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이후의 세계경제질서

관리자 2023. 11.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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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남긴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접어들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작금의 세계 질서가 다시 야만의 시대로 퇴보하는 과정인지 혹은 새로운 세계 질서로 진화하는 과정인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국제 정치·경제의 질서가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은 '브레턴우즈 체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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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이후 국제 정치·경제
브레턴우즈 체제로 안정됐지만
미국 ‘자국 우선주의’ 천명하며
세계 경찰국 역할 포기해 혼돈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순 없어
해법은 ‘다자주의 협력’의 복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남긴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접어들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작금의 세계 질서가 다시 야만의 시대로 퇴보하는 과정인지 혹은 새로운 세계 질서로 진화하는 과정인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 사태를 초래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는 전쟁이 기존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를 바로잡는 진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야만적인 우크라이나 침공과 하마스의 선제 공격 이후 확산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양쪽의 전쟁 범죄는 인류 역사가 다시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도대체 무엇이 인류 역사를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는가? 이런 야만의 국제 질서가 세계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과 생존을 위한 해법을 묘연하게 만든다. 최근 세계 정치·경제의 질서가 어지럽게 된 배경과 원인을 살펴보면 이런 혼돈이 언제까지, 어떻게 이어질지 그 가닥을 잡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국제 정치·경제의 질서가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은 ‘브레턴우즈 체제’에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국제 무역·금융의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틀로서 국제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했다.

1·2차 세계대전 모두 주요국의 경쟁적인 보호무역 정책이 무역전쟁으로 이어지고, 물리적인 전쟁으로 귀결된 결과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미국 등 연합국의 지도자들은 3차 세계대전을 방지하는 틀로서 자유무역 체제를 보장하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안정적인 국제결제 체제를 보장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축으로 한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후 1945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경제사에서 가장 긴 안정기를 브레턴우즈 체제가 보장해주었다는 점에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브레턴우즈 체제에 기반해 세계 정치·경제의 질서를 주도하던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세계화와 자국 내 빈부격차에 좌절한 백인 노동자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포퓰리즘 전략으로 WTO의 다자간 자유무역 체제를 마비시켰다. 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천명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담당해왔던 세계 경찰국가 역할을 포기하고 고립주의에 기반한 회귀를 선언했다. 그 결과 안정을 유지해오던 정치·경제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기본적으로 트럼프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계승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급하게 철수작전을 펼쳤고, 이는 푸틴에게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 합병을 막을 수 있는 세계 경찰국가가 없어졌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또 그동안 중동지역 안정을 담당하던 미국의 역할을 중국이 대체하는 듯한 추이가 나타나자 최근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하마스 무장정파 역시, 현재 상황을 세계 경찰국가가 사라진 국제 질서의 진공 상태로 판단해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작금의 세계 정치·경제의 질서는 혼란을 풀어낼 해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결국 미국 내에서의 빈부격차와 사회적 갈등은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을 배출했고, 국제적인 빈부격차와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면은 테러 집단을 만든 원인이 됐다. 궁극적인 해법은 미국 등 주요국에서의 빈부격차 해소, 사회통합 노력과 함께 국제적인 협력 기반으로서의 신브레턴우즈 체제와 같은 다자주의 협력 체제를 복원하는 것이다. 갈등 중재의 중간국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정부가 주목해야 할 국제적인 역할이자 사명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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