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들이 진정 신명내는 ‘농업인의 날’ 될 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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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은 제28회 '농업인의 날'이었다.
'농업인의 날'은 1964년 11월11일 강원 원주의 한 농촌 계몽조직(농사개량구락부 원성군연합회)이 농민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연 데서 유래했으며, 1996년 법정기념일이 됐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다 같이 약속하자는 뜻에서 '농촌 서포터즈'를 제안했는데, 윤 대통령이 1호로 가입하며 농민 응원군 선봉장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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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진작 위해 정책 뒷받침부터
11일은 제28회 ‘농업인의 날’이었다. ‘농업인의 날’은 1964년 11월11일 강원 원주의 한 농촌 계몽조직(농사개량구락부 원성군연합회)이 농민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연 데서 유래했으며, 1996년 법정기념일이 됐다. 흙 토(土)의 파자인 ‘十一(11)’이 두번 겹치는 날이라 상징성도 있다. 올해 ‘농업인의 날’ 기념식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농민들을 격려하고 농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등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에 참석한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최근 소 럼피스킨 유행으로 행사 규모는 축소됐지만, 옛 농촌진흥청 부지인 경기 수원 서호잔디광장에서 ‘농업인 한마음 대축제’를 겸해 열린 기념식엔 1700여명의 농업계 인사가 참석하고 20여개의 이벤트 부스가 꾸려지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다 같이 약속하자는 뜻에서 ‘농촌 서포터즈’를 제안했는데, 윤 대통령이 1호로 가입하며 농민 응원군 선봉장을 자처했다. 올 한해 각종 재해와 가축 질병으로 고생한 농민들에게 적이나 위로가 따른 날이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위로를 받았을진 몰라도, 수확의 계절을 마무리하며 1년을 뒤돌아보는 대다수 농민의 심정은 그야말로 ‘작금의 농업 현실에 ‘농업인의 날’ 행사가 뭔 의미가 있나’일 것이다. 마음속에 근심이 가득한데 자축이 편히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상이 된 이상기후, 극심한 인력난, 치솟는 생산비, 창궐하는 질병, 그 와중에 수입 중심 물가정책을 펴온 정부 등 농민들이 직면한 현실은 솔직히 올해 농식품부가 내건 행사 슬로건 ‘농업은 국가의 미래, 농촌은 국민의 고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환 있는 사람에게 잔치를 즐기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꺾일 대로 꺾인 농민들의 사기는 국가가 나서서 농업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중농정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절한 영농 여건 조성, 농가경영 안전망 확충, 농촌 생활 인프라 구축 등 그동안 타 산업에 비해 홀대받았던 부분을 개선한다면 농민들의 영농 의욕은 살아나고 자긍심도 자연스레 고취될 것이다.
‘농업인의 날’이 우리의 날로 다가오지 않는, 현실과 괴리를 보이는 행사는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잔치는 주인공들이 신명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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