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클래식한 ‘발라드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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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 장르는 발라드와 가곡이다.
가수 신승훈은 1991년 가을, 발라드에 베토벤의 가곡을 삽입한 노래를 발표했고 이 곡이 대성공을 거두며 '발라드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신승훈은 1990년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수록한 1집을 140만장 팔아치우며 새로운 발라드 강자로 급부상했다.
가곡의 깊은 맛을 추가하기 위해 베토벤의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그대를 사랑해)'를 도입부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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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 장르는 발라드와 가곡이다. 이동원·박인수의 ‘향수’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가수 신승훈은 1991년 가을, 발라드에 베토벤의 가곡을 삽입한 노래를 발표했고 이 곡이 대성공을 거두며 ‘발라드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신승훈은 1990년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수록한 1집을 140만장 팔아치우며 새로운 발라드 강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1991년 가을을 겨냥해 음반을 준비하면서 영화 ‘겨울 나그네’를 떠올렸다. 이 작품에 클래식 음악이 줄곧 흐르는데, 신승훈은 영화 삽입곡 중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생각하며 ‘보이지 않는 사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곡의 깊은 맛을 추가하기 위해 베토벤의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그대를 사랑해)’를 도입부에 넣었다.
신승훈은 함께 노래할 성악가로 ‘향수’를 부른 박인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를 찾아갔지만 여의찮았다. 이후 여러 성악가를 만났지만 대부분 쉽게 응하지 않았다. 당시 클래식 전공자가 대중가요에 참여하는 것을 금기시한 탓이다. 결국 음반 프로듀서였던 김창환이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바리톤을 전공하던 학생을 수소문해 녹음이 성사됐다. 다만 조건이 붙었다. 학과에서 녹음한 사실이 알려지면 곤란하니,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는 것. 아마 그 학생은 당시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까 싶다. 훗날 모든 음악 장르가 이종 교배하듯 협업할 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1991년 가을과 겨울은 그야말로 신승훈의 해였다. ‘보이지 않는 사랑’은 공개되자마자 지상파 순위 프로그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후속곡 ‘우연히’도 큰 사랑을 받았다. 결국 이 음반은 150만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1992년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았다. 이것을 시작으로 신승훈은 6집까지 발표했고 1998년 통산 음반 판매량 1000만장을 넘기며 ‘발라드의 황제’ 자리를 굳건히 했다. 당시 발라드 가수가 많았는데 왜 신승훈이 황제가 됐을까. 당시 그는 자상한 남자친구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사랑’에서 시도한 것처럼 클래식을 차용하는 고급스러움도 지녔다. 이를 지지한 여성팬을 기반으로 발라드 황제에 등극한 것 아닐까.
발라드(Ballard)의 기원을 살펴보자.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오페라가 탄생했지만, 유럽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이때 시민들도 함께 음악을 즐기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듣기 좋은 부분만을 추려 만든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오페라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발라드 오페라라고 불렀다. 신승훈은 클래식하면서 한국인들이 원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간파한 가수이지 않을까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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