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도도 가전은 LG”… 1시간에 세탁기 330대 포장까지 뚝딱

노이다(인도)=박정엽 기자 2023. 11.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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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진출 후 매출 360억원 → 3조1880억원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 차로 2시간을 달리자 우타르프라데시주(州) 그레이터노이다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공장이 나왔다. 이곳은 19만㎡에 이르는 공장 부지 중 절반을 녹지로 꾸며 열대 식물원 같은 느낌이었다. 곳곳에 심어진 야자수는 공장 설립 26년 역사에 걸맞게 울창하게 자랐다.

LG전자는 이곳에서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정수기 등 가전 완제품과 컴프레서(냉매 압축기), 열교환기, PCB(인쇄회로기판), 모터 등을 생산한다. 지난달 31일 둘러본 공장은 코로나 팬더믹 시기 봉쇄령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생산 라인이 완전히 복구된 모습이었다.

LG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의 에어콘 실외기 생산라인./LG전자 제공

쇼핑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공정은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세탁기는 10초에 1대 꼴로 출고됐다. 통돌이 세탁기 라인은 시간당 330대의 속도로 포장까지 마친다.

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디왈리 세일을 코 앞에 둔 시기였다. 디왈리 세일은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와 함께 가전 등 소비재 매출이 폭증하는 ‘세계 3대 세일 기간’으로 불린다.

각 생산 라인에 배치된 직원 약 2800명의 움직임은 꼼꼼했다. 이현진 노이다 생산법인장(상무)은 “처음 부임했을 때 노이다 직원들에게 책임감(responsibility)을 요구하니 ‘우린 주인 의식(ownership)을 갖고 일한다’고 대답했다. 실제 이들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노이다 법인의 정규직 기준 평균 근무년수는 14년, 퇴직률은 3%에 불과하다. 이직이 잦은 인도에서는 보기 드문 수치다.

LG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의 세탁기(통돌이) 생산라인./LG전자 제공

LG전자는 노이다 공장에서는 가성비 중심의 소형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인도 내 또다른 생산법인인 서부의 푸네 공장에서는 고급·대형 제품을 생산한다. 노이다 공장에서는 세탁조와 탈수조가 분리된 반자동 제품인 2조식 세탁기나 1도어형 냉장고 같은 전통적 모델을 여전히 생산하는 반면, 푸네 공장에서는 드럼세탁기나 양문형 냉장고 같은 최신 모델을 생산하는 식이다. 보수적 농촌 지역이 많은 북부 지역과 빠른 경제 성장세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 서·남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역할을 나눈 것이다.

LG전자는 인도 특성을 연구하고 현지화했다. 냉장고는 인도 요리에 필수인 향신료를 보관하는 칸을 따로 만들고 채식주의자가 많고 육류 소비가 적은 점을 고려해 냉장실을 키웠다. 뎅기열처럼 모기로 전염되는 질병이 많은 점을 고려해 에어컨과 TV에는 초음파로 해충을 쫓는 기능을 탑재했다. 1만명이 넘는 서비스 조직을 갖춰 판매후 사후관리도 철저히 했다.

이에 LG전자는 연간 600만대 규모의 세탁기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랐다.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컴프레서 시장에서도 최상위권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매출액은 1997년 설립 첫 해 360억원에서 지난해 3조1880억원으로 89배 늘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2128억원이다. 인도법인(LG Electronics India Pvt, LGEIL)은 수년간 쌓은 이익 3916억원을 올해 초 한국 본사에 배당했다. 이는 전체 해외법인 배당금 5964억원의 66%에 해당한다.

LG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의 컴프레서(압축기) 생산라인./LG전자 제공

노이다 공장에서는 에어컨과 냉장고의 심장과 같은 컴프레서 생산 라인이 신설됐다. 기존 냉장고용 컴프레서에 더해 올해 3월부터는 에어컨용 컴프레서도 생산한다. 이에 노이다 공장은 한 해 520만대의 컴프레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연간 1360만대 규모의 인도 시장에서 약 27%에 이르는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충족하면서 한국과 중동으로 수출도 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이다.

전자레인지, 정수기, 창문형 에어컨 같은 새로운 시장을 노린 제품의 생산 라인도 자리 잡고 있었다. LG전자가 인도 가전 시장의 변화를 내다보고 한발 먼저 움직여 생산거점별 역할을 전문화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는 지난 6월 노이다 공장을 포함한 인도법인 현장을 방문해 “시장 규모가 크고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도에서 LG전자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 위상을 확대하고, 향후 사업을 전략적으로 더욱 성장시키고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인도 전문가’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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