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고랭지배추 생산의 새로운 패러다임

관리자 2023. 11.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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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 안반데기마을은 산이 배추밭이요, 배추밭이 곧 산인 곳이다.

해발 1100m의 고랭지는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배추가 여름을 나기에 더없이 좋다.

최근에는 이상기상까지 더해지며 고랭지 내 여름배추 재배는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고랭지배추값은 포기당 9626원까지 치솟았고, 올해 8월에는 무더위와 태풍 피해로 도매 가격이 3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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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 안반데기마을은 산이 배추밭이요, 배추밭이 곧 산인 곳이다. 김치의 주재료가 여름철 바로 이곳에서 생산된다. 해발 1100m의 고랭지는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배추가 여름을 나기에 더없이 좋다. 하지만 경사가 가팔라 기계가 들어갈 수 없고 수십년 배추를 재배하다보니 병 발생 우려가 크다. 최근에는 이상기상까지 더해지며 고랭지 내 여름배추 재배는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고랭지배추값은 포기당 9626원까지 치솟았고, 올해 8월에는 무더위와 태풍 피해로 도매 가격이 35% 올랐다.

여름배추 가격이 안정되려면 수급 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해발 600m 이상의 고랭지 중심에서 400∼600m의 준고랭지로 지역을 바꿔 생산방식을 전환하고, 생산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정밀농업 구현을 통해 생산·저장·유통·가공이 결합한 미래형 생산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배추는 기온이 높고 날이 건조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에 저온성 멀칭 필름과 미세살수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배추 주변의 온도를 낮추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마침 준고랭지는 수리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토양을 비닐로 덮는 멀칭 재배도 적용하기 쉽다. 여기에 더해 배추의 목마름 상태에 맞춰 바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센서와 드론 영상으로 생육을 분석·진단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여름배추 재배의 또 다른 숙제는 기계화다. 고랭지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농민의 땀방울로 배추를 재배해야 한다. 이와 달리 준고랭지는 비교적 경지 정리가 잘돼 있어 기계를 도입하기 쉽다. 재배 단계별로 기계화 기술을 적용한다면 여름배추의 물량 확보에 보탬이 될 것이다.

품종 개발도 중요하다. 준고랭지는 고랭지보다 기온이 높아 폭염 상황에서 적절한 생육 온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존의 여름배추보다 더위에 잘 자라는 품종이 필요하다. 농진청은 3월 고온 견딤성이 강한 배추 ‘하라듀’를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힘을 쏟는 분야는 저장이다. 농진청은 배추를 예비 건조, 예비 냉장 후 특수 필름(MA)을 씌워 저장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수확 후 관리 패키지 기술을 현지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복합적인 문제는 하나의 답으로 풀 수 없다. 각 과정이 하나로 이어져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계절의 시계는 김장철로 향하고 있다. 여름배추도 맛있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날, 김치 담그기가 망설여지지 않는 여름 풍경을 기대해 본다.

박정관 농촌진흥청 원예작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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