소 103명이 목숨을 잃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자살 폭탄 테러 당시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이 안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하는 반대 전문이 한 달 전 제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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