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소년 대상 교양 농업교육 강화해야

관리자 2023. 11.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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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가 약화하는 추세다.

AITC 프로그램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농업과 연계된 건강·환경·과학·미술 등 다양한 교양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농업의 다양한 역할과 농촌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가 교육과정과 연계해 청소년에게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길러주고 적성과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교양 농업 교육을 강화해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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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가 약화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매년 조사하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가 크다고 응답한 도시민 비율은 2015년 70.5%에서 2022년 63.0%로 하락했다. 이 조사는 전국 도시지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결과치다. 만일 조사 대상을 청소년으로 했다면, 긍정적 응답은 이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였다. 1960년대 초반까지 국내총생산(GDP)의 40%가 농업에서 나고 인구의 약 70%가 농촌에 거주했다. 그러다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면서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가 됐다. 산업화 사회로의 전환은 다양한 산업의 출현과 고용기회의 증가, 국민소득 증대 및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일부 잘나가는 업종과 도시로 사람과 돈이 몰리면서 경제부문, 계층간 소득 불평등, 삶의 질에 격차가 벌어졌고 농업·농촌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호의적 시각은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초반 이전에 출생한 50세 이상의 성인 대부분은 농업·농촌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명 ‘전원일기 세대’다. ‘전원일기’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0년 이상 방영된 농촌 드라마다. 현재도 전원일기 세대는 농업·농촌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며 이해하고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산업화·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농업과 농촌을 체험하지 못한 청소년 대다수는 농업을 다른 산업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고, 농촌을 단지 도시에 비해 불편한 공간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크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도시화를 경험한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청소년 시절부터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교양 교육을 실시해 농업·농촌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강조해왔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1981년부터 농무부(USDA) 주관으로 지방자치단체·지역교육단체·학교·농업 및 소비자단체 등이 협력해 ‘교실에서의 농업(AITC)’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가 떨어지자 농정당국이 나서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AITC 프로그램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농업과 연계된 건강·환경·과학·미술 등 다양한 교양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농업의 다양한 역할과 농촌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500만명의 청소년과 6만명의 교사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올해 운영 예산은 25억달러(한화 3조27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교양 농업 교육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초등학교에서 처음 농업에 대한 교양 교육이 이뤄지는 실과 수업에서부터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중학교 기술·가정 수업에선 농업이 아예 과목명에서 빠지고 비중도 현저히 줄었다. 더욱이 농업고등학교가 아닌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농업에 대한 교육을 접할 기회가 아예 없다.

농업·농촌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교양 농업 교육은 농업과 농촌이 발휘하는 공익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이해, 농업·농촌 유지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 등을 배운 건전한 시민을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 정부도 국가 교육과정과 연계해 청소년에게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길러주고 적성과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교양 농업 교육을 강화해나갈 때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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